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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Oct 16. 2024

가치가 먼저? 가격이 먼저?

지난 10일 저녁, 대한민국에 경사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소설가인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이며 아시아 여성으로도 최초다. 정말이지 자랑스럽고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글 좀 쓴다는 한국의 재능 있는 작가에서 이제는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선 모습이다. 이 때문인지 국내외서 한강 작가의 책들은 매대에 오르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떨어지는 독서율로 절치 부심하던 출판업계가 모처럼의 호재에 함박웃음이다. 


한강 작가의 글에 대한 대중의 시선 또한 완전히 달라져 너도 나도 책 사재기에 바쁜 모습이다. 평소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뿐만 아니라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려고 난리 법석인 지금의 상황. 이는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을 말하는 밴더웨건 효과에 어울리는 경우가 아닐까?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이가 급증하자,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을 얻은 중고책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초본이라며 원래 가격의 수십 배가 넘는 비싼 가격을 부른 경우도 있었지만, 2만원대로 올라온 책들은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웃돈 거래가 활발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요와 공급도 있지만 주목할 부분은 가치와 가격이다. 


사전적인 의미로서의 ‘가치(Value)’는 어떤 대상이 지닌 본질적인 중요성 또는 유용성을 말한다. 그리고 이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면에, ‘가격(Price)’은 특정 대상을 교환할 때 사용되는 화폐의 양을 의미하며, 시장 상황, 생산 비용, 수요와 공급 등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 가치는 높아진다. 반대로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는 당연히 가치는 낮아진다. 가치가 높아지면 가격은 올라가고, 가치가 낮아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한강 작가의 책은 가치가 높아져 수요가 많아졌지만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면 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기다리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당장 책을 사서 읽거나 소장하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가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사려 들 수 있다. 이는 곧, 지금 소비자가 느끼는 한강 작가 책의 가치는 적어도 가격과 같거나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가치에 가격을 맞춰야 할까, 아니면 가격을 가치에 맞춰야 할까?”


경쟁률이 매우 높고 치열한 시장에서는 유혈이 낭자하다. 경쟁자가 많아 포화상태가 된 시장이나 산업을 '서로 치고받고 싸우느라 핏빛이 된 바다'에 빗대어 레드 오션(Red Ocean)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와는 달리 경쟁이 없는 시장을 블루오션이라고 부른다. 이는 "바다처럼 본래의 푸르름을 간직한 평화로운 시장"을 뜻한다. 대체로 이 시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다. 누구나 영원한 블루오션을 꿈꾸지만 절대 쉽지 않다. 처음엔 블루오션이라 하더라도 돈이 좀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달려들면서 순식간에 레드오션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가치를 무시한 가격 전략은 생존하기 어렵다. 박리다매 전략을 내세워 최저가를 끝까지 유지할 수 없다면 무한 가격 경쟁은 최악의 가격 전략이다. 시장 자체도 죽이지만 결국 나 자신도 죽이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최저가 경쟁으로 성공한 업체는 마지막에 남는 단 한 업체 밖에 없다.


만약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기업은 제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의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게끔 이끌어야 하고, 가치와 가격의 균형을 맞추려는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만약 정확한 가치와 가격을 정하고 싶다면 내가 가진 얄팍하고 단순한 경험치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전체 판도를 보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바로 통찰력이다.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실전 경험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적어도 가격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새겨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자랑, 

한강 작가의 통찰이 더 다양한 분야로 심오하게 뻗어 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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