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교조 달력을 받다.
드디어 교직 생활 마지막 해 전교조 달력을 받아 들었다.
1987년부터 2025년까지 38년 동안 (중간에 몇 년 빠지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마지막 해 달력을 받아 들었지만 벅찬 감동보다는 후회가 밀려오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시절은 달라지지 않았고 학교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약삭빠른 자본주의가 곳곳에 스몄을 뿐, 곳곳에서는 퇴행의 기미조차 보이는 지금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 바람이 쓸쓸히 불어 옷깃을 날리고,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 먼 길을 가는 자에게 앞길을 묻는다.
恨晨光之憙微(한신광지희미): 새벽빛 아스라하니 한스럽구나.
나보다 1600년 전에 중국에서 살다 간 도연명조차도 지나온 날들도 만만하지 않았고 앞 길도 만만하지 않았음을 알았으니 나 또한 그러할 밖에.
다만 도연명이 새벽을 말했음에 주목한다. 새벽은 어쨌거나 새 날의 희망이 있다.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참 의미심장하다. 고향은 본래 자신의 자리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자신의 근본이다. 그 근본 자리에서 새 날의 시작인 새벽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스러움이야 어찌 없겠는가!
2025년 9월은 나에게 있어 새로운 시작이지만 동시에 긴 공백의 시작이다. 38년의 시간과 그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응축하여 다가올 시간의 동력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시간이 나에게 요구하는 당위이며 그것에 부응하여 마땅히 내가 품어야 할 시간이다.
2024년 11월 18일 아침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