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에세이 6.
제발이라고 했다. 분명히 난 ‘제발’이라고 말했다. ‘제발’이라고 말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지금은 마음없이 지쳐서 잠시 떠나지만 제발 그대로 있어달라고 그랬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니 그대로만 있어 달라고 그랬다. 아니면 함께 가자했다.
주로 나를 괴롭힌 건 너의 따뜻했던 목소리였다. 남국의 이국적인 풍경과 따뜻한 날씨는 떠나온 곳을 잊게 했지만 익숙한 네 목소리는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게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전화를 걸었다. 시시껄렁한 농담이라도 좋으니 말 좀 해보라고. 시시할 수록 좋다고 했다. 그거면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떠나오지말 걸 그랬다. 외롭고 우울하다. 후회다. 빨리 돌아가야겠다. 제발 그대로 있기를.
드레인(drain) - 시시한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