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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적 결단성과 불교 여래장如來藏 사상의 관계

by 김준식

선구적 결단성과 불교 여래장如來藏 사상의 관계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어디에도 불교와의 관계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고 분석하고 다시 그 책의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불교의 여래장 사상과 유사성을 발견한다.


- 죽음을 향한 선구적 결단성


현존재는 유한의 존재이다. 이 유한성을 인정하고 동시에 선구적 결단에 의해 죽음을 하나의 사태로 인정할 때 비로소 ‘본래적 존재’를 회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존재는 비본래적(uneigentlich) 존재를 벗어나 스스로 죽음을 향한 존재 (Sein-zum-Tode)라는 가능성을 수용하여야 한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견해다.


- 여래장 사상


중생은 본래부터 여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상으로서 본질적으로 불성佛性 이나 진여眞如와 동일한 개념이다. 중생은 언제나 번뇌 속에 있지만 그 번뇌에 의해 본성은 더럽혀지지 않으며, 본래부터 절대 청정해 영원히 변함없는 깨달음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


여래장如來藏, Tathagatagarbha 여래태如來胎라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 타타가타 Tathagata는 여래(부처)를 의미하고, 가르바 Garbha는 ‘장藏(저장의 의미다)’ 또는 ‘태모와 태아’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래장은 ‘그 태내에 부처를 잉태하고 있는 것과 성장해서 부처가 될 태아’라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달리 말하면, 여래장은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컫는 말이다. 열반경, 대승기신론, 능가경 등의 경전에서 강조하는 개념이다.


- 두 개념의 유사성


하이데거의 본래적 존재란 죽음을 향한 결단을 통해 존재의 실존 가능성을 담보한다. 불교의 여래장 사상에서 본래적 존재란 중생이 가지는 본래의 불성을 말한다. 그 본래의 불성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다양한 수행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비 본래적 상태(하이데거의 표현)는 타인의 기대와 이미 정해놓은 규범에 따라 퇴락하여 가는 삶이다. 그런가 하면 불교에서의 비 본래적 삶은 번뇌와 무명 속에서 자신이 가진 청정한 여래를 깨닫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죽음을 자각하고 양심의 부름에 따라 염려를 담보로 하는 선구적 결단을 통해 현존재의 피투성을 극복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교에서는 수행을 통해 무명을 걷어내고 깨달음을 얻어 본래의 불성(여래장)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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