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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an 21. 2024

2024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1월 3주차

2024.01.15~01.21

우울 종결 선언

이젠 그만 침대에서 일어나서 할 일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한 한 주. 계획 세우고 다시 달려보자. 우울은 반려질병이라 여기고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려 했는데, 책을 읽다가 우울을 '종결'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울 방패에서 나와서 달려보고, 에너지가 고갈되면 그냥 쉬고 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겠다. 이제 과거의 궤도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좋아하는 일이 마땅히 없어서요>는 이번주도 올라갔다.

https://brunch.co.kr/@hakgome/573


* 이번주 이건 꼭 봐야지 List

- 죄와 벌(상) / 도스토예프스키 -> 완독

- 순례 주택 / 유은실 -> 완독


* 다음주 이건 꼭 봐야지/해야지 List

- 빅 슬립 / 레이먼드 챈들러

- 파스쿠알 구아르테 가족 / 카밀로 호세 셀라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1. <죄와 벌(상)>,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열린책들, 2009(원작 1866)


-

문제는 이분의 논문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뉘고 있는 것 같다는 거야. 평범한 사람들은 순종하며 살아야만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비범한 사람들은 모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만일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당신의 논문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________


✅이요마 노트

언젠간 읽어야지 체크리스트 상단에 있던 책 <죄와 벌>을 2024년 첫 숙원청산 도서로 선정해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빌린 도서관은 그림의 버전이 아니라 200주년 특별판 전집을 소장하고 있어서, 다행히도(?) 열린책들 특유의 도스또옙스끼 같은 표기는 피할 수(?) 있었다. 아직 다 읽은 건 아니고, 상권까지 읽고 남기는 후기.


고백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대학 시절 과제 때문에 읽었던 <지하로부터 수기> 한 권이 전부였다. 읽어야지~ 하고 미룬 리스트에 속할 수밖에 없던 건 아무래도 진입장벽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선, 10자 이상 되는 이름들의 압박이 심했다. 가령 '소피야 세묘노브나 마르멜라도바' 같은 풀네임이 초반부에 인물소개한답시고 주렁주렁 나오고, 애칭에 약칭에 이름을 반만 부르거나, 존칭으로 부르는 게 겹쳐 주석이 또 주렁주렁 붙으면 사람 파악하다 지쳐서 관두곤 했던 거 같다.

두번째론,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쪼(?)라고 할까. 좋은 말로 포장하면 '장광설'이라는 특징이 읽다가 금방 지치게 만들었다. 이름 파악도 안 되는데 뭐 인물들이 말들은 그렇게 많은지, 듣다보면 이거 언제끝나 하다가 책을 덮었던 기억이...


여튼 이런 압박을 뚫어내고, 몇 번만에 도착한 (상)권의 끝에서 나는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표현이 천박한 건 아쉽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꼬랑내와 비슷하다. 라고 말이다.


거장의 작품을 폄훼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있지만,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는 것 같다. 처음엔 '엑 이게 뭐야?' 하면서 더 나아가지 못하지만 익숙해지면 꼬랑내에 중독(?) 되어 그리워지는(?) 두리안 매니아 같은 상태가 되는 거다. 내 겨우엔 그 심리적 벽이 200-300p 정도였던 것 같고, 3부 들어가면서부터는 쭉쭉쭉 나아가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 꼬랑내의 근원은 무엇인가. (스포 출발)

결국 '말'인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엑스트라까지도 말들이 너무 많다. 할말 안 할 말, 생각까지도 다 활자로 인쇄되어 있기에 구구절절하고 지난하다. 그 투머치한 말들의 향연 속에는 많은 게 들어있다. 이를테면 자신의 죄를 합리화하려고 사고를 끼워 맞추는 장황한 과정, 약혼자가 있는 친구 여동생 보고 반해서 센척하고 다음날 현타맞아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합리화 하는 찌질하고 자질구레한 과정이 다 드러나있다. 그래서 내가 이걸 왜 보고 앉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디테일하게 그 마음에 동화되어 읽고 앉아있는 거다.

그 꼬랑내 같은 핍진함 속에서 인물들은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말들이 있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는 아 이말은 왜 했지? 라고 생각하는 것까지 쓰여있다. 당연하게도 여운이나 감동보다는 긴장감이나 위태로움이 더 앞선다. 그런 날것의 느낌, 개소린 걸 알면서도 그래. 좀 더 해봐. 하면서 더 보게 되는 이상한 끌림. 그 불꽃을 도끼매니아들은 좋아하는 게 아닐가 싶었다.


