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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경 Feb 25. 2016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았나요

'진짜 <해바라기>를 찾아라'

2016년 1월의 어느 오후, 독일 뮌헨을 여행 중이던 나는 노이에피나코텍(Neue Pinakothek) 미술관에서 고흐(Vincent van Gogh, 1853.3.30~1890.7.29)의 <해바라기>를 감상한 기억이 또렷하다. ‘와 이 그림이 바로 그 유명한 <해바라기>이구나.’ 몇 주 후 나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게 되었고,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던 중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전시실 속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들어간 내 눈앞에 또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는 것이다.


‘뭐지? 분명 노이에피나코텍에서 <해바라기>를 봤는데, 내셔널갤러리에도 <해바라기>가 있다니.’ ‘둘 중 하나는 진짜가 아가?’ 혼란에 휩싸였다. 이윽고 가이드님께서 해답을 주셨다.


그렇다. 고흐의<해바라기>는 연작이었던 것이다. 고흐는 1888년에서 1889년 사이의 시기에 비슷한 해바라기 작품들을 시리즈로 남겼다.


뭉크 의 <절규> 연작. 왼쪽부터 1893作(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소장), 1893作(노르웨이 뭉크미술관 소장), 1895作(개인소장), 1910 作(뭉크미술관 소장).

  

위의 네 점의 <절규> 중 어느 것이 당신이 아는 진짜 작품인가?


모두 뭉크가 그린 진품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똑같이 또는 비슷하게 그리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모두가 아는 뭉크(Edvard Munch, 1863.12.12-1944.1.23, 노르웨이)의 ‘절규’가 여러 버전이 있듯이 말이다. 작가가 원작으로 속이려 모작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기계로 복제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뜻에 의해 다시 그리는 것이기에, 그림을 그릴 당시의 감흥이나 상황에 따라 작품이 약간씩 달라진다.

이 <해바라기>연작  또한 전체적인 구도와 소재는 같지만 색채 톤, 붓질, 미묘한 모양에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해바라기 작품은 몇 점으로 이뤄진 연작인가. 고흐가 그렸다는이 <해바라기>는 7점이라는 설, 8점이라는 설, 9점이라는설, 심지어 12점이라는 설도 있다. 사람마다, 매체마다 말이 달라, 정확히 몇 점인지 의문이다. 게다가 개인 소장품이 되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고흐가 이 노란 해바라기 연작 외에도 다양한 해바라기를 그렸기 때문에 '연작이 몇 개인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는데, 노란 해바라기 작품만을 놓고 볼 경우 ‘7점 연작 설’ 이 가장 지배적이다.


고흐는 해바라기를 적어도 열한 점 이상 그렸는데,  프랑스 남부 아를 지방 자신의 집에서 친구 폴 고갱(Paul Gauguin, 1848.6.7~1903.5.8)을 기다리며 1년에 걸쳐 완성한 7점의 해바라기 연작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아는 해바라기 작품의 연작이다. 책,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바로 그  7점의 <해바라기>일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았다.


고흐의 해바라기 연작을 감상하며 그림들 간의 차이를 찾아보자.


1888作, 개인소장품
1888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빈센트 반고흐 미술관
1888作,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1888作, 독일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미술관
1889作, 개인소장품
1889作,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 아트 뮤지엄
1889作, 일본 도쿄 신주쿠도고세이지 미술관


해바라기가 연작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이 이미지들을 만났을 때 모두 같은 작품들로 인식했겠지만, 모아놓고 보니 각각의 작품이 저마다 다른 색채, 배열, 분위기 등을 가진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흥미롭지 않은가? 같은 <해바라기>이지만 너무나 다르다. 반 고흐는 본디 이 일련의 연작을 통해 화실 전체를 해바라기로 장식하고자 했다. 친구 고갱이 자신의 집에 오기 전에 집을 화사하게 꾸미고 싶었기 때문이다.실제로는 연작 중 잘 된 작품 두 점만을 고갱이 쓸 방에 걸어두었지만, 그의 <해바라기>들은 세계 곳곳의 미술관으로 건너가 미술관을 밝히고있다.



해바라기는 반 고흐 스스로 '노란색에 대한 연구'라고 말했을 정도로 온통 노란색으로 빛난다.


반 고흐의 작품은 '노랑과 파랑의 심포니'라고 불린다. 노랑과 파랑이 그의 작품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파란색이 그의 힘든 삶이 그에게 주는 힘들과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면,  노란색은 반 고흐에게 ‘빛’, ‘생명’, ‘삶’, ‘희망’이었다. 반 고흐는 평소 그의 작품에서 노란색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표출했다.


해바라기는 그 중에서도 그의 희망이 한가득 담긴 작품이다. 태양을 향한 강한 집념을 가졌던 고흐는, 네덜란드에서 파리로, 또 파리에서 아를로 조금이라도 더 태양에 근접하기 위해 이동하고 이동했다. 그리고 항상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그렇게 그는 죽기 전 마지막 종착지 아를 지방에서 해바라기 연작을 남겼고, 해바라기는 고흐의 대명사가 되었다.


폴 고갱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1888, 반고흐미술관

고흐는 일평생 소위 말하는 ‘유명한’ 예술가가되지 못해서 극도로 가난하고 암울한 삶을 살았다.하지만 그가 생을 마감한 후, 고흐의 영혼이 담긴 그림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현재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미술관에 흩어져 있다. <해바라기>는 소장 미술관에서 언제나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일평생을 가난한 예술가로 어둡고 힘들게 살다 생을 마감한 고흐. 그의 유일한 삶의 이유였던 그림. 그 중에서도 그의 희망을 담은 노란색의 해바라기 연작. 이 작품이 전세계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모습을 그가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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