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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하 Mar 05. 2016

마음을 녹인 건 결국 얼음이었네

겨울왕국

가끔씩,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삶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발견할 때가있다. 그런 순간은 흔치 않아서, 포근하면서도 서늘한 가을이왔음을 피부로 체감할 때만큼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운 좋게 가을이 왔음을 알게 된 날, 그러니까 며칠 전,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그 순간을 맞이했다. 

 ‘겨울왕국’에서 안나는 언니인 엘사에 의해 마법에 걸려 마음이 얼어간다. 안나는트롤에게 병이 나을 방법을 묻고, 트롤은 ‘진정한 사랑의행동’이 그 병을 낫게 할 유일한 방법임을 알려준다. 그리고며칠 안에 ‘진정한 사랑의 행동’을 하지 못할 경우, 안나는 죽는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뻔한 뒷이야기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아마 백마 탄 멋진 왕자가 나타나서 안나에게 ‘진정한 사랑을 담은 키스’를 한 다음, 청혼할 것이다. 그리고 안나는 왕자와 행복하게 산다. 뻔하디 뻔한 디즈니 영화의 해피엔딩 식 결말이 그려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과는 별개로 펼쳐진 이야기의 평행우주 속에서, 안나는다른 방법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안나는 진정한 사랑의 행동을 ‘받는순간’이 아닌, ‘주는 순간’ 마법에서 풀려난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은, 자신을 마법에 걸리게 한 엘사이다. 크리스토프에게 사랑의 키스를받아 마법에서 풀릴지, 아니면 한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 언니를 구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안나는 후자를 택한다. 그리고그것은, ‘진정한 사랑의 행동’이 맞았고 안나는 마법에서풀려난다. 자칫하면 흔한 동화로 전락해버릴 수 있었던 이야기가, 새로운결말을 맞이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사랑하는 이의키스를 받아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익숙한 미담보다 가치 있고 위대한 것이다. 흔하게 찾아오는 위기와선택의 순간에서, 남을 껴안는 것은 어려운 만큼 아름답다. 

이후 영화는 안나와엘사의 행복한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과정이 어떻든, 디즈니동화의 헤피엔딩은 여전한 셈이다. 그러나 나는 뭔가 익숙한 고난에서 뻔한 행복으로 귀결되는 신데렐라와같은 이야기보다, 남을 위한 선택으로 행복해진 안나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든다. 현실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생존이위태로운 상황에 우리는 타인을 껴안고 사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을 가져다 주는가. 이 거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겨울왕국’은 우리에게 전한다. 우리는 ‘안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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