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위해 자신의 것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많은 노력을 한다.
* 내 맘대로 책 읽기 시리즈는 글쓴이의 '아카이브 확장' +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씁니다.
* 책 소개 / 전반적인 줄거리보다는 제가 꽂힌 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기록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 축구 잘 모릅니다.
* 댓글/라이킷/공유 같은 피드백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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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네이버 북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514698)
1. 들어가며
축구 잘 모른다.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을 잡게 된 이유는 순전히 '게임' 때문이다.
동네 친구들과 왕왕 축구게임을 하곤 한다. 게임을 하다 보니 (능력치가) 좋은 선수가 누군지, 어떤 팀이 잘 하는지 자연히 알게 되고 조금씩 관심이 생기더라. 동네 친구 A는 '바이에른 뮌헨'의 팬이고 몇 년이 넘도록 게임에서 '바이에른'과 '독일' 선수들로 자신의 팀을 꾸렸다. 애석하게도 이 팀은 꽤나 강해서 나는 수백 판을 졌고 질 때마다 '저 자식만 없었더라면...' 하는 '잘하는 (게임 속) 선수들'이 눈에 익었다.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수비수 '필립 람', '제롬 보아탱'이나 공격수 '토마스 뮐러', '미로슬라프 클로제' 같은 선수들, 흔히 로베리라고 부르는 양 측면 미드필더 '로벤과 리베리' 이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위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그득했다.
어차피 게임인데 '너도 그 선수들 쓰면 되잖아? 좋다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 친구가 쓰는 선수를 다른 친구가 쓰지 않는 것이 우리들 사이의 불문율이었고 그 망할 바이에른의 잘하는 선수들을 나는 쓸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바이에른은 나에게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망할 놈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그렇다고 그 팀을 증오하거나 혐오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어떤 스포츠를 볼 때, 주로 프로스포츠에서는 한 두 팀을 정해놓고 응원을 한다. 팀을 선정할 때 가장 첫 번째 조건이 '1등이 아닌 팀'이다.(학 곰군 이름을 타고 들어가면 '베어스를 보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 이에 대해 장황하게 써놓았다.) '바이에른'은 애석하게도 1등 팀이었다. 그것도 2등과 차이가 엄청나게 큰. 야구로 치면 한창때 비싼 선수란 선수는 다 사들이던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 같은 느낌이었다.
가뜩에다가 게임에서는 맨날 '바이에른'에게 깨지고, 게다가 내가 싫어하는 1등 팀이라니! 드럽고 치사한 그 팀을 내가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욕하다가 정든다고 수년간 반복적으로 그 팀과 마주하다 보니 가끔은 친근하기도 했다.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신착도서 칸에 한 때 '바이에른'의 수장이었던 펩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황당하게도 반가웠다. 나는 책을 집어 들었고 그대로 빌려서 집으로 왔다.
2. 과르디올라와 바이에른의 2013년
'과르디올라 컨피덴셜'은 주제프 '펩' 과르디올라( 카탈루냐어: Josep "Pep" Guardiola i Sala) 감독이 2013-2014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프로 축구리그 이름)의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을 지휘했던 1년을 취재한 인터뷰집이다.
한 시점의 한 구단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에 펩 감독과 2013년의 바이에른의 상황을 알고 책을 읽어야 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페인의 카탈루냐 출신으로 피파온라인 3의 모델을 하고 있는 '메시'가 입고 있는 유니폼. 'FC 바르셀로나'의 성골 같은 존재다. FC 바르셀로나의 연고지에서 태어나 유스 시스템(유소년 축구)을 거쳐 성인팀을 거쳐 감독까지 했다.
p.64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었던 펩은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스피드가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선수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공을 돌려야 했다. 그는 거친 태클을 피하기 위해 결정적인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과르디올라의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축구 철학은 나중에 그가 감독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자산이었다. 빠른 속도의 공격 축구가 바로 최선의 수비다. 효율적인 패스와 볼 컨트롤 그리고 가능한 한 거친 태클은 피하는 것이다.
펩은 선수 시절에도 꽤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조건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터프하게 몸싸움을 하기보다는 빠른 판단력과 영리한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갔는데 이것이 위에 발췌한 부분에도 쓰여있듯 그의 '축구 철학'에 바탕이 되었다.
2007~08년 바르셀로나 B(2군 팀) 감독으로 데뷔한 펩은 이어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FC 바르셀로나 A팀을 맡았고 이때 전무후무한 클럽 6관왕(섹스투플 혹은 헥스투플)을 달성한다. 쉽게 말해 한 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커리어를 기록한 것이다.(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펩은 멈추지 않았다.
