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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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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26. 2024

과십년

過十年 십년을 보내고


萬劫竪晟巖 (만겁수성암) 만겁은 당당한 바위를 세우고, 

碧空寂本源 (벽공적본원) 푸른 하늘은 처음처럼 적막하다. 

彩暐獨露頂*(채위독로정) 햇살, 홀로 산정에 퍼지니,

微風靜億劫 (미풍정억겁) 미풍은 억겁의 고요로다.


2024년 6월 26일 밤. 옛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2013년 11월에 촬영한 합천 황매산 사진을 발견하고 문득 시를 짓는다. 십 년 동안 나는 이 만큼 와 있는데 그 산과 하늘은 변함없을 것이다. 최근 번잡하여 한시 쓰기가 소홀했다. 철학 책을 완성하는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 獨露: 百丈 悔海(백장 회해, 720~814)의 선시 중에 영광독로라는 구절이 있다. 당나라 시대의 선승이었던 백장 회해는 유명한 마조 도일의 문하였다. 마조 도일의 스승은 남악 회양이요, 그의 스승이 바로 중국 선 불교의 정통 법맥, 즉 달마로부터 이어져 여섯 번째 의발을 받은 6조 혜능이었다. 백장 회해의 제자는 황벽 희운으로 이어지고 그의 제자가 바로 임제 의현이다.


백장 회해의 선풍은 "하루를 무위로 지내면 그날은 굶는다"였다. 모름지기 수행자의 태도가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며 오늘날 한국 불교를 생각해 본다. 아니 오늘날 이 땅의 모든 종교의 수행에 대해 생각해 본다. 


靈光獨露逈脫根塵(영광독로형탈근진) 신령한 빛 홀로 드러내니 세상을 벗어나고,

體露眞相不拘文字(체로진상불구문자) 본체가 드러난 참됨은 문자에 묶을 수 없네.

眞性無染本自圓成(진성무염본자원성) 참된 성품은 물들지 않아 원만한 본성이니,

但離妄緣卽如如佛(단리망연즉여여불) 헛된 인연만 여의면 곧 여여한 부처라네.


백장은 선의 규범인 百丈淸規(백장청규)를 제정해 교단의 조직이나 수도생활의 규칙 등을 성문화 했다. 그의 수도생활은 매우 준엄해 “하루를 無爲로 지내면 그날은 굶는다”라고 할 정도였다. 많은 제자가 그에게 모여들었는데, 그중에서도 黃檗 希雲(황벽 희운)과 潙山 靈祐(위산 영우) 두 사람이 유명하다. 희운의 제자가 임제인데 임제는 臨濟宗(임제종)의 종조가 되었고 위산은 潙仰宗(위앙종)을 개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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