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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an 29. 2024

2024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월 4주차

2024.01.22~01.28

라스트 일주일

2월 4일 입춘을 기점으로 갑진년으로 바뀐다고 한다. 너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도 같고, 마음도 리프래쉬 할겸 동해에 다녀왔다. 글쓰기 캠프를 하러갔지만 글은 안 쓰고 잘 쉬다가 왔다. 돌아와서는 여독이 있었는지 하루반을 앓아누웠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인풋노트를 올린다.

동해에서 얻은 건 '너무 신경쓰지 말자'였다. 고민한다고 답나오는 것도 아니고, 미래가 하나도 안보인다고 좌절할 것도 아니구나. 그냥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하고 해뜰 날을 기다리면 되지 않나 싶더라. 그래서 뭘 빽빽하게 더 하려하지도 않았고, 하나라도 더 보려고 악착같이 걷지도 않았다. 적당히 산책하고, 적당히 책 읽고, 적당히 영화보고, 바다도 보고 하다 왔다.

몇 년 만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 시작을 하고 싶은 다짐을 한다. 비단 공수표일지어도 이거저거 던져봐야 뭐라도 될 텐데, 그 조차도 괜히 입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던 짱박힘의 시기는 지난 모양이다. 어떤 형태로 일을 도모할지는 여러모로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구상만하고 이번주를 그냥 보내지만은 않았다.


자주 웃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매주 한 편 한국 코미디를 보고 리뷰를 하기로 했다. 

프롤로그와 1편 김씨 표류기 편이 올라갔다.

https://brunch.co.kr/brunchbook/comedymovie1



* 이번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빅 슬립 / 레이먼드 챈들러 > 1/3쯤 읽음

- 파스쿠알 구아르테 가족 / 카밀로 호세 셀라 > 완독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해야지 List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 죄와 벌(하) / 도스토예프스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카밀로 호세 셀라, 민음사, 2009(원작 1942)


-

하느님은 가장 높은 곳에서 독수리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지요. 작은 것도 놓치는 일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 주실 거야!"

"그분이 우리를 그렇게 좋아하시지는 않을 텐데..."


________


✅이요마 노트

<죄와 벌 (하)>를 읽기 전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은 책. 라스콜니코프 같은 악인(?) 혹은 죄인이 주인공인 책을 검색하다가 만났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은 주인공 사형수 파스쿠알 두아르테의 생애를 그의 시선에서 적어간 묘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파스쿠알의 원고'를 입수해 필사해 출판한다는 옛날소설 느낌의 구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회고록, 아니 그보다는 고백에 가까운 파스쿠알의 진술 속에는 그의 우울한 생애가 절절하게도 그려진다. 임신한 엄마를 패던 아버지, 돼지한테 두 귀를 먹히고 얼마 안 가 기름통에 빠져 죽은 막내동생 마리오, 떠나려하지만 끝내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부유하는 여동생 로사리오, 모종의 이유로 2년간 고향을 떠난 사이 동네 양아치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 아내를 성매매하는 포주 역할을 한 어머니까지. 가족 소개만 보더라도 파스쿠알의 인생은 난삽하고, 괴롭고, 어쩔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죄를 합리화 하지 않는다. 자신 앞에 놓인 비극에 괴로워는 하지만 두고두고 원망하진 않는다. 다만 도망친다. 여러번 들락거린 감옥이 편할 정도로 그가 고향에 돌아올 때마다 멘탈을 부셔놓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에게 안식은 없어보인다. 애석하게도 도망의 끝에 낙원은 없다. 반복해서 그를 다시 원점으로, 그에게 마이너스밖에 안 되는 환경으로 몰아넣는다. 그래서 내내 괴롭다.


이 소설이 1인칭 원고로 쓰였기에 현장감과 시야의 한계(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기에)가 주는 긴장감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시점으로 눅진한 이야기를 하나 써봐야겠다 싶었다.


어쩔 수 없음을 넘어서는, 파괴된 파스쿠알의 이야기에는 아프지만 묵직한 힘이 담겨있었다.



