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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맠크나 Apr 09. 2020

코로나19는 어떻게 학교교육을 바꿔놓을까

포스트 코로나19 학교교육의 파괴적 혁신 '온라인 개학'에 대하여

코로나19는 세상을 바꿔 놓을 것이다.


“The decisions people and governments take in the next few weeks will probably shape the world for years to come.” - Yuval Noah Harari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집필한 저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지난 3월 20일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기사를 통해 “인류와 각국 정부들이 다가올 몇 주 동안 결정한 것들은 아마도 다가올 수년간의 세계를 바꾸어놓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19라는 현세대가 마주한 가장 큰 위기는 의료시스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가 바꿔놓을 우리 사회의 변화 중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한국 정부가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전 국민의 최고 민감 이슈, 다가올 ‘교육’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학교를 안 가고 컴퓨터로 공부한다고? 그게 말이 되냐?

출처  <SBS>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믿지 않았을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지난 3월 31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전시 기간에도 천막학교를 운영했던 대한민국 교육 역사 70년을 되돌아본다면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라며 비장하게 운을 띄우며, 유치원 제외 전국 초·중·고 및 특수학교, 각종 학교의 온라인 개학 실시를 발표했다.


따라서 오는 4월 9일부터 사정이 급한 중·고등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고, 향후 지역과 학교 상황에 따라 온라인 수업과 출석 수업을 탄력적으로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사실 신학기 개학이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인가. 미뤄진 개학에 지쳐가는 학부모들과 550만 명(교육통계연보, 2019)에 가까운 초·중·고 학생과 관련된 산업 종사자 모든 이들의 문제다. 심지어 수능까지 모두 2주 연기되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불평불만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변화는 바로 ‘원격 교육 추진’에 있다.


“전 세계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온라인 학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학교에서 공부하는 방식까지 바뀌어야 하고 감염병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미래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저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원격 교육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브리핑(2019.3.31)


브리핑 이후에 많은 이들이 온라인 개학과 원격 교육에 대한 염려를 쏟아냈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학교와 학생 모두 준비할 기간이 부족하고, 아무리 정부가 총력을 다해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소외된 학생들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미 한 달 앞서 준비가 안된 온라인 개학이 어떤 사태를 만들어 내는지 대학 교육에서 경험한 바 있다.

 



대학 온라인 강의 시스템의 웃픈 현주소 - BJ가 된 교수와 별풍선 쏘는 학생들

출처 <부산일보>

부산대 물리학과 김복기 교수는 국내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 TV’로 강의를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이 친숙한 플랫폼을 골라, 개강 전 일주일 동안 방송 기능을 공부해서 강의를 진행하셨다고 하니 열정적으로 원격 수업을 준비한 긍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이 수업 도중 장난으로 일종의 사이버머니인 별풍선을 쏘기도 하는 등 수업을 위한 전문 플랫폼이 아닌 만큼 그 한계가 분명했다.


일반인들에게는 해프닝 정도로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만, 전국 4년제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이 약 644만 원(교육부, 2019)인 것을 고려하면 대학생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기 어려운 실습수업이 필요한 공학 및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더욱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4월 1일에는 전국 50여 개 사립대 학생 550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대학에 입학금 및 등록금 환불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문제들이 위기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앞서 발맞추지 못한 각 대학 온라인 시스템의 부실함에 있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개학에 기존 서버는 전 학생의 데이터를 수용할 능력 조차 부족했고, 온라인 강의 제작에 서툰 교수·강사들을 위한 교육 및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온라인 교육을 추진해야 하는가


영국 대학원에서 교육과 사회기술적 변화(Sociotechnical Changes)를 연구하는 나는 수업 중 한국 사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IT 강국이자 공교육이 잘 보급된 너희는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그런 기대감에 찬 질문들이지만, 사실 딱히 언급할만한 학교 현장의 새로운 시도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불완전함을 감수하더라도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으로 조속히 학업을 시작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것은 아마도 지금이 이 ‘온라인 교육 개혁’을 착수할 적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타공인 IT강국인 한국이지만 교육정보화 수준에서는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터지는 IT강국인데 요새 인터넷 없어서 못하는 애가 어딨어’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아주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발행한 <OECD PISA 2018을 통해 본 한국의 교육정보화 수준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에서의 디지털기기(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전자책 리더기, 발표 프로젝터 등) 접근성은 OECD 31개국 중 28위, 학생 수 대비 PC 비율은 37개국 중 32위에 머물렀다.

