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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27. 2024

2024 주간 이요마 인풋노트_4월 4주차

2024.04.22~04.27

숨고 싶었던 한 주였다.

마음에 불안이 확 올라와서 침대에 머문 시간이 많았던 한 주다.

아마 저번주에 트리거의 영향인 것 같은데 괜찮다고, 늘 있던 일 아니었냐고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숨고 싶어질 때는 행동이 지연된다. 설거지해야지 하면 싱크대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 걸리고, 이제 자야지 하면 잠드는데까지는 몇시간이 걸린다. 무얼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재미도 없는 유튜브를 계속 돌려보고, 평소에 하지도 않던 퍼즐 게임 같은 거 하나 다운받아서 그걸 하염없이 한다. 당면한 문제를 최대한 미루고 미루면서 도망가고 싶어한다.

다행이라면 이젠 내가 이런 지연행동이 나타나면 내 마음이 어떤 상태구나 하는 걸 짐작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가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이번주 일요일까지만 숨어있다가, 생활 패턴을 망쳐놓다가 다시 다음주 월요일부턴 마음을 고쳐먹어보자고 다짐했다.

크게 한 번 넘어진 이후로는 그래도 원인과 증상을 대충은 알 수 있으니, 다시 원점으로(완전한 원점은 아니더라도) 돌리는 노력이 수월해졌다. 회복탄력성이 올라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고로 이번주까지만 우울해하고 다시 일어나서 새 마음으로 다음주를 준비해볼 요량이다.


이번 주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효용'이었던 것 같다. 실패가 쌓이고, 콘텐츠가 무반응이라면 방법을 바꾸고, 루트를 달리해서 개선해가야하는 게 당연할 텐데, 이번주는 나에 대한 의심이 쎄게 올라왔다. 이게 맞아? 난 쓸모 있는 게 맞아? 난 왜 살지? 이거 해서 뭐할 건데? 부정적인 마음이 너무 올라와서 마음 명상이나 무의식 정화 같은 것을 찾아보면서 정리를 했다.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니지만 가만히 누워서 불안만 키우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면서 길을 트는 게 낫지 싶었다. 

장점이자 단점인 건 침대에 자빠져 의욕상실을 하더라도, 뭐라도 하면서 보낸다는 점이다. 물론 부정적인 마음은 뭐라도 '한 것'이 아니라, 뭘 할려면 제대로 해야지. 방향성이나 효율이나 브랜딩도 없이 그냥 하면 뭐하냐 하는 지적을 하지만 그래도 그게 안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걱정만 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이번주엔 한 회사에 면접을 보고와서 탈락 통보를 받았고, 짧은 소설 시리즈 <화개 2> 글을 올렸고, 언젠가 써야지 미뤄두다간 평생 미뤄둘 것 같아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완성하고 고칠 생각으로 <유언 주식회사>라는 오래된 원고를 꺼냈다. 새로운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대로 쓰고, 오래된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대로 고쳐가며 완성작을 쌓아서 올해는 반드시 소설가로 데뷔를 하고 싶다. 

여러모로 안풀리는 요즘, 바로 지금이 내 가치가 최저점이라 생각한다. 바닥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나아갈 것이다. 마음을 고쳐먹고 나시 시작해보자.



아래는 밀리로드에서 연재하는 소설들이다. 한번 들러서 읽어보시고, 재밌었다면 추천도 한 번 눌러주면 좋을 것 같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완성까지 가볼 요량으로 품 속에서 꺼낸 장편소설 <유언 주식회사>다.

근 10년은 이 이야기에 매여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나아가지도 못했는데 짜쳐도 괜찮으니 완성하고 고쳐보도록 하자. 어느날 벌어진 에펠탑 테러사건 이후로 세계 곳곳에 랜덤 랜드마크 테러가 벌어지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서전을 대필가로, 사람들의 인생을 대신 써주다가 우연한 계기로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12436?popup_open=y


화개 2는 단편, 초단편 소설을 다룬다. 화개의 뜻은 사주팔자의 화개살 할 때 그 화개가 맞다. 화려할 화에 덮을 개. 덮여있는 화려함을 가진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다. 군계일학, 낭중지추의 마음을 갖고 있지만 애써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덮고 있는 인물들이 이상한 일을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모으고 싶었다. 

