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은 너무 검었다.
붉은색은 너무 붉었다.
그래서 중간인 그 사이에 서 있었다.
선택은 항상 저 뒤로 뒤로 뒤로
멀리 대면하기 싫은. 괴물 같은 검은 형상이 스멀스멀
다가온다.
그래서 또 뒤로 뒤로 뒤로
점점 다가온다.
"다가오지마!"
"나는 중간에 서있을 거야"
"나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결국 눈앞에 다가온다
눈을 질끈 감는다. 눈을 떠보니 전쟁터였다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바쁘지만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정신없는 하루가
뒤로 뒤로 뒤로
눈을 떠보니
다시 검은색과 붉은색 사이
다시 중간에 서있다.
다시 중간인(中間人)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