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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Aug 26. 2023

쟁여 둔 책을 꺼내 읽는 기쁨

오병남 <미학 강의>

쏟아내기만 하고 그만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흘려보낸 것들이 스스로의 보람과 충만감으로 회복되지 않는 수업과 강의도 간혹 있다.

그제 늦은 저녁 시간.

힘든 일정 속에서도 주 3회 요가를 꼬박꼬박 다니고 있는 내가 그 시간을 얼마나 좋아하고 의지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몸의 움직임과 호흡이 아주 편안하게 일치될 때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요가 수업 중 인사이드 플로우 수업을 특히 좋아한다. 음악에 맞춰 연결하는 요가 동작들 속에서 평소와는 다른 몰입감을 간혹 맛보는데, 그제는 세 번을 내리 연습하다 중간 정도부터 감정이 북받치기 시작했다.

아기 자세로 끝맺는 마지막 동작,  매트에 얼굴을 묻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무리 스트레칭 수업이 이어졌지만 그대로 있어도 되는, 그래서 좋아하는 요가라 내내 엎드려 있었다.

노래의 가사도,  간절한 염원을 담은 듯한 동작도, 나의 감정의 흐름도 서서히 일체감을 이루던 순간의 감격이었을까, 고단한 일정들을 묵묵히 견뎌주는 몸에 대한 미안함이었을까, 너무 애쓰는 삶이어도 그닥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지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사바아사나 시간. 불이 꺼졌다.

선생님이 다가와 "괜찮으세요" 하며 오일을 발라 뒷목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셨다.


"나마스떼"

깊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뒤 차 안에서 메모 앱을 열어 글을 써 두었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꼭 써야지.


내게는 10년 치 꿈도 있고, 1년 치 꿈도 있는데 올해 안에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것, 인사이드 요가 영상을 찍는 것이 들어 있다.

목표를 세우고 연습하니 꽈당 꽈당 난리도 아니었던 물구나무서기를 이제는 거뜬히 한다.


그때 멈추지 않던 눈물이 카타르시스였네, 책을 읽다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책인가 읽다가 인상 깊어 사둔 책을 뒤늦게나마 펼쳤는데, 이런 순간이 참 좋다.


뭔 소린지 이해 못 하고 읽는 부분이 많을지언정 텅 빈 영혼에 무언가를 채우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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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후에 음악이나 연극에 의해 인수하게 된 역할, 곧 감정을 달래고 진정시켜 영혼을 세척시켜 주는 역할을 담당하였고, 이러한 정화를 고대 그리스인들은 카타르시스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들은 동작과 음과 말로 이루어진 코레이아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이러한 춤을 미메시스 즉, 모방이라고 불렀다.


#오병남 #미학강의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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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책읽는시간

#내게가장갈급한시간

#다시시작해보자

#북코디네이터의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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