2012-13 시즌에는 감독일을 하지 않고 미국에서 쉬었는데, 그때 그에게 세계 여러 리그에서 온 감독직 제안 중에 그는 굳이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팀을 선택한다. 2012-13 시즌의 바이에른은 3관왕(자국 리그, 자국 컵, 챔피언스리그(유럽 클럽 최강전 정도?))을 이뤘다. 쉽게 말해 더 올라갈 곳보다 지켜내야 할 것이 더 많은 팀으로 간 것이다.
p.472
로번(바이에른의 미드필더) : "동의합니다. 모든 걸 이뤘을 때가 진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생각으로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면, 그건 재앙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트레블을 달성한 뒤에는 눌러앉아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죠. 새로운 사고로 무장한 신임 감독은 우리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게끔 만들어줍니다. 우린 첫날부터 집중해야 했습니다."
p.179
바이에른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수들이었던 울리 회네스와 칼레 루메니게(바이에른의 이 사진들)는 바이에른의 언어를 창조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르디올라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바르사처럼 축구할 수 있게 가르쳐 주시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린 계속 이기고 싶지만, 우리 특유의 스타일로 이길 수 있으면 좋겠소. 그래야 사람들이 '그게 바로 바이에른의 축구야'라고 말해줄 테니까."
만약 내가 펩의 입장에서, 6관왕에 오를 수 있는 결승을 다 오르고 수십 번의 우승을 4년간 경험했다면 감독이라는 직업을 관뒀을 것 같다. 더 올라갈 곳도 없는 곳에서 괜히 커리어에 흠집을 내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펩은 외려 더 높은 곳으로 달린다. 혹자는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의 '선수빨' 내지 '팀빨'로 그런 커리어를 만들었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두 번째 팀 '바이에른'에 입단하는 상황만 보아도 전 시즌 3관왕의 팀에 가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다. 아무리 팀이 좋고 선수가 좋더라도 지난 시즌의 지난 감독보다 더 올라갈 곳이 없는 곳에 도전하는 것은 그 '부담' 때문이라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반 할, 유프 하인케스가 가꿔놓은 바이에른에 들어가 그의 '축구 철학'을 심는다.
이는 이 사진들의 판단 '이기는 것도 좋지만 바이에른의 축구를 하는 것.'에 부합한다.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에서 다룬 '오리지널'의 조건에도 부합한다.
'오리지널'의 조건
1. 다른 표현자와는 명백히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사운드든 문체든 형식이든 색채든)을 갖고 있다. 잠깐 보면(들으면) 그 사람의 표현이라고 (대체적으로)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2. 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전 업 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스타일은 성장해간다. 언제까지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그런 자발적, 내재적인 자기 혁신력을 갖고 있다.
3. 그 독자적인 스타일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일반화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흡수되어 가치판단 기준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한다. 혹은 다음 세대의 표현자의 풍부한 인용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ㅡ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p98, 현대문학
승리하는 것, 그러면서도 자신의 색을 갖고 승리하는 것, 또한 그 색이 스스로 버전 업을 하는 것, 그것들이 스탠다드(기준)가 되는 것. 소위 '티키타카'(펩은 이 단어를 격렬하게 부정한다.)라 부르는 펩의 점유율 축구는 바르셀로나에서 뮌헨으로 건너오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선수들)에 맞게, 리그 성향에 맞게, 그리고 다가올 경기에 맞게 전술을 끊임없이 수정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기본 철학은 고수한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경기에서 그는 대패를 하는데, 평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나섰다가 그 사달이 났다. 그 이후로 그는 더 똥고집을 부려 자신의 색깔대로 경기를 풀어간다.)
펩은 분명 최고의 자리에 있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채찍질을 한다. 내가 보기엔 더 올라갈 곳이 없는데 그는 계속해서 위를 바라보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 경기 전 상대팀 경기와 자신의 팀 경기 비디오를 수백 번씩 돌려보고 수만 번 전술을 시뮬레이션하면서 경기를 준비한다.(그래서 대머리가 된 것이 아닐까.)
그 강박. 그 열정. 그 반복이 그가 왜 팀을 월드클래스로 올려놓고, 팀의 색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3. 나에게 온 포인트
나는 책을 읽을 때 새로 들어오는 정보들과 내가 들고 있던 경험을 비교한다. 나는 분명 '색'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나의 글이(소설이든 리뷰든) 읽히는 순간 '학곰군'의 글이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뜨문뜨문 오는 반응에, 이룩한 것이 하나도 없음에, 이 모든 것이 경제활동과 직결되지 않음에 좌절하고 쉽게 포기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뭔가 놓쳐도 한참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펩은 자신의 전술, 철학이 엄청난 비난을 받아도 꿋꿋하게 밀어붙인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정을 하기보다는 승리를 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한다. 이게 나에게 온 포인트다. 이것은 나에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나도 잘 모르겠다. 헷갈린다. 글밥을 먹겠다고 무모하게 인생을 걸만한 용기도 없을뿐더러 내가 그만한 탤런트를 갖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계속 든다. 한편으론 머뭇거리다가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아 불안도 하다.
그래서 책과 영화 테레비를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브런치라는 채널을 통해서 나의 아카이브를 구축해보려고 한다. 많이 보고 느끼면서 나의 현 위치와 가능성을 진단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이다. 내가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관둬버릴지도 모른다. 일단 해보자. 관두더라도 업그레이드해보자. 그뿐이다.
*책/독서/책리뷰/아카이브/독서/추천은 아님/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