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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꼬기 Jan 20. 2023

230120 죽지 않기 위한 어떤 연습


1. 이런 연습을 부단히 한다.


사람의 말을, 그 말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연습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에 집중하는 연습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애써 바꾸려 노력하거나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며 끙끙대지 않는 연습


덕분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줄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죽겠다고 간절히 마음 먹거나 시도해본 적은 없으나, 그래도 그런 생각에 한 번 휩싸이면 죽어야만 모든 게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죽을 수도 없고, 죽기엔 무서우니 뭘 어쩌지, 이런 망한 인생, 다시 살 수도 없고, 이런 생각을 하고 또 하고 또 하던 것들이 많이 줄었다. 물론, 그럼에도 살아가는 일은 너무나 자주 막막하다.


이런 연습을 권유한 건 같이 사는 사람인데. 교제 초기 때부터 우울에 허덕이는 나를 때로는 혼내고, 때로는 달래고, 또 때로는 부탁해가며 이런 연습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래도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삶의 태도를 하나도 바꾸지 않는 내게 그가 어느날은 작정한 듯 이런 말을 했다.

"언제까지 그럴 거예요? 그런 마음은 본인 아니면 아무도 바꿔줄 수 없어요. 저도 해줄 수 없는 일이에요. 결국엔 본인이 해야 해요."


그 말을 들었던 날, 눈으로 쌍욕하고 돌아와 다짐했다. 내 너에게 꼭 보여주리라. 너한테 다시는 그런 말 따위는 안 들으리라. 네가 조금 더 불안한 나를 달래줄 수도 있지! 못해? 그래, 내가 꼭 해내서 너한테 보여준다.

그후론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죽고 싶을 때마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휘감을 때마다 '나를 웃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소소한 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부단히 노력했다. 안 될 때 조금 짜증나기도 했는데,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니 그냥 내가 해야지 뭐 하면서 열심히 집중했다. 얼마 남지 않은 내 좋은 기운을 모으고 모아서 쓸데없는 곳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 온힘을 다해 붙들었다.


오늘도 부지런히 그 연습을 했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인간을 향해 한숨 한 번 쉬고,  더이상 곱씹지 않으려 그 옛날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무사히 넘겼다. 부정적인 감정에 1분도 넘겨주지 않으려 틈틈이 싸웠다. 그리고 꽤 많이 이겼다. 기분이 좋다. 충분하다, 정말.


2. 잊고 지냈던 기억

어떤 말을 듣고, '아 나도 그랬었는데. 어디에서 느꼈던 감정이지?' 라고 한참을 생각하다 답을 얻었다. 이렇게나 지나고나면 별 일 아닌 일들이 너무나 많다.


3. 숨 쉴 틈 없이 일하는데요

라고 자주 말하게 된다. 투정이라기보다는(아니... 투정인 것 같기도 하고) 정말 그래서, 그러한데 일이 끝나지지 않는 게 놀라워서. 아무리 손을 빠르게, 머리를 빠르게, 눈을 빠르게, 초집중해서 끝내보려 해도 제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얼마전 동료와 집에 함께 오며,

"그래서 저는 PT를 억지로라도 가요."

"안 그럼 사무실에서 안 일어날 것 같아서 그러시죠?"

"네. 계속 회사에만 있을 것 같아서요."

"저도 그래요. 저도 그래서 조금만 더 하고 갈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안 돼! 하며 일어나요."

와 같은 대화를 했다. 화장실 갈 때 겨우 휴대폰 한 번 볼 정도로 노력하며 일하는데, 어떻게든 일을 다 끝내고 정시 퇴근하려 노력하는데, 야근까지 하면서 일을 더 하려니 너무 억울하잖아요, 라고 말하는데 너무 공감되어서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였다.


4. 그래서 오늘은 그 일을 끊고 밖으로 밖으로

나갔다. 사진전도 보고 애프터눈티 타임도 누렸다. 억지로 끊어내지 않는다면 노트북 앞에서 일과 싸움할 터.


5. 하지만, 명절에는 일과 싸울 예정

그래야 다음주 수요일이 괴롭지 않겠지. 그래야 1월 무사히 지나가겠지.


6. 최종적으로, 그러나, 나는 오늘 괴로운 감정과 싸워 이겼고(이제 그러려니 하거나 차라리 사라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연습하기로 다짐했다.), 일만 잘 하면 된다. 이렇게 단순하니 얼마나 신나는가.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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