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큰한 주황빛 노을
지난 토요일 오후였다. 전날 과음을 해서 눈이 쉬이 떠지지 않았다. 블라인드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는 집 청소를 휘리릭하고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오늘은 뭐 할까, 고민하던 중에 자전거가 떠올랐다.
“오늘은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지만, 미세먼지는 보통이니까 그냥 자전거 탈까?”
“ㅋㅋㅋ 흠… 그래 타자!”
집은 응암역 근처다. 불광천 시작점. 자전거를 낑낑거리며 들고 나와 불광천을 달렸다. 응암역 3번 출구부터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 망원한강공원으로 - 망원한강공원을 지나 상수역으로. 열심히 자전거 길을 달리고 있는데 뒤편에서 찬란한 빛깔이 느껴졌다. 한강을 바라보며 쉬는 사람들이 모두 한 포인트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도 달리다가 잠시 멈추어 서서 달려온 길 쪽을 바라보았다. 자전거를 안전한 곳에 세워두곤, 돌계단에 앉아 타는 듯한 노을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는 주황색 빛이 흘러넘치고 사람들은 그 빛을 받으며 둘, 셋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까르르 웃는 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린다. 얼굴에 주황빛 생기가 감돈다. 아직 날이 꽤 추운데, 이 사람들, 그리고 나를 붙잡은 저 노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올해 본 가장 멋진 노을이 그날 있었다. 한강 표면에 노을빛이 묻어있었는데 그게 황홀해서 자꾸만 쳐다보게 되었다. 윤슬은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던 중에 해는 점점 저 너머로 모습을 감추려고 한다.
더 늦어지면 자전거 타기엔 추워질 것 같아서 자전거에 다시 올라탔다. 노을이 지는 반대쪽으로 달리고, 달리고. 그러는데도 자꾸 선명하던 노을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 앞에 서 있으면 언제까지고 붙잡혀 있을 것 같아서, 해가 모두 다리 밑으로 사라지면 후회할 것 같아서 - 마지막은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