본의 아니게 우주비행을 떠난 언어학자, 어쩌다보니 테러 공모자가 된 공무원학원 알바, 감정조절 장치를 뇌에 삽입해야만 하는 사회, 쓰는대로 소원을 이루어주는 노트를 손에 넣은 여자 이야기 등을 썼다. 다음 이야기는 아마도 낙오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1317


관심있으시다면 한 번 링크 들어와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모든 리뷰에는 스포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포주의


읽은 책

* 이번주는 짧은 코멘트만

1. <믿음에 대하여>, 박상영, 문학동네, 2022


✅이요마 노트(스포있을 수 있습니다)

: 연작 소설의 묘가 잘 살아있다. 2020~2021 코로나 한국의 모습을 이야기로 재현할 수 있구나. 나는 그냥 뉴스거리 삼았던 코로나 방역 당국 당시의 이태원 확진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였겠구나 싶었던. 점점 더 잘 쓰는 거 같다. 이번 책도 진짜 재밌었다.






2. <단 한 사람>, 최진영, 한겨레출판, 2023


✅이요마 노트(스포있을 수 있습니다)

: 최진영 작가의 새로운 일면을 본 느낌. 묘하게 무속적이고, 묘하게 마법소녀물 같으면서도, 절절하고 피폐하다. 나는 숙명과 생존이라는 키워드로 읽혔는데 '그럼에도 살아가는' 인물들 마음에 깔린 처연함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내어주는 최진영 작가의 마음이 좋다.




보는 중인 책들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죄와 벌 (하)>,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열린책들, 2009

2. <현실 없는 현실>, 요아힘 바우어, 복복서가, 2024

3.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이하진, 열림원, 2024




본 웹소설/웹툰

1. [웹툰] 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

슬금 슬금 보다보니 꽤 오랜시간만에 완독까지왔다. 무엇하나 기댈곳 없이 살아온 주인공, 유일한 취미는 웹소 로판달리기(?). 여느때처럼 다가온 트럭에 치여 '루루'로 환생한 그는 신데렐라처럼 위탁된 가정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았는데... 그런데 알고보니 자신이 냉미남(?)이자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파에라톤 가문의 막내딸이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주인공 루루 보는 맛에 계속 봤던 것 같다. 웹소설까지는 안따라갈 것 같고, 시즌2 나오면 이어서 볼듯.


보는 중인 웹소설/웹툰

* -ing는 기록만 간단히



본 영화

: 이번주는 없다



본 시리즈(-ing 포함)

다 본 시리즈

1. <삼체>(2024)

소르피자님의 강력 추천(책을 추천했다)으로 좀 보고 괜찮으면 책으로 넘어가야지 생각했는데, 생각이상으로 재밌었다. 물론 과학적인 부분은 이해를 포기하고... 궤도님의 안될과학에서 보충 설명을 들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안에는(아마 삼체 후속편이 제작될 즈음엔) 책으로 다시 읽지 않을까 싶다.



보는 중인 시리즈

* -ing는 기록만 간단히

1. <브레이킹 배드 시즌 1>(2008)

: 한 4화에서 더 나아가질 않네...



본 콘텐츠

1. [유튜브] 내 삶의 총체적 개성과 스타일을 만드는 길!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자기계발서 바이블 : 일류의 조건(feat. 박문호 박사)

https://www.youtube.com/watch?v=0r94xG_Qk0k

: <일류의 조건>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

썸네일의 하루키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인간은 키메라 같은 존재라는 말이었다.

인간은 태초부터 고유하고 완성되어서 나온게 아니라, 주변에 영향을 받고 주며 남의 것을 모방하고 때론 훔치고 요약하면서 나만의 분위기, 고유한 것을 만들어간다는 것. 세상에 완전 새로운 나만의 것이라는 환상에서 한 발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줬다.


2. [유튜브] 원리를 알면 시크릿과 무의식정화를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tnpaTxgGvs

: 끌어당김, 시크릿이라는 단어보다는 '무의식 정화'라는 단어의 개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던 영상. 

