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아닌 연휴를 보낸 느낌이다. 내년부터는 부지런해지자고 다짐을 했건만 그런 다짐이 무색해질 만큼 3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찔리는 마음이 들어 자다가 눈이 번쩍 떠졌다. 작심삼일이라는데 삼일이 가기는 커녕 삼일을 늦어버렸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자. 그런 생각으로 다이어리부터 폈다.
다이어리는 민망할 정도로 깨끗하다. 괜히 일정 칸에 뭐라도 적어두었다. 1년동안 이 친구랑 친해질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다. 중간중간 내려놓게 되더라도, 잠깐씩만 쉬고 들고가자는 생각을 해본다. 한 번도 놓치지 말아야지, 라는 말은 생각보다 나를 많이 압박했고 그때문에 한번 틀어지기 시작하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쓰지 않게 된 다이어리가 몇 권이 있기에 좀 더 헐렁한 마음으로, 한 번이라도 더 쓰자는 느낌으로 다가가보려고 한다.
잠깐 내 얘기를 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건 영 서툴렀다. 운동신경이 없어 운동 비슷한 것이라도 하는 날에는 자빠져서 피를 질질 흘리곤 했다. 특히 자전거를 갓 배웠을 때는 정말 한 시간에도 몇 번씩 넘어지고 어디에도 부딪치고 해서 너덜너덜해졌던 기억이 난다. 이십대가 되어서는 한 번쯤 몸이 좋아보고 싶어서 헬스장에 여러 번 깔짝대곤 했는데, 그 때마다 한 달이 안되어서 발목이 아팠다. 다리를 절기도 하고 더 심하면 아예 걷지 못하는 것이 일주일이었고 그게 반복되자 헬스는 내 길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수영을 시작하면 외이도염이 도지고, 피부병이 생기고 하면서 수영도 어려웠다.
이렇게 유리몸인 내가 그나마 운동을 길게 했을 때가 무수한 헬스장 도전기 중 한창 꼬박꼬박 준비운동을 했을 때였다. 유튜브에서 준비운동 루틴을 확인하고 매 운동 앞 30분은 꼬박 준비운동을 했다. 그때는 운동시간을 늘리려는 나름의 꼼수로 했던 것이긴 한데, 그만큼 어디 아픈 일 없이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작심삼일을 백 번 하면 1년을 간다는 말도 있던데, 이번 3일도 준비운동이었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조금씩 하다보면 습관이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인드로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