2. <지루하면 죽는다>, 조나 레러, 윌북, 2023


-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예측 오류, 즉 예상하지 못했던 보상과 뜻밖의 사실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전제를 설정한 뒤 미묘하게 우리의 기대를 깨뜨린다. 해답 공개를 최대한 늦추며 몰입하게 한다. 우리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는 것, 그것은 바로 궁금증이기 때문이다.


-

"드라마에는 반드시 불확실성이 있어야 합니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야 해요."


-

"(...)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아직 미스터리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뭔가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그 느낌을 잊지 말고 항상 이런 느낌이라야 한다고 스스로 환기 해야 해요. 우리에게 살아 있는 기분과 재미를 느끼게 하고 에너지를 불어넣는 건 모르는 것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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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

작법 책인줄 알고 낚여서 본 '미스터리'와 관련한 심리학책.

사람이 정보가 부족한 상태, 모르는 상태, 즉 미스터리의 상황에 왜 흥미를 느끼고 이 미스터리를 사회, 예술, 교육 등에 적용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라는 주제가 왜 재밌는지 궁금했는데 그것에 대한 대답은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하고 궁금해지는 '정보의 결핍'은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준다. 인간의 머리는 미스터리 앞에서 카너만의 시스템 1이 작동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로 채워버리기도 하고, 시스템 2의 입장에서 차근히 나온 근거와 실마리를 조합해 추리를 하기도 한다. 어느쪽이든 '재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라는 도구는 효과적이다.


설명보다는 여지를 남기자는 교훈을 얻은(?) 책. 공백을 두어서 읽는 사람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써가자.



3. <인간이 그리는 무늬>, 최진석, 소나무, 2013


-

'아무거나'와 같은 안주를 시키는 사람은, 자기 욕망을 깔아뭉개는 '죽은 사람'입니다. 가장 원초적인, 그리고 가장 욕망하는 나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가장 근본적 욕망인 식욕조차도 제대로 마주할 줄 모르는, 아니 자신의 식욕조차 타인에게 의탁하는 사람입니다. 먹을 수 있는 신체 기능은 있으되 무엇을 먹고 싶은지, 그 욕망이 거세된 사람입니다.


-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바라는 일을 할 때,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 사람은 잘할 수 있어요. 왜 그런가? '바람직함', '해야함' 그리고 '좋음'에는 '내'가 없고 '우리'가 있을 뿐이고, 좋아하는 일, 바라는 일, 하고 싶은 일 속에서야 '우리'가 아닌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삶의 동력은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욕망에서 힘을 받기 때문입니다. 보편적 이념의 틀을 벗고 우뚝 선 자아만이 아무 편견 없이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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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

요 몇 년 나는 '회복, 복귀, 잃어버린 것 되찾기' 같은 키워드로 꽤나 조급해 하며 살았다. 그러나 한 번 꺼진 불꽃을 다시 켜기란 쉽지 않았고, 힘을 쥐어짜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하며 악순환을 자초했다. 그래서 좌절스러웠고, 에너지 레벨이 전만큼 오르지 않는 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비난하면서 스스로의 쓸모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얼른 회복해서 과거에 멀쩡했던 때의 궤도로 돌아가야지.'라는 말이 맞는 말일까? 그게 맞나? 그렇게 돌아가고 되찾아야만 할 정도로 내 과거가 소중한가?


한번 싹튼 의심은 점점 커졌고, 그 질문들에 하나씩 답을 해보았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 시점이 지금보다는 나을 수는 있겠지만 꼭 돌아가고, 되찾고 싶을만큼 행복하진 않았다. 과거의 궤도로 내 일상을 돌려보낸다한들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러면 나는 왜 '그때의 나'에 천착했을까.


어제 내린 결론은 그 고민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솔루션으로 나아갔다.


'과거로 돌아갈 생각하지 말고, 지금 행복하고, 지금 더 웃자.'

