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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너무나 주목받지 못한 덴젤 워싱턴의 영화.
로만 J. 이스라엘은 법에는 바싹하지만 필터없는 생각과 말 때문에 변호인으로는 능력이 없다. 자신이 변호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막상 '몸으로 뛰는' 일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처지.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거친 현실에 뛰어들었을 때, 그는 잘못된 선택을 한다. 한편 이상주의적인 그의 삶에 주위 사람들은 감화되고, 로만의 양심적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법률 용어와 사건이 가득해서 어지럽긴 하지만, 이 영화는 결국 한 인간의 양심의 갈등을 다룬다. 특히 이상주의적이고 자신의 도덕률을 최고라 여긴 사람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보여준다. 정말 더 웃긴 건, 이상주의자 로만이 점점 현실에 찌들어가는 가운데 그 주위의 현실은 조금은 이상주의적으로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까만 물감 사이 떨어진 하얀 물감이 섞여들며 모두 같은 회색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로만은 결국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고, 자의든 타의든 정말로 모든 것을 버려야 했다. 마지막 장면은 로만의 이상이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지게 하지만, 그 불꽃이 얼마나 더 갈지는 알 수 없다.
덴젤 워싱턴의 충격적 비주얼 - 감독님 대체 뭘 하신 건가요 - 을 극복하면 양심의 갈등을 관객들이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연기가 보인다. 다른 캐릭터들도 모자람도 과함도 없었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다. 댄 길로이 감독 각본은 정말 알아줘야 한다. 각본 자체가 정말 흥미로워서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트시네마에 잠깐 개봉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 모로 아쉽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5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