출처 <교육학술정보원>

그렇다면 ‘요새 애들 맨날 컴퓨터 붙잡고 사는데, 당연히 컴퓨터 잘하겠지’라는 생각은 어떨까. 한국 학생의 학습과 관련된 학교에서의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는 30개국 중 29위, 디지털기기 활용 역량에 대한 인식 역시 32개국 중 3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태도와 인식 부분에서 모두 최하위권의 성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 학생들이 미래 시대의 필수 역량인 디지털 기기를 통한 학습 및 생산적 활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교육학술정보원>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정보화 수준이 일반 상식과 괴리가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학교 정보화 예산 부족이다. 1990년대 말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함께 김대중 정부는 당시 1조 4천억 원 예산으로 대규모 교육정보화 촉진사업을 진행하여 지금의 IT강국의 기반을 만들었다.


그러나 컴퓨터 보급률 등 기초적인 교육 정보화 국제 지표들을 충족한 것에서 자만했던 것인지, 이후 대규모 투자 없이 교원연수나 노후기기 교체 등 소극적인 투자만 이어졌다. 스마트폰 보편화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환경에 어울리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넷플릭스·아마존과 같은 교육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할 때

출처 <BETT Show 2020>

콘텐츠 소비 기준을 새로 쓴 넷플릭스와 온라인 유통계의 블랙홀로 성장한 아마존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대표적인 예로 불린다. 파괴적 혁신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소개한 이론으로, 단순하고 저렴한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개념이다.


온라인 개학을 맞이할 우리가 파괴해야 할 것은 교육에 대한 편견과 각종 규제들이다. 이들은 단순 IT 인프라 부족 같은 문제보다 학교교육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큰 장벽이었다. 안전성과 공정성 이슈에 있어서 항상 염려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해 아무 학교 선생님이나 한 번 잡고 물어보시라. 과연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만족하고 있는지.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졌을지언정 단연코 최선의 시스템이라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 환경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아직 학교에서는 2011년에 개발된 3세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늦은 속도, 구식 윈도우 OS, 번거로운 공인 인증 절차 등 듣기만 해도 속터지는 문제점들이 쌓여온 것이다.


이처럼 학교교육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폐쇄성이다. 최근 정부에서 에듀테크 산업 부흥을 구호로 외치고 있지만, 경쟁국가에 비해 반쪽짜리 시장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에듀테크 기업들이 공교육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구축 혹은 공공기관 소프트웨어 공급 등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기업 외에는 나설 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반면, 에듀테크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영국과 미국은 개별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습 관리 프로그램(LMS)이나 첨단 교보재, 교육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지난 1월 관람했던 2020 런던 교육기술 박람회(BETT Show 2020)에서도 각 에듀테크 기업들이 방문한 교사들에게 상품을 열심히 홍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사 개개인은 매해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에듀테크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고, 변화된 교실과 향상된 수업의 질은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이미 해봤던 것처럼