-> 그러니 일주일에 한 편씩 코미디 영화를 보자!

-> 그 기록을 남기자! (브런치 연재 매거진을 하나 만들었다.)


과정을 건너뛰었지만 이게 정답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도서관을 서성이다가 문득 개그맨 고명환 씨가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는 책에서 인용했던 책, 최진석 교수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가 문득 떠올라 빌려서 보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자연히 넘어간 '과정'에 대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최진석 교수는 책에서 주구장창 같은 메시지를 낸다.


'우리가 아니라 온전한 나로, 주체적인 존재로 욕망하라.'


그는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 정확히 욕망하는 사람이 되기를 권한다. 아무거나라거나, 사회나 관계속에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고, 내가 욕망하는 걸 선택하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결과 무늬가 있는데, '세상이 원하는 것' 같은 막연한 보편에 포섭되어 독자성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책의 내용을 나에게 적용시켜보니, 나는 대학 잘 졸업하고 회사 다니는 '보편'에서 벗어난데서 매우 불안함을 느꼈고, 그래서 자꾸만 나의 궤도(사실은 사회가 정한 궤도)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이었겠구나 싶었다. 그걸 간절히 원하냐면 그런 건 아니었다. 이유를 대더라도 '나'는 빠지고, 돈이라거나 역할을 먼저 떠올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내가 진짜로 바라던 '과거'는 무엇일까 더 생각을 구체화 하다보니 보다 명확해지더라. 내가 되찾고자한 '내 모습'은 사실 궤도에 진입하기 전 '대학생 시절의 나'였던거 같다. '나의 것', '내 주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다 헛거라고 생각하던(?) 그래서 논문도 결국 남의 연구라 볼 필요 없다며 스스로 논리를 만들던 무식하고 호기롭던 시절말이다. 그때의 나는 확실히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레퍼런스나 틀이 없으면 시작할 엄두를 못낸다ㅠㅠ


이젠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 과거의 영감에 천착하거나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은 도움이 안 된다. 그냥 바로 지금, 나의 현존과 일상의 기쁨에 집중하는 것이 나를 자연스럽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더라. 지금의 '자연스러움'이 내게 어떤 것일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에 오징어튀김을 선택하겠다.




4. <서른에 읽는 아들러>, 박예진, 유노북스, 2024


우리는 과거에 의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들이 현재나 미래를 결정하진 않습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가장 나에게 이로운 것들을 이미 선택하고 있으니까요.

(...)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가 삶의 이름을 어떻게 붙이는지에 따라 삶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그동안 나의 경험들, 내 안에 아로새겨진 기억을 모두 그대로 인정하되 내가 새롭게 삶을 꾸려 갑시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받고 싶은 대접을 세상에도 하면서요.


________


✅이요마 노트

뭔가 이름이 낯이 익어서 자연히 밀리의 서재에서 고른 책인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후속작이었더라. 쇼펜하우어도 한 번 읽어봐야지.


이 책만으로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하나 정리된 것은 하나 있다.

과거의 경험, 특히 6세 이전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나의 감정과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 그러나 과거의 그 억압되거나 상처받은 그 감정을 지금의 입장에서 보듬어주고 이해하고 덮어쓰기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저 이런건 불우한 네 어린시절때문이야. 그러니 보듬어주고 격려해! 라고 메시지가 끝났다면 뭐야. 태어날 때 불우한 집에서 태어난 애들은 평생 그리 살라는거야? 하고 반발이 올라왔을텐데, 이 책의 메시지는 '원인을 찾았으니 너 자신을 격려하면서 대접해주렴'에 가까웠다. 원인 발견-문제 제거까지는 아니더라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점이 좋았다.


지금의 나는 과거로부터 자유롭진 않겠지만, 지금의 선택을 통해 대물림을 막아서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던 책.




