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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ight Oct 21. 2024

ㄱ신경정신과

case 05-1. 정대만 그를 잊고 싶어요.


- 똑똑똑 -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

“앉으셔도 됩니다. 편하게 하세요.”

“아….. 저는…. 일단 상담만….”


.

.

.

.


대학교 1학년 엉망진창의 시절을 지나

2학년 겨울 방학이 된 지금.

나는 병원이라면 소독약 냄새로

가득해지던 기억이라며 싫어하던 내가

제 발로 이곳에 왔다.

아… 상담만 받을 수 없나?

기록은 남을 까?

상담만이면 나중에도 영향은 없지 않을까?


“이재이님”


아……. 어떡하지….

내 차롄데 그냥 나갈까.

진료실이건 상담실이건 가지 말까.

하……… 일단 쉼호흡 먼저.


“안녕하세요……?”


어?! 생각보다 좀… 따듯한 분위기네?

할아버지인가 아니면

머리만 하얗게 변하신 건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외형인데.


.

.

.

.


그녀는 대학교3학년을 앞 둔

그러니까 내담인인 그녀는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할 시점에

그렇지 못한 마음을 토로하고 싶어했다.


1학년 여름에 만나

이듬해 가을 무렵 헤어진 사람을 잊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 다른 건 역시나 소극적인

정보, 이야기, 교제 상대에 대한 표현이

역시나 그것을 향해 있다.

아마도 가정 내 분위기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이민까지 고려했음을 밝히는 걸로 보아

확신이 든다.


.

.

.



“그 분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

“아, 그건 왜….. 물으세요??“

“좀 이재이씨랑은 다른 느낌일 거 같아서요.

 저 내담자가 꽤 있어서 마실 거 가지러 가는 데

 페퍼민트와 얼그레이 있습니다.

저 혼자 마시기 그런데, 어떤 거 드실래요?“


.

.

.


“좀… 그 사람은 학교에서 많이 놀았어요.

좀 놀아 본 사람 쯤 되나요?

저랑은 너무 달라서 눈길이 좀 가긴 갔어요.“

“접점이 많지는 않았을 텐데요.”

“대학교 들어가면서 부터 좀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동창회 같은 만남이겠군요.”

“동창회가 있다는 연락을 저를 제일 싫어하는 아이가

갑자기 알려줬어요. 올거지? 온다고 이미 알고 있어라며 좀…. 저를 압박했어요. 게다가 덧붙이는 한마디가 결국 저를 그곳에 있게 했어요.“

“어떤 말을 하던가요?”

“너 인기 많은 건 알고 있었는 데,

너희 부모님이 꽤 열심히 너를

보필하고 있었더라는 말이요.

저는 저의 힘으로 온전하게 자랐다고

나름 많이도 뿌듯해 하고 있던 찰나였어요.“


“이재이씨 이거 한 번 작성 해 볼까요? “

“선생님 <문장완성검사> 말씀이시지요?”

“좀 다를 겁니다.  해 보시죠.”

“?????”



검사는 너무도 촉박하게 느껴질 만큼

나는 시험을 보는 듯

의사선생님 앞에서

그것도 모래시계 속 모래가 떨어지는

소리까지 느껴지던

그 적막함 속에서

<문장완성검사>를 했다.



.

.

.

.

.


“시간이 완료 되었습니다.

작성은 다 하셨고 조금은 힘드신가요?

생각하신 것 보다 달리 문장이

좀 생경하시죠?

다음 진료는 이틀 후입니다.

상담이 아닌 진료인 이유는

양약처방이 아닌 이곳에 오셨을 때

보인 이재이님의 행동추이,

그리고 저와 나눈 대화 속에

더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간호사 분께 시간 다시 확인하시고

이틀 후에 뵙죠. 다음 주가 아닙니다. :) “


“선생님, 저는 수술의 희망하지 않았습니다. “

“수술이라…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알고 오셨을 테고

   각오는 되셨죠? 선택은 본인이 하시면 됩니다.

   한 회차 기록은 그렇게 사회적 영향이 없음을

   미리 밝혀 둡니다. “


  

   “수납하시면 됩니다.”


아… 왜 이렇게 찝찝해.

운동화 젖은 기분이야.

아…… 이틀 후에 가족 식사가 있구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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