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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껏 May 22. 2024

감정의 유효 시간은 달랑 '30초'이다

경력잇는 여자들 <엄청난 가치> 17강_비폭력 대화

 이번 한 주 동안 '비폭력 대화'에 대한 수업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을 때 무척 반가웠다.  오래전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5년도 훨씬 전이었을까. 어떤 책을 읽을까 둘러보던 중 『비폭력 대화』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을 읽기도 전에 제목부터 마음을 쿵 하고 내리쳤다. 내가 그동안 들어왔던 말들이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또한 내가 쓰는 말들 또한 폭력성을 가득 내포하고 있었음을 책 제목을 접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을 사서 공격적으로 읽고 또 읽었다. 지금은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기린의 언어'와 '자칼의 언어'라는 표현이 쉽게 와닿았고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하는 방법도 있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이후로는 쭉 잊고 지냈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내용을 복습하는 차원으로 이 날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복습은커녕 완전히 새로운 수업이었다고나 할까. 


 비폭력 대화 선생님은 자신의 결혼부터 육아생활을 털어놓으며 수업을 시작했다. 선생님은 비폭력 대화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를 배우는 것 이전에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좋은 도구라고 강조했다. 비폭력 대화를 할 때의 순서는 대략 이러하다. 


관찰 → 느낌 → 욕구 → 부탁 


이것을 토대로 각자 아이들과 있었던 최근의 상황을 순서대로 적어보았다. 나는 아이가 좀 더 일찍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자주 얘기하곤 하는데 이 상황으로 대화를 만들었다. 


(관찰) OO아. 우리가 밤에 11시가 다 되어야 잠을 자잖아. 

(느낌)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유치원에 9시까지 가지 못할까 봐 엄마는 매일 초조해져.

(욕구)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날 수 있고 등원할 때도 서두르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부탁)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10시 전에 잠자리에 드는 연습을 했으면 해. 


 비교적 평이한 상황이었지만 이것을 느낌과 욕구, 부탁으로 나누어 문장을 구성해 보는 경험은 새로웠다. 특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참여자가 '느낌' 부분에서 명확히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에 대해서도 굳이 이렇게 표현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나 역시 매사 말을 꺼낼 때마다 이 과정을 머릿속에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숨이 막혀 오는 것도 같았다. 


 이 대화의 핵심은 '감정 다스르기'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나에게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반응하기까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마련해야 함을 강조했다. 바로 이 공간이 '잠시 멈춤'이고 '감정 다스르기'가 아닐까. 얼마 전 책에서 읽은 문구에서는 "감정의 수명은 고작 30초"라고 했다. 그 30초를 참지 못하면 바로 화가 분출하지만, 30초 동안 나에게 온 자극을 관찰하고 느낌과 욕구를 파악하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감정과 의도가 뒤섞이지 않은 부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30초 동안에 다 해내라고? 아마 몇 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 사이 내 안에 생겨난 감정은 수명을 다해 사라져 버렸을 거고. 다음 시간에 더 많이 연습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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