5.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봉현, 미디어창비, 2022


-

"지금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거부터 해볼까? 안 되겠으면 안 해도 되고, 못 하겠으면 못 해도 돼. 할 수 있을 때 하면 되니까 그때 하자. 별거 아닌 것부터 해보자. 대충, 해보자."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변치 않고 좋아하려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은 단순하다. '계속'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어떤 과정이든 끝이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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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마 노트

생활 패턴이 망가져 잠못드는 밤을 보내다가 충동적으로 표를 끊고 동해로 향했다. 여행을 계기로 뒤바뀐 밤낮과 무너진 루틴을 다잡을 요량이었다. 푹 쉬다가 갈 생각이었는데, 막상 와서도 고민과 불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숙소에 쉬이 잠들 수 없었다. 장소만 바뀌었지 평소와 비슷하게 휴대폰을 보다가 새벽 늦게 잠들고 말았다.


놓쳐버린 일상의 반복이 그리웠다. 이젠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생각도 없어졌지만(그저께 그렇게 다짐했다!) 반복이 주는 안정감은 안락하고, 많은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그랬다. 나만을 위한 반복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9년차 프리랜서의 생존기이자, 일과 삶에 대한 태도,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를 확인하는 단정한 반복이 봉현 작가의 일상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완벽한 이상향을 내려놓고, 오늘의 나에게 충분한, 그리고 충실한 사람이 되는 선택을 하는 작가의 태도가 참 좋았다.


시작만 된다면 일이 일사천리로 풀릴텐데 하는 마음으로 보낸 시간들이 떠올랐다. 출발점이 인생의 목표인양 많은 의미부여를 하고, 너무 큰 기대를 했었다. 지금은 계획이 틀어져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이 망한 건 아니더라. 그냥 오늘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테고, 해야할 말은 많을 테니 말이다. 가끔은 그때 한 큐에 순탄한 시작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어쩌면 언젠가 찾아올 부침에 더 큰 좌절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다. 별거 아닌 거 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오늘도 화이팅이다.




6. <비상식적 성공 법칙>, 간다 마사노리, 생각지도, 2022


-

자기 자신의 힘을 믿으세요. 자신의 힘이 무한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렇게 하자마자 당신의 눈앞에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것입니다.

(...)

현실은 당신의 마음이 만드는 것입니다. 자신을 신뢰하면 가능성으로 충만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자신을 신뢰하지 않으면 거울처럼 당신을 배반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현실을 바꾸는 것은 당신 자신입니다.


________


✅이요마 노트

간다 마사노리가 성공방식에 대해 쓴 자기계발서.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는 2가지였다.

하나는, 종이를 준비해 '하기 싫은 일'을 적고 그것을 하지않는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과 고자세로 세상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제공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의 셀프 이미지를 설정해서 그에 걸맞게 행동해 가는 변화였다.


몇년간은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왜 이모양이지? 라는 말에 꽂혀서 한동안 원망과 비아냥으로 세상을 보았던 것 같다. 다만, 세상에 메시지를 보내기보다는 혼자 방구석에 박혀서 꿍얼대는 방식으로 말이다. 요즘은 '어쩌면 지금의 나는 물론 세상탓도 없진 않겠지만, 내가 선택한 결과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정도로 스탠스가 바뀌었다.


전부 내탓이오 내탓이오 견디던 생활에서 남탓을 하던 시간을 지나 그 중간 어드메쯤 온 거 같은데, 이쯤되니까 이젠 다시 내 주장을, 내 메시지를, 내 것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졌다. 근데 간다 마사노리의 제안처럼, '제발 껴주세요. 날 채용해주세요.' 이런 느낌을 버리고 고자세로 셀프이미지를 만들어서 당당하게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과거의 나는 그냥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걸 써주는데 감사하고, 같이 프로젝트를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과거의 그런 마음가짐과 셀프이미지가 만든 선택으로 지금의 결과가 나온 거겠지.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싶다.


다른 내일을 생각할 여지를 준 책.




본 웹소설/웹툰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웹툰]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 나 귀여운 거 좋아하네..