라스콜니코프가 어찌될지 (하)권을 읽어보고 내용에 대한 코멘트는 이어서 달아야겠다. 어쨌든 왜 못 읽었는지, 왜 읽게되는지를 규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던(?) 독서였다.




2. <순례 주택>, 유은실, 비룡소, 2021


-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 씨 생각 동의."


-

"순례 씨, 있잖아. 나는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태어난 게 기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왜?"

"태어난 게 기쁘니까, 사람으로 사는 게 고마우니까, 찝찝하고 불안한 통쾌함 같은 거 불편해할 거야. 진짜 행복해지려고 할 거야. 지금 나처럼."


________


✅이요마 노트

'일찍 철이 든 아이의 불행 극복기'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이야기긴 하다. 주변에 기댈 사람 하나 없는 아이가 주로 할아버지나 할머니 포지션의 '진짜 어른'을 만나서 삶의 행복과 희망을 얻는 그런 서사 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주는 따스함과 안도감과 연결감 그리고 미래지향감은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걸 안다. <순례 주택>도 읽기에도 좋고, 캐릭터도 재밌고, 그들이 처한 상황도 리얼해 흥미롭다. 다만 내가 정말 안 좋아할 뿐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왜 안좋아하는고 하면 구태여 현실을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였던 거 같다. 주인공 수림이처럼 극단적으로 부모+언니가 빌런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비슷하다면 비슷한 환경, 이사를 해야했던 경험이 리마인드되면 '어렸던 내게 순례 씨가 있었더라면'이라는 모범답안 같은 생각보다는 '하... 이 꼴을 왜 계속 봐야되나...'가 먼저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긴 어려웠던 것 같다.


내게는 우리 가족을 품어준 근처에 사는 이모들과 큰이모부, 그리고 사촌들이라는 어른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그 굴레를 빠져왔지만, 한 번 늪에 처박힌 수림이의 가정이 순례 씨의 구조와 조력만으로 올라올 거란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저 그 안에서 지금은 최선의 선택을 하고, 어른보다 어른스럽게 처신하는 애늙은이가 될 수밖에 없는 주인공 수림의 인생이 너무나 불쌍했다. (안 봐도 30중반, 늦어도 40초반에 분명히 우울증으로 크게 고생할 거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책임을 지기위해 앞으로 삭제될 수림이의 20대와 30대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었다. 후속작이 안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니 그만큼 몰입감이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거 같다.




3.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반니, 2020


-

과거에는 외부 환경이 내 RAS에 명령을 했을지 몰라도 지금부터는 내 RAS에 들어가는 것을 내가 의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내 인생에서 겪는 것은 모두 나의 선택들에 기초한다. 긍정적 상황이든 부정적 상황이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과거 내가 행한 선택들이 불러온 것이다. 내 인생의 결정권과 방향선택권은 오직 내게 있다. (...)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삶의 주도권을 받고 그 결과에 책임질 의무를 진다.


-

그는(얼 나이팅게일)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대로 되기 때문에, 자신이 바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긍정형 생각으로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원치 않는 상황이 나를 선택하게 된다고 가르쳤다.

(...)

다른 사람들의 상황에 뒤엉켜 흐르는 물결에 휩쓸려 끌려가거나 타인의 견해로 짠 판에서 장기의 말처럼 움직이는 대신, 마음만 먹으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

해 볼 만큼 해 보기 전에는 포기하지 말자.


________


✅이요마 노트

RAS(망상활성계)는 인간을 '생각하는 대로' 이끈다. 시크릿이든 끌어당김의 법칙이든 매커니즘은 같다. '무엇을 하겠다, 갖겠다, 혹은 무엇이 되겠다.'고 확언하면 그 쪽으로 어떻게든 길이 트인다는 것. 하와이 대저택 유튜브를 통해 막연히 알게된 개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내용 정리가 되었다.


RAS가 이끄는 시각의 변화를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조카가 유모차를 타던 시절, 나는 우리 동네에 그렇게 많은 유모차가 다니는지 보도블럭이 이렇게 울퉁불퉁한지, 자동차가 왜이렇게 쌩쌩달리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커서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따라 그땐 절절했던 그 감각이 점차 줄어갔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나는 새로운 RAS를 알게 되었다.

