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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Jun 16. 2020

미국은 왜 '부실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고 하는 걸까?

달러 깡패의 배짱? 

2008년을 돌이켜보자. 그때 왜 전세계가 금융위기를 겪었냐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그러니까 소득요건도 제대로 안 갖춘 인간들에게 오로지 '상승할 게 뻔한 집 값'을 담보로 대출을 내준게 시작이었다. 그때 LTV가 100%를 넘게 책정해 준 적도 있다고 했다. 이 돈을 어디서 모았냐면 주택을 담보로 발행된 채권을 다시 담보로 해서 증권을 막 발행했다. 파생상품은 다시 파생상품을 낳았고 리스크는 숨겨진 채 전 세계 투자금을 끌어당겼다. 


그런데 집값이 하염없이 오를 수는 없다. 뻥~ 하고 터졌다. 이때 숏투자 해서 대박난 사람들을 그린 영화가 빅쇼트인데 여튼 구조는 그러했다. 부실채무자에게 대출을 남발하고 이 부실을 숨기는 파생상품을 만들고 이 고금리 고위험 파생상품에 사람들이 투자하다가 원본이 되는 집값이 폭락하자 파생들이 죄다 쪼르르 망하는 구조였다. 


2018년부터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부실회사채 문제였다. 구조는 앞서 서브프라임과 비슷하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 그러니까 리스크가 높은 회사들을 대상으로 그 자산을 담보로 레버리지론을 통해 유동성을 제공한다. 레버리지론이 일종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거다. (규모로 보면 레버리지 론이 서브프라임보다 더 크다...) 그리고 이 레버리지론의 채권을 담보로 다시 파생상품, CLO가 발행된다. 이 파생상품 역시 리스크가 적당히 숨겨진 채 투자자들에게 넘어간다. 안그래도 금리도 낮겠다. 사람들은 이걸 매입한다. 


사실 코로나 전에도 이게 문제긴 했다. 레버리지론 끌어다 쓴 회사들이 실적이 개판나고 위험해지면 채권의 근원이 되는 담보 자체가 흔들린다. 담보가 흔들리면 파생도 다 흔들린다. 구조 자체가 위험했는데 여기서 코로나가 또 뻥~ 하고 터진다. 매출 안도는 기업들 가뜩이나 부실한데 더 부실해지고 현금도 줄어들고 이러다 도산날 지경에 이르는 거다.


연준이 갑자기 '정크 본드'도 보증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이 '부실 회사채'들이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단순히 달러 깡패라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 위기를 벗어나는 게 쉽지는 않아보인다. 시장은 연준의 각오섞인 결정에도 심드렁하다.


다시 돌이켜보자면 또 월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그렇게 CDO를 쳐 발행했던 월가는 2017년부터 CLO를 뿌려대며 매출을 증대했다. 빅쇼트 마지막 장면은 금융위기를 만든 월가의 주범들이 여전히 잘먹고 잘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미국이 '달러 깡패'라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아니라고 했지만 월가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의 가장 중요한 '기초 자산'은 미국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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