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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Nov 30. 2024

키르케고르(7)

키르케고르(7)


‘Immediate Stages of the Erotic, or Musical Erotic’ (에로스적인 것의 직접적 단계, 또는 음악적이며 에로스적인)에서 키르케고르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1], ‘마술피리’, ‘돈 조반니,[2] 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3]에 대해 이야기한다화자인 ‘A’는 모차르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이성적 사랑에 대비시킨다. 마치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자신을 묘사한다.[4] 이를테면 ‘A’에게 모차르트의 작품(예를 들어『돈 조반니)은 에로스적인 것으로의 삶의 여행이자 즐거움의 원천을 의미한다.


‘A’의 분석 대상인 오페라 『돈 조반니』는 ‘시간’과 ‘영원’이라는 두 대립적 원리의 종합이라고 키르케고르는 주장한다.[5]오페라의 시간성은 음악과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언어는 구체적 실재이기 때문에 오페라 또한 구체적이고 시간적인 실재다음악이 시간적인 까닭은 선율이 오로지 음표의 연속으로 자신을 표현하며그 연속은 시간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모든 고전은 영원성을 가지고 있다. 고전은 시간성에 의해 지배된 모든 이념의 표현이지만 동시에 모든 이념은 영원성(무시간성)에 부합하는 추상이기도 하다. 즉 고전은 매우 구체화된 이념이다. 음악 또한 초월성 내지 영원성에 부합한다. 음악은 시간성에 의해 창조되기는 하지만 절대로 그 시간에 의해 흡수되거나 해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전, 혹은 음악은 시간 안에서 구성될 수 있는 추상의 확인 가능한 증거일 것이다.[6]


‘A’에 따르면 예술적으로 표상될 수 있는 가장 추상적인 이념은 감성의 원리[7]이며『돈 조반니』에서 바로 이러한 원리가 표현되고 있다.[8] 오페라『돈 조반니』는 시간과의 관계를 유지시키는 가장 추상적인 매체인 음악을 이용하여 ('돈 후안'의 삶을 통해) 감성의 이념에 역사성을 부여하고 있다


오페라에서 '돈 후안'은 시간을 통하여 에로스적인 것을 지속시키려고 하고 직접성에 역사를 부여하려고 한다. ‘A’에 의하면모든 사랑은 감성적이고 감성은 매우 직접적인 것이다사랑은 비판적 반성이나 개념이 없이 감각 내지 느낌에 의해 직접적으로 경험된다. ‘A’는 이 지점에서 에로스적인 것을 이해하는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그리스적 전통과 기독교이다.


Essays read before the Symparanekromenoi(‘심파라네크로메노이’[9]의 모임에서 낭독한 단편적인 시론)에서 키르케고르는 비극을 이야기한다고대의 비극(소포클레스의 3부로 이루어진 비극『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와 『오이디푸스 왕』[10]『안티고네』[11]는 바로 이 순수한 비극적 관심을 중심으로 전개[12])과 현대의 비극(‘돈 후안에게 버림 받은 엘비라’, ‘파우스트의 그레첸’)에서 슬픔고통두려움떨림불안 등에 대하여 논의한다


가장 불행한 사람에 대한 키르케고르의 논의는 ‘니오베’[13]구약에서 탕자의 아버지인 [14]아니면 페리안더[15]등으로 이어진다


키르케고르는 에세이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친애하는 심파라네크로메노이 여러분일어서라비애의 증인 여러분이 가장 엄숙한 시간에 그에게 절을 하자내가 아직 이름을 모르고 있는 위대한 알려지지 않은 자여나는 그대를 찬양한다나는 그대를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로서 찬양한다나는 그대를 당신의 집인 이곳에서 불행한 자들의 이름으로 환영한다.”[16]


불행에 대한 그리고 비애에 대한 키르케고르의 태도 이를 테면 흔히 키르케고르를 수식하는 ‘신 앞에 선 단독자’의 면모가 보인다.  


          

[1]피가로의 결혼은 17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당시 귀족 사회에 대한 비판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희극 오페라로,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 이발사 피가로가 백작의 시녀인 수산나와의 결혼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2]젊은 귀족 ‘돈 조반니’는 유명한 호색가이다. 어느 늦은 밤, ‘돈나 안나’의 집에 숨어 들어가 유혹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안나’의 아버지 기사장과의 결투 끝에 그를 죽인다. ‘안나’는 두려움에 떨고, 그녀의 약혼자 ‘돈 오타비오’는 예비 장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돈 조반니’에게 버림받은 ‘엘비라’도 복수하겠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돈 조반니’는 ‘엘비라’에게 수작을 부리려 다가가지만, 최근에 자신이 차버린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 급히 자리를 뜬다. 하인 ‘레포렐로’는 조반니의 애인 목록을 읽어주며 ‘엘비라’를 위로하려 하지만 엘비라는 복수를 맹세한다.


