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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Jul 15. 2018

어른이

어른이지만 사랑에서만큼은 어린이

 나는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남자지만 멜로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이야기가 가득한 일본 소설도 자주 읽는다. 이렇게 접할 기회가 많아서 그런지 사랑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한다. 그런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가끔 글로 남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서 그런지 나의 사랑에도 명확한 내 기준이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열심히 사랑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서른이 넘으면 사랑이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흔들려 잠시 내 생각과는 다른 삶을 살았던 적도 있었지만 후회만 가득 안고 다시 내 생각대로 살아왔다. 나이는 30대이지만 그렇게 진정한 사랑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어렸을 때야 이것이 사랑인지 잘 모르고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사랑했던 것 같다.


 

<뜨거움은 없지만 편안하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영화나 문학작품들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랑한다면 둘 사이의 모든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서로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사귀게 되거나 결혼을 하면 디즈니 동화처럼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결론으로 끝맺음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란 것을 잘 안다. 사귀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실망, 상대방을 실망시키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도 사소한 거 하나하나 맞지 않아 새롭게 모두 맞춰가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고 마찰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누군가의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대치만 한다면 위기는 해결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앙금만 남길 수 있다. 그 중요한 때에 서로 많이 사랑한다면 양보와 희생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많이 사랑해야 위기도 쉽게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없고, 그 사랑하는 사람과 만남을 이어가야만 서로 힘을 합쳐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그 소중한 사랑을 지켜나가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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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이 넘어서 하는 사랑에서는 사랑 그 이상의 것을 서로가 본다. 결혼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결혼을 생각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삶과 30년 넘게 살아온 생활 방식, 상대방의 생활 방식을 비교하며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상대방이 가진 여러 가지 것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만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한 것들이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극복 가능한 범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다른 점은 별로 볼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지에만 초점을 두고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했다. 어렸을 때에는 그 사랑이 소중한지 몰랐고, 서른이 넘은 지금은 그 사랑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쉽게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사랑만 가지고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주변 사람들이 서른이 넘어서는 사랑이 없다고 했던 말들이 왠지 내 마음속을 깊이 파고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이 사랑만 가지고 상대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살아왔던 모든 삶의 방식을 버리고 단순히 사랑만을 가지고 상대방을 위해 살려는 사람이 주변을 둘러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득 서른이 넘어서도 사랑만 가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생각이 짧은, 사랑에서 만큼은 어린아이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야 잘 모르던 것이 흠이 아니다. 하지만 어른은 으레 알아야 할 예의범절에 맞춰서 살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어른들이 어른들의 사고로 사랑하는 세상에서 어른의 몸을 가지고 어린이 같은 생각으로 사랑을 했던 나는, 그래서 계속 실패한 것이 아닐까. 그걸 왠지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 같다.


누군가가 말했다. 결혼은 사랑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믿었다. 사랑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제는 내가 틀렸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 같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내가 살아왔던 인생이 맞는지 틀린 지 참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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