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Light Oct 20. 2024

ㄱ 신경정신과

case 03. 기억 과잉 환자의 수술

3년 전,
 
“응급입니다!!!”

“아니 외상환자를 왜 우리에게 보낸 거야?”
“노 간호사, 외상이 문제가 아닌가 봅니다. 원장 선생님 호출해 주세요.
환자는 검사실로 이동해서  X-ray, 기본 검사, 그리고 기억 검사까지 마저 해 주세요.”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이런,,, 어렵게 되겠어... 기억 과잉 환자야.”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기억 과잉이라니. 아니 그걸 차치하고 우선 그런 걸 검사하는 게 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기본 검사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억 검사는 의식이 있어야 가능한 그런 거 아닌가?
근데, 이 곳에 오래 일했다던 저 간호사는 기억 검사라고 하니 바로 검사실로 안내하고..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버버버 하고 있을 때쯤, 원장님이 오셨고 기억 과잉이란 이야기를 하신다. 그리고 바로 응급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자네도 이제 알아야 하니, 수술실에 자네가 들어오게 정혁 군.”

수술은 개복 수술은 아니었다. 다친 외상을 꿰맨 것은 일반 외과에서 하는 것과 동일했지만 이상한 총 비슷한 것, 이하 총구로 이야기하겠다. 그것을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여러 번, 아니 수 백번을 잡아당겼다. 정확히 현미경 안경을 원장님이 쓰시고 머리를 들여다보며 뭔갈 겨누곤 했고 기억 검사실에 있다던 brain CT 같은 촬영을 하더니 수술이 끝났다고 했다. 응급 수술 같지 않은 수술이 끝났고 시간은 5시간이 지나있었다.  반나절을 누워있던 환자가 깨어났고 사후 진료가 시작되었다.


“이이경 님의 뇌에 해마가, 그러니까 기억이 너무 많아서 다른 기억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요 근래에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자꾸 뭔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잊거나 하는 상황은 없었나요?”

“맞아요. 이상하게 1년 전 일들은 기억에 생생한데, 심지어 사건 기록을 컴퓨터로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선명한데 요 근래에는 잊는 일들이 많았어요. 가족과의 약속을 잊는 건 대수롭지 않게 잊었고 직장에서 해야 할 일들도 잊는 일이 잦았어요.”

”환자분, 사람은 어떠한 일을 겪으면 해마라는 것이 그 기억을 품고 살게 되는데 환자분의 경우, 사건 관련 끔찍했던 일을 품는 해마가 알을 낳게 되면서 그 기억이 파생 기억을 낳고 또 낳았습니다. 때문에 사건 관련 기억은 생생하게 났을 거고 그와 대비되어 일상적인 기억과 소중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던 해마들은 궁지에 몰렸던 거죠. 이런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해마의 경우 대개 수를 늘려 세를 부풀리고 사람이 우울하게 된다거나 비관적이게 만들게 됩니다. 이이경 님의 뇌는 수술을 통해 파생하는 해마를 제거했고 그 외에 다크 하게 변해버린 해마 세포들을 재생할 수 있도록 호르몬을 투여했습니다. “

‘세상에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그에 파생한..... 뭐? 내가 본 것이 뭐지? 여긴 어디야.’

“쉬세요. 장시간 수술을 하셔서 좀 쉬셔야 합니다. 수면이 충분해야 회복이 빠릅니다.
자네도 이리 나오게. ”

병실에서 나온 원장님의 한마디는 이러했다.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자네도 기억과 관련해서 관심이 많다고 들었네. 여기서 수련하면서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걸세. 내일 보세.”


퇴근 후에 술을 진탕으로 마셨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출근했다. 물론 어제와 똑같은 병원에 똑같은 원장님과 간호사와 수간호사였지만 뭔가 이곳은 다른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ㄱ 신경정신과 의사생활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ㄱ신경정신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