출처 <Unsplash>

이번 온라인 개학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작스럽게 등장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교육부에서는 지난 1월 2020년도 국가정보화 시행계획을 이미 수립하여 '사람 중심의 미래 지능형 교육환경 구현'을 비전으로 미래형 스마트 교육 환경 조성을 계획하고 있었다. 다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예산의 한계로 노후기기 교체나 Wi-Fi 지원 등 유지보수 사업 위주로 현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기엔 부족한 아쉬움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온라인 개학을 임시방편이 아닌, 미래 교육을 위한 총체적인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번 위기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교육정보화 문제점을 직시하고, 국민적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예산 확대, 규제 완화, 부처 간 협조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편견과 규제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혀 바라보면, 수업 중에 학생들이 딴짓할 수 없을 만큼 잘 설계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블록체인을 통한 정보보안 강화, 교사 개인이 손쉽게 온라인 코스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LMS 플랫폼 등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에듀테크의 적절한 도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현명하게 헤쳐나간 좋은 레퍼런스가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BBC 인터뷰에서 이미 코로나19 대응의 기본 원칙으로 '개방성과 투명성, 그리고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을 꼽지 않았는가. 세 원칙을 잘 지켜나간다면 다가올 온라인 개학의 일시적인 위기 또한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

출처 <뉴스토마토>

'대한민국 발전 신화의 원동력'이자 '평등한 계층이동 사다리'라는 막중한 서사를 부여받은 우리의 학교교육은 그 누구도 앞장서서 변화를 주도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모두가 고개를 내저었을 과감하고 파괴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적기이다. 인류가 질병과 싸우면서 그 넘어 새로운 세상을 그릴 때,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미국, 영국,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모든 국가들이 모두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학교를 운영할 것인지 새로운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 선진화된 IT 인프라, 보편화된 공교육 제도,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 등  최적화된 조건을 갖춘 한국이 지금 온라인 개학을 할 수 없다면, 이 시점에서 그 어떤 나라도 학교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발 빠른 전염병 방역 시스템 구축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것처럼, 그 누구보다 앞선 온라인 학교교육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한 한국산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나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 정부 제공 어플 같은 혁신적인 모델이 앞으로 우리 학교교육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미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기준, 뉴 노멀(New Normal)을 향한 대한민국의 행보가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갑자기 다가온 전국 학교 온라인 개학이 다소 불안한 모습이겠지만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 모두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분투하고 계실 일선의 교사들에게 응원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시기를 바란다. 그렇게 코로나19 사태라는 폭풍우가 지나가면, 우리는 이전과 달라진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아 보였던 대한민국 학교교육 마저도.

   



이 글은 딴지일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ddanzi.com/ddanziNews/613875753




참고문헌


Financial Times, Yuval Noah Harari: the world after coronavirus

https://www.ft.com/content/19d90308-6858-11ea-a3c9-1fe6fedcca75


교육부, [보도자료] 처음으로 초중고특 신학기 온라인 개학 실시(코로나19)

https://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294&boardSeq=80160&lev=0&searchType=null&statusYN=W&page=1&s=moe&m=020402&opType=N


2019년 한국교육개발원「교육통계연보」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37


OECD, A framework to guide an educatio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of 2020

https://read.oecd-ilibrary.org/view/?ref=126_126988-t63lxosohs&title=A-framework-to-guide-an-education-response-to-the-Covid-19-Pandemic-of-2020


부산일보, [영상] "별풍선은 그만! 저 BJ 아니고 교수예요" 아프리카TV에서 물리학 강의를 들어봤다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32214282194752


중앙일보, “에듀테크, 한국선 사교육 취급 … 공교육은 정부 일괄 보급품만 써”

https://news.joins.com/article/23020962


중앙일보, [이주호의 퍼스펙티브] 코로나 위기를 21세기 에듀테크 도입 계기로 삼아야

https://news.joins.com/article/23742172


교육부, 2020년도 국가정보화 시행계획

https://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351&lev=0&statusYN=W&s=moe&m=0310&opType=N&boardSeq=80194


교육학술정보원, OECD PISA 2018을 통해 본 한국의 교육정보화 수준과 시사점

https://www.keris.or.kr/main/ad/pblcte/selectPblcteRMInfo.do?mi=1139&pblcteSeq=13281


4세대 나이스(NEIS) 개방·연계·보안으로 확 달라진다... 1월 중 기본계획 수립

https://m.etnews.com/20200101000017


노무현사료관, 참여정부정책보고서 2-37 교육정보화시스템(NEIS)

http://archives.knowhow.or.kr/policy/report/view/1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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