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光*역광
雲覆屛日暐 (운복병일위) 구름 덮이면 햇살 가려져,
極鮮見下葉 (극선견하엽) 잎 아래서 보니 더욱 선명하다.
高節唱元華*(고절창원화) 옛 시인들 빛남을 노래하지만,
秋風過空靈 (추풍과공령) 가을바람, 빈 영혼을 스치네.
2024년 11월 17일 오후.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 하루 종일 음산하다. 생각해 보면 살아온 날들이 아슬아슬했고 역시 살아갈 일이 흐릿하기만 한데 나는 너무나 용감하게 나의 과거와 미래를 평가하고 예측한다. 현재는 또 어떤가? 정말 사소한 부분에도 심지어 오늘처럼 구름 살짝 낀 날씨에도 마음이 흔들리는데, 나는 애써 모른 척하며 크고 빛나는 쪽으로만 향하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영혼은 텅 비게 된다. 그 빛 뒤, 정확하게는 그 빛이 빛을 가리는 부분을 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가을 낙엽이 날씨 탓에 붉어지기도 전에 말라간다. 아직 푸른 잎도 많고 붉은색도 선명치 않다. 햇살이 사라진 단풍잎을 잎 아래서 보다가 문득 글을 짓는다.
* 역광: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을 때 빛이 피사체의 뒤에 있는 경우로써 매우 멋진 사진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피하게 된다. 그만큼 빛을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사진은 그나마 빛이 약해서 가능한 사진인데 단풍잎이 순광일 때보다 더 선명하고 생기 있어 보인다.
* 성당盛唐시절 이름을 모르는 여류 시인의 시에서 차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