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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03. 2024

버클리의 인식론(2)

버클리의 인식론(2)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인지원리론)을 중심으로


1.     인식("to be perceived")


버클리에 있어 객체의 존재 상황은 지각자에 의해 지각되는 상태라고 주장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사람의 마음은 객체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생각을 지각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버클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관찰한 특정 사물의 관념을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고 나누며 상상하거나 개념화한다.”

나아가 버클리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이 없는 실체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지각하는 마음이나 정신이 관념의 유일한 실체이다. 생각은 인식자 내부에 있거나 또는 인식자에게 전적으로 속한다.”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 George Berkeley, Wikisource, 2024. 34쪽) 이렇게 되면 실체는 인식자(관찰자) 내부적 문제가 되고 만다. 


2.     로크 이론에 대한 반박


로크에 따르면 사물의 주요 특성은 지각하는 사람의 마음과 별개로 물질에 종속되어 존재한다고 생각한 반면, 버클리는 이것을 일차적 특성(primary qualities)이라고 부르면서 사물의 특성조차 지각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지각할 수 없는 물질적인 실체나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 George Berkeley, Wikisource, 2024. 31쪽)


3.     감각과 정신


버클리는 사물이 가지는 단일성(통일성 Unity)은 대단히 추상적인 생각이라고 단언한다. 즉, 일차적 특성(primary qualities, 형태, 연장, 움직임 등)이나 이차적 특성(secondary qualities, 색, 맛, 촉감) 모두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즉 그것들은 관찰자의 기준에 따라 언제나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색이나 연장, 또는 기타 감각적 특성이 생각 없이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감각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모든 특성은 감각 기관과 마음이 그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주제(unthinking subject)"라는 말은 "생각 없는(밖의) 문제(mindless matter)" 로써 "마음에 없다(without the mind)"는 말은 "마음속에 없다(not in the mind)"의 뜻이다.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 George Berkeley, Wikisource, 2024. 35, 70, 106쪽)


4.     실체(물질)


버클리에게 있어 ‘물질’이란 ‘물질적 실체’이다. ‘물질적 실체’는 다시 ‘일반적 존재(being in general)’과 ‘우연의 토대(support of accidents)’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여기서 accident는 unessential, 즉 본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사용) 버클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미 문제를 정리한다.


“공원에 나무가 있다거나, 책장에 책이 있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내가 책이나 나무라고 부른다는 것은 나무나 책의 관념을 내 마음속에 그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 의해 그려진 책과 나무에 대한 관념은 내 마음속으로 (나무와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상상하거나 형성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 George Berkeley, Wikisource, 2024. 40쪽)


즉 책이나 나무와 같은 물질적 실체는 일반적 존재이기는 하지만 우연의 토대로써 나의 관념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더 실체에 가깝다는 의미가 된다. 


5.     외부 객체(대상)


버클리에 의하면 감각을 통한 우리의 지식은 우리에게 감각에 대한 지식을 줄 뿐, 지각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식은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성을 통한 지식은,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어 색, 모양, 움직임, 연장 등은 감각으로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각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러나 때로 마음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사물을 대하는 순간 우리는 회의주의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단지 사물의 본질이 아닌 겉모습만 본다. 무엇이 사물의 연장, 모습, 운동이건 간에, 그것들의 절대적인 실체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로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우리의 감각에 차지하는 비율(proportion)과 관계(relation) 일뿐이다. 이를테면 사물이 같더라도 우리의 관념은 다양하다. 그중 어느 것이 그 사물에 실체인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즉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가 아는 한, 즉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단지 사물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환상과 허구에 불과하며, 현실의 사물과 전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사물’은 실재의 '사물'과는 전혀 다른 수도 있는 것이다.”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 George Berkeley, Wikisource, 2024. 83쪽)


자연계에 존재하는 실제 사물과 나의 관찰은 전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버클리의 극단적인 회의론은, 플라톤의 생각처럼 사물과 이데아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우리가 가정하는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끝(극단적 회의론)은 우리가 '사물'과 '관념'을 구분한 뒤 '사물'은 '마음'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관념' 역시 마음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일부는 마음 없이, 혹은 인식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정도 슬며시 제시하고는 있다.


6.     강한 생각과 희미한 생각


강한 생각이 있고 희미한 생각이 있다. 우리는 강한 생각을 ‘현실’이라고 부른다. 그것들은 규칙적이고, 생생하며, 일정하고, 뚜렷하고, 질서 있고, 일관성이 있다. 감각에 대한 이러한 강한 생각, 즉 현실은 지각하는 사람과는 사실상 무관하다. 반면 상상은 덜 생생하고 뚜렷하지 않고 생각의 복제이거나 그 이미지로써 인식자가 만들어 낸 창조물에 가깝다. 따라서 버클리의 생각은 강한 생각(현실)과 희미한 생각(그것의 복제이거나 이미지)은 모두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여전히 지각하는 사람의 마음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 George Berkeley, Wikisource, 2024. 46, 47, 82, 8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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