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했다. 그전부터 계속 쉬지 못했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2일 연차를 내버렸다.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중 친구가 '울진'을 강력 추천했다. 바로 2박 3일 계획을 짰고, 나 홀로 울진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예매했다.
울진에 도착하니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따뜻한 봄날씨였다.미리 예매한 쏘카를 타고 죽변항을 근처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사람이 많진 않았으나 곳곳에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 온 사람들, 삼삼오오 가족들, 그리고 소수의 커플들이 보였다. 바다냄새와 함께 갓 잡은 해산물들을 구경하면서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한적했던 죽변항
체크인을 하기 위해 숙소로 왔다.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다 바로 옆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는데, 방 문을 여는 순간 찰랑이며 드넓은 하늘빛 푸른 바다가 나를 반겨줬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음. 정말로 휴식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잔잔하면서 드넓은 바다가 마음을 가라앉혀주었다.
저녁이 됐고, 항구까지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혼자인 나를 반겨줄 횟집이 있을까 고민이 됐다.
물회 정도는 혼자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돌아다니다 한 곳에 들어갔는데, 가게에 계셨던 직원 아주머니들의 표정이 모두 '?'였다.여자 혼자서 그것도 횟집에 들어온 이유가조금 궁금해하신 것 같았다.
물회를 주문하니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오셨는데, 그 말에서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뜻한 관심으로 느껴졌다.아주머니는 골고루 많이 먹으라면서 김치전, 낙지, 생선구이 등 밑반찬을 엄청나게 주셨다. 물회 하나 시켰는데 매운탕까지 끓여주셨다. 다 못 먹는다고 몇 개는 돌려드리려 했는데 손님상에 한 번 나온 건 다시 안 받는다면서 골고루 천천히 먹으라고 하셨다.
1인분으로는 많은 양이었다. 다 먹으면 더 주시기도 했다.
가득 차려주신 밥상을 남기는 게 죄송스러워 든든하게 챙겨 먹었다. 정성이 들어간 밥상은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였다.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꾸벅 인사를 했고, 그렇게 울진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이 좋았다. 사람들이 참으로 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