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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쭉정이 Sep 17. 2023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갖는 법

돈, 스펙, 인맥을 한방에 이기는 것

20대 초반, 나는 나를 믿지 않았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겨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고, 그로 인해 생긴 삶의 변화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그 무엇보다 힘든 건 삶을 통틀어 가장 소중한 우리 가족이 약해져 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었다. 누구보다 순수했던 우리 가족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언젠가부터 내 마음속에 칼을 품고 살았다.


그 후 무엇을 하 자신을 채찍질을 했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달리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좋지 않은 상황들모두 내 탓이라 생각했고, 인간관계나 성과 등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 또한 모두 내 탓을 했다. 쉽게 탓할 수 있는 상대는 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를 싫어했고, 결국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갔다.


직업을 얻고 30대가 되었음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열심히 산만큼 경험도 쌓이고 좋은 시간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문득 공허함이 자리 잡곤 했다. 그래서인지 하루의 끝은 충만함 보다는 지워지지 않는 슬픔이 깔려있었고, 이유도 모르는 서러움에 울면서 잠드는 날이 꽤 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회사(편의상 회사라고 하겠다)에서 같은 조였던 선배와 트러블이 생겼는데, 이 일로 인해 회사생활 하면서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못했기에 나름 해결을 하고자 당사자와 수차례 화해 하고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한번 박힌 미운털은 쉽게 뽑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계를 개선하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얘기도 해봤지만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게 1년이 넘도록 문제를 안고 출퇴근을 반복했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상처들이 다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답이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나를 자책하려 했고,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상대를 애써 무시하면서 그럴수록 무력해졌다. 그런데, 그러면서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지금 대체 뭐 하고 있는 걸까, 누구를 위해 이 분노를 참는 걸까, 더 이상 참지 못할 듯했다.


결국 또다시 그 분과의 일이 생겼고, 당사자와는 해결이 안 됐기에 악에 받쳐 동네방네 그간 있었던 일을 다 떠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험담은 다시 돌아오는 거라며 특히 회사에서는 입을 무겁게 하자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는데, 그런 철학 따위는 한순간에 가벼워졌다. 내 안에 있던 폭탄이 터져버린 순간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나타났다. 잘잘못에 대해 말하기보다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 넌 이런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남의 아픈 사연에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계속 다가오셨고, 진정으로 미안하다 하셨고, 그럼에도 너는 이런 사람이라고 계속 알려주셨다.


변하지 않고 계속하여 한결같이 말해주는 모습에 어느 순간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분 앞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10년 묵은 서러움을 울어버렸다. 나이를 30살 넘게 먹었는데도 창피함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내 안에 있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리 참고 버텨왔을까.


결국 시간이 지나 인간관계는 자연히 해결되었고, 지금은 같은 공간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 시간들을 보내며 진정성은 누군가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 그러므로 다시 한번 사람을 믿어도 되겠다는 확신까지 서게 되었다.




이 일들로 인해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건강하지 못했던 과거와,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면서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 어디서 나오는깨달았다.


좋지 않은 상황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지만 불가피하게 피하지 못할 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내가 나를 알아줄 때 비로소 가장 강한 힘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의 시간들은 사실은 그 무엇보다 내가 되기 위한 간절한 시간들이었다. 그러기 위해 과거는 현재의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고 있던 것이다. 그동안 은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채찍질만 해왔으니 매번 흔들렸을 수밖에.


나를 알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꽤 많은 것들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스스로가 자연히 좋아졌고, 숨길 필요 없이 드러내게 되었으며, 그럴수록 더욱 받아들여지고 건강해졌다.


모든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은 결국 나를 믿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돈, 스펙, 인맥 그런 것들 또한 삶을 이루는 큰 요소들이겠지만, 나를 알아주지 못한 상태라면 과연 얼마나 큰 의미를 가져올 수 있을까. 채우지 못한 빈 공간들이 오히려 공허하게 만들지 않을까.


목소리에 힘을 실을 때 비로소 자유가 찾아온다고 했다.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렇게 나를 알고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가 없었으면 지금의 나 또한 없었을 거라고.


자신이 완성되면,  다음단계는 아마

지켜주고 싶은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쿵푸팬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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