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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쭉정이 Jul 06. 2024

여자가 자꾸만 서운해하는 이유

감정을 잘 표현하면서도 사랑하는 방법


그녀의 나이는 30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디 가서 막내로 생각해 줄 나이 또한 아닌 어딘가 어정쩡한 위치에 이르렀다. 여자가 이 정도 나이면 많은 남자들을 경험하고 그만큼 연애 경력이 쌓였다고 하더라도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 그런 나이일 것이다.


그녀도 '결혼'을 고민해 본 상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혼의 '결'자도 모르는 그녀는 상대가 멋지게 프러포즈를 해옴에도 자기감정부터 달래라며 파워 징징이로 맞받아쳤다. 그런 행동이 상대를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는 전혀 안중에도 없었고, 결국 그 남자와는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 싸움이 붙어 다음날 이별로 끝을 맞이했다.


그녀에게는 사실 '검은색 네모박스'가 내면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네모박스가 풀리지 않으면 어떤 남자를 만나더라도 파워 징징이가 언제든 나타날 것이다. 검은색 네모박스는 무엇일까.






최근 이효리가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수십 년째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효리도 엄마와 여행을 가서는 죽도록 싸운다. 슈퍼스타임에도 여느 평범한 집안에서의 모습과 도찐개찐한 모습이 방송으로 보이는 것이 시청자들에겐 흥미와 공감으로 다가왔다.


이효리가 엄마에게 그랬다. "어릴 적 내 안에 생긴 검은색 네모박스가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어, 엄마가 나를 보호해줬어야지, 왜 나를 보호해주지 않았어". 그 장면은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엄마는 달래주지 않는다. "그만해라. 좋은 얘기만 하자."는 식으로 효리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이효리는 결국 눈물을 터뜨렸고, 각자가 심란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간이 흘러 효리는 엄마가 어느 중년 바리스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선 당시의 엄마에겐 그것이 효리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30대 그녀에게도 검은색 네모박스가 있다. 검은색 네모박스란 어렸을 때 알게 모르게 생긴 상처들이 복잡하게 엉켜져 똘똘 뭉친 또 다른 자아이다. 평범하게 일상을 잘 지내오다가도 문득 사소한 자극 하나만으로 검은색 네모박스가 그녀를 지배해버리곤 한다. 그렇게 고립되면 그녀는 검은색이 되어 바라보는 세상밖 또한 온통 검은색이 된다.


서러움이 몰려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정적인 공격과 비난을 시작한다. 당신이 나를 구해줬어야지, 나를 외롭게 두지 말았어야지, 모든 게 당신 탓이야 라고 말이다. 그녀는 왜 그러는 걸까. 그녀도 이러한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다.




여기에서 심리학자 존 그레이는 남자와 여자의 성향 차이 대해 화성인과 금성인으로 비유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남녀 관계에 대한 베스트셀러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책의 작가이기도 하다.


남자가 살던 화성에선 '인정'받기를 원하고 여자가 살던 금성에선 '사랑'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화성인 남자는 자신이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고 인정을 받고자 '미스터 수리공'이 되어 해결방법을 찾고, 금성인 여자는 문제 발생 시 상대와의 감정 교류를 위해 '가정진보위원회'를 개최하여 관계를 형성하며 사랑을 주고받고자 감정을 보듬어준다. 화성인과 금성인은 서로가 다른 매력으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로 갈등이 생기고 서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녀 역시 남자에 비해 감정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 힘이 들면 감정에 호소하게 된다. 그녀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상당히 해결되지만 화성인 세계에 있는 남자가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 수 있다.






검은색 네모박스에 또다시 지배되어 상대에게 감정적일 땐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까. 우선, 모든 게 상대 탓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자신의 검은색 네모박스를 먼저 잘 돌보아주는 것은 어떨까. 자신에게 솔직해지는거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TV나 노트북을 끈 채 자기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보자. 가벼운 산책이나 좋아하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검은색 네모박스가 조금씩 풀어질 것이다.


마음이 차분해지면 이제 서운함이나 서러운 감정을 상대에게 마음껏 표현해 보자. 단, 그녀의 감정이 현재 이런 상태라는 것과 함께 그로부터 필요한 것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감정적 비난 없이 그녀의 상황을 파악한 상대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다.


여기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가장 조심해야 한다. 남자는 자신을 불필요하게 여기고 인정을 받지 못하는 순간 여자가 사랑을 받지 못하는 만큼이나 자괴감에 빠져든다. 그게 심해지면 이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녀의 감정만큼이나 상대 또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주고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서로 예쁘게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다. 먼저 자신을 생각해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Stop feeling upset yourself"

누구에게나 검은색 네모박스가 있다.

먼저 어린아이부터 달래주자.


그러고 난 뒤에 쁘게 표현하자.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그녀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서로 예쁘게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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