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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쓴이 Feb 07. 2024

3년간 살아온 집과

안녕했다!

3년 전, 잠실에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며 독립했다. 열심히 발품을 판 덕에 회사 근처인 석촌역으로 자취집을 구했다. 임대 사업자의 집이었다. 집의 컨디션이 아주 좋은 건 아니었지만 보증금과 월세 컨디션이 아주 괜찮았다. 게다가 주방과 합쳐진 닭장 같은 방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집과 계약했다.


그날의 기억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집에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건... 지금 생각하면 너무 힘든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저 설레기만 했다. 그날 나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거운 짐을 모두 옮기고, 저녁엔 친구의 남편이 사준 피자를 먹었고, 그날 밤엔 친구들과 함께 우리 집에서 잠을 청했... 었나? (이 기억은 애매모호하다) 난생처음 독립하는 나의 홀로서기를 힘껏 응원하는 두 친구의 마음이었으리라. 2020년 10월 31일, 나는 두 친구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속 햄처럼 안전하고 포근하게 이사를 마쳤다.


그리고 2024년 1월 31일, 새 집으로 이사가 결정되었다. 이사 이틀 전, 3년 전 이사를 도와주었던 두 친구가 우리 집을 찾았다. 나는 이사 부담감에 새해부터 짐정리를 시작했다. 매 주말마다 당장 필요 없는 짐들은 캐리어에 넣고, 검은색 이사박스에 정리한 터라 친구들이 집을 찾은 날엔 집이 많이 어수선했다.


그 집에 셋이 다시 모여 앉았다. 기분이 이상했고 마음이 울렁거려 자꾸만 헛소리가 나왔다. 왠지 마음이 쓸쓸하기도 해서 말 수도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다. 물리적인 집과 이별하는 것보다는 집과 함께한 시간과 사람들을 내 기억 저편으로 보내는 일이 더 쓸쓸했다.


어쨌든, 그때 못한 말을 적고 싶다.

언젠가 우리가 그런 말을 했어. "우리 서로 옆집에 살자, 같이 사는 건 성격상 힘드니까(ㅋㅋㅋ) 근처에 살자. 우리 한 건물에 살자. 아니면 옆건물에 살자" 이 약속은 아주 긴 시간 뒤에 지키거나 또는 아예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에 집을 짓는다면 하나는 J의 집. 하나는 S의 집으로 반드시 지어둘 거란 말. 3년 전 나의 첫 독립공간을 살만한 집으로 가꿔준 너희들을 위해 나도 마음속에 있는 집 두 채는 매일같이 쓸고 닦고 열심히 가꾸어 둘게. 언제든 와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말이야.

고마웠어. 집아!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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