여름방학에 일주일 정도 조카의 등하원을 봐주러 누나네 갔을 때 일이다. 오전에 노란차를 타고 수영학원에서 돌아오면, 챙겨서 학교 방과 후 수업을 보내고, 끝나면 한시간 정도 밥을 같이 먹고 놀다가 노란 태권도 차를 보내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그 일주일 사이에 나는 동네에 노란차가 그렇게 많았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유모차도 노란차도 평소엔 신경도 쓰지 않던 배경이었는데, 이것에 집중하고 RAS가 활성화 되면서 그것만 보이는 경험을 하면서, RAS라는 건 정말 있구나 알게된 모먼트.


그럼 내 삶은 어떠한가. 글쎄, 무엇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왜? 내가 어떠한 목표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없는 내비게이션이 공허하듯이 나는 무엇도 선택하지 않고 있었다. 메뉴를 고를 때도 아무거나, 가성비 좋은 거로, 일을 할 때도 적당히, 취미를 하거나 취향을 보일 때도 그냥 적당히. 물건을 나눌 때도 남는거로. 선택하지 않은 선택은 나를 무색무취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애석하게도 이 모든 건 다 내가 만든 RAS 세상이었다. 양보했는데! 배려했는데! 하고 억울해 해도 소용없다. 바라지 않은 건 나에게 저지른 죄였다. 이젠 더 잃을 것도 내어줄 것도 없기에 나는 올해부터는 세상에 요구하기로 했다. 메뉴도, 취향도 직접 선택해서 망할 때 망하더라도 내 인생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남탓할 거 없다. 남 눈치볼 것도 없다. 나는 내가 가고싶은 길로 갈 거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그곳에 닿을 거라 생각하며.




본 웹소설/웹툰


: 이번주는 없다.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웹툰]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 나 귀여운 거 좋아하네..


본 영화

1. <붉은 돼지>(1992)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


✅ 이요마 노트(스포있음)

'이 책 봐야지 리스트'에서 <죄와 벌>로 스타트 끊은 다음엔 '이 영화 봐야지 리스트'에서 이 영화를 골라 보았다. 보는 내내 돼지가 이렇게 멋질 일인가. 죄많은 돼지... 하면서 쭈욱 보게된 이야기. 줄거리 자체는 별 게 없다. 이탈리아 공군에 소속되어 전쟁에 투입되었던 파일럿 포르코는 전투중 의식을 잃고, 죽은 동료들의 비행기가 은하수처럼 떼지어 날아가는 환상을 본다. 그 뒤로는 돼지가 되어 나라도, 파시즘을 위해서도 아닌 그냥 '비행'을 하기 위한 사람이 된다.


<붉은 돼지>에는 유혈이 낭자한 복수도, 전쟁도, 치열한 감정선도 없다. 평화와 안심과 낭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보는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또 뜨거운 마음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 좋았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다. 나는 무얼 바라는 거지. 무얼 좋아하지. 아무런 대가 없이도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 하는. 물음에 답할 수 없다는 건 내가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냥 시대가 그러니까. 세상이 그러니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골랐던 선택들의 결과로 나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한때는 그런게 있었지만 내가 놓아버렸다. 그래서 늦되게 지금이라도 되찾으려니 도통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공허하다.


갈길을 모른다. 한치앞도 모르겠다는 말을 이제는 거둬야겠다. 그냥. 재밌어보여서. 좋아보여서. 시작하고, 끝맺음 짓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그만 일어나자.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 이번 주는 없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약사의 혼잣말>(2023-2024)

: 간만에 재밌는 시리즈 하나를 찾았다. 마오마오의 T매력 장난 아님.



본 콘텐츠

: 이번주는 없다.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우울한 마음이 들어 에세이를 시작했다(9/10)

제목은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https://brunch.co.kr/magazine/favoritenothing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이야기들 화개(華蓋) - 새해를 맞아 다시 시작함!

https://millie.page.link/z2wQx



얼룩소에는 글을 쓰곤 한다. - 이제 브런치와 동시연재를 할 생각. 업로드분을 다 옮기는중

https://alook.so/users/RKtj1G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구독, 하트, 댓글 언제든 환영


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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