이쪽 영성 공부(?)을 하다보면 원인과 결과의 전제를 뒤집으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지금 내 삶이 망한 이유는 과거의 내가 망친 것들이 쌓여 지금의 망함이 드러난다는 게 일반적인 인과관계라면, 이쪽의 논리는, 내가 망치는 일을 쌓이도록 나를 방치한 까닭은 내 '무의식'에 내재된 감정과 어린 시절의 경험들로부터 그런 현실을 창조했다는 것.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생각해보면 납득이 되는 말이었다.

이번주에 하루는 카페에 나가서 노트에 '나의 감정'에 대해 써본 날이 있었다. 사람들은 굳이 시간을 내어가면서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않는다. 나 화났어. 나 슬퍼. 나 기뻐. 하는 감정을 누군가에게 표하거나, 그냥 자연스럽게 느낀다. 그러나 어린시절이든 과거의 어느 시점이든 감정을 억제해야하는, 그래야만 했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그 감정을 표하기는 커녕 자신의 마음이 뭔지 잘 모르게 된다. 이건 내 감정과 내 마음을 모르는 걸 넘어서 자기혐오나, 좋아하는 게 없어요 하면서 좌절하는 현실의 모습으로도 나온다.

내 경우에는 노트를 한 여서일곱 페이지 정도 써보니까 내가 억누르고 있던, 숨기고 있던 마음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건 '조건 없이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돈이 있어서 사랑을 받거나, 줄 수 있다는 말이 내게는 트리거였던 것. 돈 없이도 마음을 나눠주던 이모와 아저씨를 떠올릴 땐 눈물도 나더라고. 너무 고마워서...

내면에 억눌렸던 이 마음이 만들어진 계기는 아무래도 내가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거절 당하거나, 버림받지 않으려고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억눌렀던 어린시절의 경험일 테다. 무의식은 이때 자연스럽게 '나는 쓸모를 증명해야만, 돈이 있어야만 사랑받고 줄 수 있어'가 형성된 것일 것이고.

돈이 없고,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는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나'라는 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내 내면에 적혀있는 규칙이자 법칙이 된 것이다. 그런 내면에 남겨둔 감정들은 '조건 없이 그냥 사랑 받고 싶어. 증명하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이해해주고, 맘 편히 기댈 곳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소망을 품는다.

내면아이나 내 안의 아이를 도닥여주고까지의 레벨은 못갔지만(아직은 좀 오글거리는 거 같아서... 싫다) 그 소망을 캐치하고 나니 다시 내 삶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더라.

일을 쉬고 2년이 된 지금의 나는 무언가 증명하지 못하고, 사회의 기준에선 쓸모도 없는 사람에 가깝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도 가족들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조카는 내가 선물을 주든 말든 그냥 만나면 반갑게 맞이해준다. 조건 없이도 사랑을 받고 있는, 내가 바라 마지 않던 삶을 살고 있던 것이다. 

내면의 무의식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말이 이런 뜻이구나. 그래서 그 마음을 이해하고 아는 게 중요하구나 싶었던 경험을 하게 해준 영상이었다. 


내가 조건 없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확인했으니,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 나를 누가 좋아하겠어. 하는 또다른 내가 만든 규칙들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가 한동안은 나 자신에 대해 높게 평가하던 게 있었다. 바로 '적을 만들지 않는 것'

그러나,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은 '내 편'도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란 걸 퇴사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인간관계가 몇명 빼고 싹 사라져버리고 나니 현타가 오더라고. 내가 내 편을 만들지 못한 건 사랑받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철벽을 친 까닭도 있을 테고, 마찬가지로 '돈이 있거나 효용이 있을때만 사랑을 주거나 받을 수 있다'는 마음의 연장선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남은 삶은 적이 생길지언정 나를 있는그대로 지지해주는 내 편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 나도 마음을 기꺼이 내어주고, 남의 마음도 받아주면서 바운더리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졌다. 


종일 누워서 유튜브 보는게 시간 낭비긴 했지만, 와중에 이정도로 내 마음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선 다행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주는 다시 잘 시작해보자.






기타 기록

: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봐주세용


장편소설 <유언 주식회사>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12436?popup_open=y


단편, 초단편 모음 <화개 2>

https://www.millie.co.kr/v3/millieRoad/detail/1317


다음 주도 열심히 읽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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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인풋 기록은 아래 인스타에 하고 있다.

문장 밑줄 치고, 그때 든 감정/생각을 바로 기록하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hako_e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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