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다. 내가 여행 온 이유는 그저 휴식이 필요했고,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조용하고 오랫동안 있을 수 있는 한적한 카페를 찾았고, 카페에서 하루종일 글을 썼다. 남이 아닌 나의 시간이 필요했다.
카페는 아무도 없었고, 카페 젊은 사장님들은 농장일을 보고 계셨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뒤 저녁이 되어 산속에 있는 숙소로 옮겨왔다. 포장해 온 회를 먹으면서 영화 쿵푸팬더2를 봤다. 주인공 포(팬더)는 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며 계속해서 과거를 연연했고, 그렇게 포가 가야 할 길을 잃어갔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포에게 예언가 할멈(염소)이 다가와 말했다.
'이제 끊어내야 돼. 더 이상 아파할 이유는 없어.'
염소는 팬더에게 지금의 너는 누구냐고 물었고, 염소의 도움으로 내면의 평화를 얻게 된 포는 그렇게 다시 앞을 향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몽글몽글함 속 교훈이 있는 애니메이션은 참 좋다. 끊어내기의 지혜. 과거는 과거이고, 과거를 끊어내면 현재가 보인다. 현재가 보이면,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
산 속에 있던 숙소.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날이 밝았고, 이제 다시 서울로 가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워내니 다시 좋은 것들로 채우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에 왔는데, 첫날처럼 역시나 드넓은 바다가 나를 반겨주었다. 다시 보는 찰랑이는 바다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위로해 주었고, 내 안에도 메마르지 않은 바다가 있음을 다시 한번 알게 해 주었다. 첫날의 바다는 차분하게 해 주었다면, 마지막 바다는 너 또한 이와 같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하니 나의 오롯한 현재의 모습을 알게 되었고, 그 경험은 실로 좋았다. 다시 힘을 얻었다.
바다가 눈이 부셨다. 울진 바다는 참 예쁘다.
울진에 대한 기억은, 따뜻함이다. 조용했지만, 그 속에 속 깊은 따뜻함이 있었다. 그리고 바다가 유독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