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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19. 2024

칸트의 인식론(3)

칸트의 인식론(3)


칸트 인식론의 파편들


-       공간에 대한 생각


칸트에 의하면 공간은 물자체들의 관계가 아니라고 단정한다. 공간이라는 자체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공간이라는 표상만이 있지만, 전혀 불가해한 것이 아니라 경험적 실체성을 가지기는 한다. 즉 공간은 외적으로 경험되는 만물에 대해 객관적인 타당성은 가진다는 것이다. 


칸트는 공간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인식한다. 


먼저 공간이 물자체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의식에서 해방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 마지막으로 절대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관념 속에서는 존재하는 것이라고 규명하였다. 


-       시간에 대한 생각


칸트는 시간도 공간처럼 물자체는 아니라고 규정한다. 시간은 매우 주관에서 유래하고 물자체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객관적 타당성을 가지기는 하는데, 그 이유는 객체를 직관하고 구성하며 동시에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공에 대한 생각


칸트에 의하면 공간은 외감(외부적 감각, 즉 감관으로 수용되는)의 형식이고 시간은 내감(선험이나 인식 등에 의해)의 형식이다. 인간이 가진 감성적 지각이 없다면 시공은 존재할 수 없다. 이때 감성적 지각이란 감관을 통한 지각이다. 시공은 우리로부터 독립하여 절대적으로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공이 우리의 사고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뜻도 아니다. 생물학적 존재로써 우리의 표상은 공간 속에서만 존재하고, 시간의 지속 역시 그런 공간 안에서 병합하여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이성비판, 칸트 지음, 최재희 번역, 박영사. 626~630쪽)


-       아프리오리(A priori)의 본성


‘아프리오리’는 라틴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먼저 오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칸트 순수이성비판에서 선험이라 번역했지만 칸트학회에서 ‘아프리오리’ 자체로 표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18년 칸트학회 발표)

칸트에 의하면 ‘아프리오리’는 보편성과 필연성을 특징으로 하며 결코 감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성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아프리오리’는 경험의 질료가 아니라 경험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경험의 질료(재료, 원인 등)는 감각이다. 칸트에 의하면 형식은 모든 경험에 대해 고정적이다.  (순수이성비판, 칸트 지음, 최재희 번역, 박영사. 631쪽)


-       경험적 세계와 물자체의 관계 설정


공간 중의 대상(A, B, C……)을 보고 있는 의식적 존재의 경험적 자아(Empirical Self 1, 2……)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 경험적 자아(ES)에게는 공간 중의 대상 A, B, C를 수용하는 감각기관 G, H, K가 있다. 또 다른 조건은 공간 중의 대상들은 가상적 조건들(Noumenal Conditions 1. 2……물자체)이라고 가정한다. 이때 각 경험적 자아(ES)들이 수용하는 경험적 세계(Empirical World)의 이면에 존재하는 가상적 조건들(NC)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즉 ES는 A, B, C를 수용함에 있어 NC(가상적 조건들, 즉 물자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기관 G, H, K를 통해 수용되는 EW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EW와 NC는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ES들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순수이성비판, 칸트 지음, 최재희 번역, 박영사. 615쪽)



-       칸트가 파악한 철학자들


René Descartes: “Cogito ergo sum”의 명제는 동어 반복이다. 


John Locke: 인간 오성에 대한 전래의 모든 분쟁에 종말을 고한 계기를 제공함. 오성의 순수한 개념을 경험에서 발견하려 했고 심지어 경험의 한계를 넘어 인식을 얻으려는 모험을 감행했다. 


Gottfried Wilhelm Leibniz: 그는 물자체를 현상으로 생각했다. 동시에 그는 실체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의 구성부분까지도 각각의 표상을 가지고 있는 단자(Monad)라고 생각했다. 실체 간의 기능적인 상호성의 원리는 하나님의 예정조화(preestablished harmony)라고 생각했다.  


George Berkeley: 물체를 그저 ‘가상假像’이라고 격하한 것에 어떠한 책망도 하지 않는다. 이런 논리로 추론해 볼 때 버클리의 관념론에서 공간 개념은 있을 수 없다.


David Hume: 흄은 특정한 현상을 이렇게 파악한다. “사람들은 감각으로 이해하는 이미지가 단지 표상이 아닌 실제 외부 대상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얀색에 딱딱한 이 테이블이 상상 속의 것이 아니라 인식의 바깥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다. 테이블을 관찰하는 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일관되게 테이블은 존재한다.

우리가 주변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기본적인 철학적 사고에 의해 쉽게 반박된다. 이는 마음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이미지나 감각적 인상뿐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즉 감각은 이미지 전달의 통로일 뿐, 감각에 의해 파악된 대상 자체와 마음을 직접 연결시키지는 못한다. 


예컨대, 테이블이 멀어짐에 따라 작아 보이지만, 실제 테이블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인식하는 것, 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테이블의 이미지에 불과하다. 


흄은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우리 감각이 유사한 외부 물체로부터 생긴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비슷한 질문인데,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경험은 답을 주지 않는다. 우리 마음은 당시에 존재하는 것만 인식할 수 있으며, 경험만으로는 대상과의 연결을 설정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그런 연결을 가정하는 것은 논리적 추론이 없다. 우리 감각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데 최고의 실체의 진실성을 믿는 것은 우회적인 방식이다. 만약 이 최고의 실체가 진실하다면, 속일 수 없는 실체일 테니 우리 감각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다. 더군다나 외부 세계의 실재를 의심할 때, 우리는 그 존재 또는 그 특성을 증명하는 근거를 찾는 데 곤란을 겪을 것이다.” 『Philosophical Essays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12절 부분 


이에 대한 칸트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흄은 특정 현상이 선행하는 현상과 자주 동반하는 것에 대하여 두 표상(본래 모습의 테이블과 작아지는 테이블)을 결합하려는 습관을 통해 원인을 도출하려 한다. 하지만 그는 단지 인과적 결합의 종합 명제에만 머물러 있다. 그리하여 흄은 스스로 회의론에 머문다. 하지만 그의 회의적 방법이 이성의 근본을 규명하는데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선험이란 그저 경험적 우연적 규칙일 뿐이었다.


(순수이성비판, 칸트 지음, 최재희 번역, 박영사. 664쪽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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