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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Feb 09. 2020

일상 속에서 인생을 느낀다.

계속 달리고 싶은 이유가 있어...

날이 좋을 때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러닝을 했었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헬스장에서만 하고 한 달에 한 번도 밖에서 러닝을 하지 않게 된다.


TV를 보면서 실내에서 러닝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날이 춥더라도 밖에서 뛰는 걸 좋아한다.

내 다리로 전달되는 땅을 박차고 나갈 때 느껴지는 힘이 좋다. 내가 무언갈 직접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달리면서 얼굴에 느껴지는 바람이 좋다. 겨울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바람과, 여름에 느껴지는 습도 높은 바람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달리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보는 게 좋다. 낮에 뛰는 한강의 모습과, 밤에 뛰는 한강의 모습이 다르고, 여의도와 당산의 모습이 다르다. 반포의 모습과 망원의 모습도 다르다. 그런 풍경을 보고 뛰고 있노라면 새로워지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뛰는 것이라도, 러닝은 결국 몇 km 뛰다 보면 숨이 차고 포기하고 싶어 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보통 5~10km를 뛰는데 나는 2~3km 정도 뛸 때쯤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냥 혼자 뛰는 거니까 그만 뛸까?? 혹은 쉬었다 갈까??라는 유혹 말이다. 그래도 내가 나와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 대게 그 약속이라는 것은 ‘안양천 합수부까지는 뛰자’ 라던지, ‘ 마포대교 기둥을 돌아서 오자’라는 류의 약속이다. 힘이 들어 쉬고 싶을 때는 저 멀리 보이는 다음 다리를 보면서 뛰거나 강 건너편에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고 있는 건물 하나를 두고 저기까지는 뛰어보자는 새로운 약속을 만든다. 그 약속을 위해서 숨이 차 오르지만 열심히 뛰어본다.

그러나 막상 그 새로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지점에 도착하면 멈추지 않고 계속 뛰게 된다.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뛰면 보통은 더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약속이긴 하지만 새로운 약속을 지켰다는 성취감 때문에 힘이 솟아나서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간혹, 진짜 힘들 때에는 잠깐 쉬어가기도 한다. 어차피 나와의 싸움이긴 하지만 잠깐 쉰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목표로 세웠던 것보다 1~2분 정도 늦어질 뿐이다. 약 한 시간 정도 뛰는데 1~2분 늦춰지는 거야 별거 아니지 않을까??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냥 말로 들을 때에는 크게 내 가슴속에 와 닿는 것이 없었는데, 요즘은 내가 직접 느낀다.

정말 힘들 때나 지치면 잠깐 쉬어가면 된다. 내 인생 전체에서 하루 이틀 늦춰지는 건 별 일이 아니다. 일주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고 한 달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계속 가야만 하는 순간이 있는데 너무 힘들다면 페이스 조절을 하고, 중간중간 나 자신과 함께 새로운 약속을 세워서 나에게 성취감을 준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약 2주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이어져서, 이번 주말에는 계속 잤다. 토요일, 일요일 계속 잠만 자니 뒤쳐지는 느낌도 들고 나 자신을 한심해하는 나와 마주했었는데 잠깐 쉬는 건 괜찮을 것 같다는 자기 위안을 해본다. 아직 일요일이 남았으니 오랜만에 러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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