한편 ‘돈 조반니’는 순박한 농부 ‘마제토’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시골 처녀 ‘체를리나’에게 눈독을 들인다. 이것마저 실패하고 마을사람들에게 쫓기다가 묘지에서 기사장의 석상을 만나게 되고 석상을 만찬에 초대한다. 초대에 응한 석상은 ‘돈 조반니’에게 회개할 것을 요구하지만 그는 거절하고 결국 지옥으로 끌려간다.



[3]독일의 시인·정치가·과학자·극작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쓴 희곡 파우스트 내용은 신과 악마가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한다.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너는 아름답다라고 말하면 그 때 악마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거두는 것으로. 괴테는 ‘파우스트’의 이야기에 자신의 첫사랑 ‘그레첸’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악마가 보여준 쾌락의 한 종류인 여색으로 보여주지만 결국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아름다운 순수한 사랑으로 1막은 막을 내린다. 괴테는 기존의 있던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기존에는 파우스트가 영혼을 악마에게 빼앗기고 영원히 저주받는다.) 자신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괴테의 ‘파우스트’ 마지막 단계에 ‘파우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자유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때, 그 때가 오면 난 이렇게 말하겠네, 멈춰라, 너는 아름답다!" 그러나 악마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으려고 한다. 그 때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오더니, ‘파우스트’를 구원해준다.




[4]불멸의 모차르트여! 나의 신상에 일어난 일체의 일이 그대 때문이다. 내가 나의 분별을 잃은 것도 그대 때문이고, 나의 영혼을 떨게 하고 있는 경악도, 나의 가장 내밀한 본질을 사로잡은 공포도 모두가 그대 때문이다. 또 내가 나의 생애에서 무엇인가에 항상 나의 마음이 설레게 된 것도 그대 때문이다. 비록 나의 사랑은 불행으로 끝났지만, 나는 사랑을 하지 않고서는 죽을 수 없었던 사실을 두고 그대에게 감사 드린다.(앞의 책. 67쪽)




[5]「돈 조반니」를 통하여, 그(모차르트)는 시간 바깥에 있지 않고 시간 안에 있는 영원 속으로 들어간다. 이 영원은 어떤 휘장으로도 가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다.(앞의 책. 70쪽)




[6]앞의 책. 77~86 쪽 참조




[7]그러므로 우리들은 원리로서의 감성은 그리스적인 의식 속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고, 감성의 원리에다 터전을 두고 있는 원리로서의 에로스적인 것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앞의 책 85쪽)




[8]모차르트가 모든 고전적인 작곡가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존재라는 사실과, 그의 「돈 조반니」가 모든 고전적인 작품 중에서도 첫째로 꼽힐만하다는 사실. (앞의 책 86쪽)




[9]Symparanekromenoi: 그리스어로는 '죽은 자들의 공동 응답' 정도인데, 현실적으로는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오로지 키르케고르에 의해 합성된(이 책 속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이 말은, 자유롭게 매장된 자들의 모임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자발적인 의사로 스스로 매장된 자들이라는 취지의 말이니 현실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상황과 단어다. 영어 자체로 풀이하면 "the dead people club", "the community of the deceased(사망한)" 혹은 "fellowship of the dead" 혹은 "society of buried lives" 정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앞의 책. 189쪽 이후 참조)




[10]오이디푸스는 도시 테베의 왕으로 신탁에 따라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그 인물에 관련된 이야기




[11]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의 딸이다. 아버지이자 왕인 오이디푸스가 스스로 눈을 찔러 실명한 채로 떠돌아 다니게 되고, 두 오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왕권을 놓고 다투다 모두 죽는다.




[12]앞의 책. 188쪽




[1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니오베는 암피온 의 아내이자 펠롭스 와 브로테아스 의 누이로써 오만한 허영심 때문에 레토 에게 처벌을 받았고, 레토는 아폴로 와 아르테미스를 보내 그녀의 모든 아이들을 죽인다. (앞의 책. 283쪽 참조)




[14]욥은 번영하는 가정의 가장이었지만, 갑자기 끔찍한 재앙에 시달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데, 이는 욥의 신 에 대한 믿음을 시험하기 위한 시나리오였다. 욥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면서 절망하지만, 꾸준히 독실함을 유지한다.




[15]페리안드로스 (Periander)는 고대 코린트를 통치했던 키프셀리스 왕조의 폭군. 여러 기록 에 따르면 페리 안드로스는 잔인하고 가혹한 통치자였지만 그의 통치는 코린트의 번영을 가져왔다. 그의 능력 덕분에 코린트는 그리스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국가 중 하나가 된다.


[16] 앞의 책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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