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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May 23. 2024

그리운 언덕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혼자 오르는 언덕이 있다

     

빈약했던 젊음의 무더운 여름

네가 생각나 오르던 언덕에

그대 닮은 산딸기 붉게 익어


내려다본 나의 외길은

멀고 긴 구비들

산길을 오르다 정물로 섰고

     

간간이 오는 편지를 실은

우체부 자전거 뒤를 따라

양 갈래로 갈라지던 기다림의 길들이

물결로 자지러지는 것을 보다

까치발로 크는 속 비린 그리움들     


정녕 돌아가고 싶다     


그대 기다리던 언덕에

너 닮은 긴 손가락 집을 짓고

늦은 편지가 오던

길들이 내려다보이는 마당에

산딸기만 한 정자도 하나 지어

추녀 저물도록 살다 보면

    

한가한 오후 끝서

부추꽃처럼 우는 풍경

하늘에 걸려 펄럭이고


기다리는 사람은 늘

그리움의 언덕에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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