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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오비피엠 Oct 09. 2020

가장 낯선 한국사,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서양의 시선과 묘사로 만나는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의 기록

본 리뷰는 <킹 세종 더 그레이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글날이다.

그래서 샀다.


스타트렉 작가인 조 메노스키의 <킹 세종 더 그레이트>다.


세 줄 요약 :  1. 한글의 창제 직전과 직후를 보여준다.

                    2. '역사판타지'라는 말대로, 여러 장르의 느낌이 녹아든다.

                    3. 낯선 시선으로 본 우리의 역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사극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는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유행할 때도 한 번도 안봤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미디어에서 그린 한글창제와 세종의 이야기를 봤다면 그것과 더 비교해가면서 읽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 말하는 세종에 대해서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외국인의 눈에서 본 세종대왕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궁금증 하나만으로도 책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침 한글날이기도 했고, 소위 말하는 '국뽕'도 어느정도 있었다. 어쨌든,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글은 크게 1부 창제, 2부 반포로 나뉜다. 제목은 '킹 세종'이지만 세종의 일대기라기보다는 '한글'에 집중하고 있기에 이미 세종대왕이 상당히 나이를 먹은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맨 첫 부분을 읽으면 참 기분이 이상하다. 분명히 한국에 대한 이야기인데 인물들의 말이나 장면 묘사들이 상당히 낯설다. 정세와 같은 부분들을 서술하는 부분이나, 왕이나 군주로서의 모습을 두각하는 초반부도 그렇다. 나는 세종대왕을 인자하고 발명과 책을 좋아하는 이미지로 기억하는데 이 책의 초반부에서는 모의전을 치루고 갑옷을 입히는 모습을 통해 전쟁에도 능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화차나 신기전, 각종 대포의 개발도 이루어지긴 했지만 전략과 전술을 생각하는 모습은 거의 접한 적이 없었기에 작가의 군주관? 같은 게 다소 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번역에 대해서는 조금 애매했다. 나도 어느 것이 정답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 '외국작가'의 느낌을 더 살리기 위해 원문을 많이 존중한 느낌의 번역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어색한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번역의 '문제'라고 볼 것인지... 조금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문제삼을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다. 또 읽어 나갈수록 몰입과 안정이 되기도 해서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창제' 파트는 훈민정음을 만드는 과정이자, 여러 떡밥을 뿌리는 과정이다. 맨 처음부터 보여주기보다는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창제의 과정, 그리고 그것을 알게되는 신하들의 반응 같은 것들, 그리고 세종대왕과 백성의 교류 같은 것들이 드러난다. 특히 이 작가분도 세종대왕이라는 사람을 참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부분에서 많이 보인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군주가 아닌, 백성의 옷을 입고 그들의 삶을 지켜보았기에 훈민정음의 창제이념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더불어 백성들 역시도 세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면서 세종대왕 한 명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헌왕후, 황씨부인, 집현전의 학자들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한글이 창제되고,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세종의 이야기, 한글의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다.



'반포' 파트는 한글이 창제되고 난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하들의 반발과 명나라와 몽골, 일본의 이야기가 쉼없이 교차되며 국가와 국가의 심리전, 정치적인 갈등, 그리고 전쟁의 야욕 같은 것들이 묘사된다. 이 부분이 상당히 독특했다. 작가가 '역사판타지'라고 부르는 부분이 아마 이 부분인 것 같다. 각각의 부분들이 겹치며 긴박하게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씨앗이 세종의 애민정신과 백성들의 세종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이야기가 치밀하고 탄탄하게 잘 짜여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최만리와 황희가 세종에 대한 반대세력으로 나타나는데, 고작 신하라는 느낌이 아니라 상당히 강력한 적대세력처럼 느껴진다.



여담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놀랐던 것은 기독교인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작가가 상당히 깊은 부분들을 조사하고, 여러 재미있는 설들을 많이 채택했던 것 같다. 당시의 국제정세에 대한 부분도 놀랐다. 다양한 지명, 인명, 문화적인 것들(대부분이 조선의 것들이지만)에 대해 깊이 조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작가가 세종대왕에 대한 애정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발음도 쉽지 않고, 여러 문화권이 엮인 이야기를 풀어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글로벌 영상화가 된다고 하는데 참 기대가 되게 만드는 글이었다.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재미있는 이야기이고 아마 영어로 나온 책도 충분히 잘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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