요리하는 수행자, 정관스님
넷플릭스에 꽤 괜찮은 다큐가 많아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데, 그러던 중에 굉장히 귀한 영상을 발견했다.
바로, 요리 다큐인 셰프의 테이블인데, 여러개의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 중에 <정관스님> 편이 정말 좋다. (정관스님 편은 셰프의 테이블 3부에 있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치장을 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을 더해가다 보니 탄생된 아름다움이랄까. 그런 멋과 맛이 느껴지는 스님의 요리가 등장하고 스님의 요리에 대한 철학이 느껴지는 다큐다.
정관스님의 요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정평이 나있나 보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넷플릭스에 출연한 일 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셰프들이 스님을 보기 위해 국내로 찾아오기도 하고,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시기도 했다.
다큐에는 정관스님이 계신 사찰의 주변 자연경관부터 스님께서 사찰음식 만드는 모습, 예불드리고 수행하는 모습이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스님의 출가하시게 된 과정과 부모님과 있었던 일화도 나오는데, 그 일화가 참 감명 깊었다.
스님께서는 직접 텃밭을 가꿔 재배한 작물로 요리를 하신다. 모두 자연에서 얻어지는 제철 채소를 이용해,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요리를 하신다. 오신채란, 불교에서 금기하는 다섯 가지 음식물로, 마늘파·부추·달래·양파(흥거:우리나라에선 흥거 대신 양파라고 한다.) 등인데, 이런 음식물은 맵고 향이 강해 수행에 방해가 되어 금하고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엔 다른 건 몰라도 마늘은 어떤 요리를 하든 꼭 사용하는 것 같은데, 마늘과 파 이런 것들을 이용하지 않고 요리가 될 수 있다니 보면서도 놀라웠다.
오신채를 쓰지 않음에도 아름답고 정갈하며, 다채로운 음식들을 만들어 내시는 스님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오신채 대신 간장의 미덕을 높이 사면서 간장을 이용하고, 제피나 들깨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요리하신다.
연근을 얇게 썰어 갖가지 색의 옷을 입은 장아찌를 만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용하는 재료를 줄였다고 범위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외연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채소들로 입과 눈을 모두 사로잡는 아름다운 요리를 탄생시키신다.
본인은 셰프가 아니며, 그저 수행자라고 하시는 스님의 말씀. 그저 그 현재 요리하는 시간에 집중하시고,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에 행복을 느끼시는 분이다.
템플스테이, 불교 행사, 채소를 가꾸는 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치시는 일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이는데, 매일같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수행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정말 요리사라는 수식어보다는 수행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시는 분이다.
다큐에서 소개되는 음식 하나하나 보고 있으면 음식인가 그림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아름답다. 보고만 있어도 정성이 느껴진다.
정관스님의 여러 가지 요리가 소개되었는데, 그중 표고버섯 찜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정관스님은 어린 나이에 어머님을 잃고, 출가를 단행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스님으로 오랜 생활을 해오시다가 정관스님의 아버지께서 70세쯤 되셨을 때 자식들 모두 가정을 꾸려 사는데 정관스님은 절에서 혼자 생활하시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일주일 정도 절에 함께 머문 적이 있다고 한다. 함께 생활하는 동안 절밥을 드시면서 고기 없는 식단에 정관스님의 건강 걱정을 많이 하셨고, 그런 아버지께 몰래 표고버섯을 간장에 졸인 표고버섯 찜을 해서 드렸다고 한다. 그것을 드시고는 고기보다 훨씬 낫다며 그 이후 마음을 놓으셨고 한다.
이 사연을 들으니 아버지의 마음을 놓이게 했던 그 표고버섯 찜의 맛이 궁금했다. 그리고 채식하는 사람으로서(물론 아직 정식으로는 육류까지만 먹지 않고 있지만) 귀를 더 쫑긋 세우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고기를 먹지 않고 건강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많고,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큐를 보면서 물론 내가 직접 요리를 하진 않지만 요리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스님의 이야기가 많은 귀감이 되었다.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 하시고, 재료가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아끼시는 모습, 계속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모습 등.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스님의 요리에는 많은 식재료가 들어가지도 않고, 가니시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도 않다.) 스님의 이런 모습은 요리 부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도 아닐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에 정성을 쏟고, 진심을 다하는 것.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고, 관조하는 것. 이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공통적으로 귀감이 될 이야기이다. 또한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겸손한 마음을 가져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도 했다.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인생의 종점에서는 꼭 어떤 한 분야로 그것에 도달하는 맛을 꼭 한 번쯤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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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이 계신 절에서 요리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스님의 요리가 있는 사찰음식점도 있다고 하니 가서 맛을 한 번 꼭 봐야겠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산 몇 권의 사찰음식 서적을 얼른 들춰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