본 영화

1. <김씨 표류기>(2009)


WHO ARE YOU?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웃자고 보려다가 웬걸 펑펑 오열하며 본 영화. 전체 리뷰는 아래 링크

https://brunch.co.kr/@hakgome/577


-

(...)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고도 한참을 울다가 눈물을 닦고 메모장을 켰다. 희망과 연결감이라는 키워드를 적었다. 우리는 살면서 어느 순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내 의지나 내 뜻은 뒷전이고, 대의나 공공의 목표에 따라 휩쓸리듯 살아가는 순간은 어떻게든 찾아온다. 현실 도피를 하는 두 김씨처럼 무인도로, 쓰레기가 가득한 방으로 낙오될 지도 모른다. 모두가 자신을 외면하는 고립에 빠질 수도 있다.


남들에게 나의 통제권을 내어준 결과로 '없는 사람'이 되어본 사람은 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그러나 두렵다. 미래는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풀리는 일 하나도 없다. 갑갑하고, 막막하고, 답도 없는 시간이 끝없이 반복된다. 그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김씨 표류기>는 'Who Are You'라는 질문을 던진다. 답을 하려면 '나'를 소개해야 한다. 이름을 말하든, 좋아하는 것을 말하든, 내 존재를 드러내야만 한다. 답을 하는 순간 '나'는 이름을 지우고 살아가는 익명 씨에서 세상에서 유일한 '나'가 된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고,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독보적인 '나'로 관측된다. 당신의 정체를 묻는 일은 손을 내민 쪽에서 할 수 있지만 대답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터널의 끝에서 들어오는 빛은 더 가면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만 더 가면 세상과 만날 수 있다는 연결감을 준다. 그러나 내 발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내 몸의 통제권을 갖고 한 발 씩 내딛지 않는다면 출구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생각하고, 바라는 방향을 선택해야만 기나긴 고립에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때론 '아니. 고작 이만큼도 내가 가지면 안 되는 거야?' 싶은 시간들도 찾아올 테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링 밖으로 끌어져 내쳐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나라는 것만 안다면, 함께 나아갈 연결된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나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내일을 도모할 수 있다.


그냥 맘편히 웃을 생각으로 골랐다가 웬걸 꺽꺽거리며 오열하며 본 영화. 그러면서도 다시 힘내서 살아갈 용기와 위로를 받은 '좋은 영화' <김씨 표류기>였다. 다음엔 말장난 많이 하고, 그냥 웃기만 할 영화를 봐야지 다짐하면서 글을 마친다. 오늘 점심은 짜장면을 먹을 생각이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선산>(2024)

✅ 이요마 노트(스포있을 수 있음)


좋아하는 재료를 골라넣어 만든 마라탕은 음식 자체의 호불호가 있지 않는 이상 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끓일수록 첫 맛과 끝 맛이 다를 수는 있구나 싶었던 경험.


오컬트(무속)+추리+수사(형사)+어둠의세계+미스터리+스릴러,... 그외 다양한 요소가 다 들어간 시리즈인지라 재미가 없을 순 없었다(?) 차라리 12부작이었다면 나았을까 싶기도 하고. 뒤로 갈수록 급해진 느낌.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약사의 혼잣말>(2023-2024)

: 간만에 재밌는 시리즈 하나를 찾았다. 마오마오의 T매력 장난 아님.



본 콘텐츠

[유튜브] 바밍타이거 - Buriburi+Pigeon and Plastic [열린 음악회/Open Concert] | KBS 240107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ncLm6AF5PYE

: 열린음악회에 읭 바밍타이거? 알고리즘에 떴길래 후다닥 보고왔는데 일주일 내내 이 노래만 흥얼거린듯.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웃고 싶어서 한국 영화 리뷰 매거진을 싲가했다(24/1/22)

https://brunch.co.kr/brunchbook/comedymovie1


우울한 마음이 들어 에세이를 시작했다(23/9/10)

제목은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https://brunch.co.kr/magazine/favoritenothing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들 화개(華蓋) - 2024 새해를 맞아 다시 시작함!

https://millie.page.link/z2wQx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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