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따위가 코인을 이길 수 없었다...
요새 나는 비트코인을 좀 유심히 보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코인 따위가 국가를 이길 수 없다. 국가의 승인 없이 코인은 쉽게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없고 국가는 코인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어떤 지급도 담보하지 못하는 '튤립'과 같은 존재로 남을 것이며 투기꾼들의 리그에서나 통용되다가 사장될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과문한 나의 생각은 보통 짧고 틀리다.
아시다시피 비트코인은 요새 글로벌 대형 투자사들의 포트폴리오 안에 들어와있다. 아마 연기금의 진입도 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코로나 19와 관련있다. 코로나 19는 전세계로 하여금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게 만들었다. 돈이 풀리면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런 시기에는 헷징이 필요하다. 보통은 금이다. 금은 대표적인 실물자산이고 화폐가치가 떨어질 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그런데 2021년을 사는 우리에겐 금 말고도 헷지할 수단이 더 있다. 바로 그거, 비트코인이다(다른 잡코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내 입장은 동일하니 패스) 실제로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는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시대에선 한가지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 어제 파이낸셜타임즈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비트코인의 떡상은 달러 좃망을 시사한다는 글이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그냥 달러 뿐만이 아니라 미국 자체도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많이 잃었고 특히 선거 국면에서 일어난 의사당 난입사건(글에서는 유사쿠데타라 하드라 ㅋㅋㅋ)으로 여러 사람이 희생당했고 그 사건으로 달러화도 같이 돌아가시었다...는 내용이다.
뭐 아시다시피 달러는 패권국의 통화로 전세계가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축통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때부터 (뭐 그 이전부터 기원을 찾자면 찾을 수 있는데 일단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좀 적나라하게 드러난 때가 그 시기다. 뭐 트럼프가 당선된 배경 또한 그 때문이니) 미국이란 나라의 신뢰자산이 하락했고 달러화의 '보증력'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진다. 마음 급한 미국은 경제를 어떻게든 유지시키기 위해 돈을 뿌린다. 아 정말 엄청난 규모다. 통화량 데이터 보면 정말 떡상이다. 안그래도 미국이 좀 맛탱이가 간 것 같은데 화폐가치까지 떨어지네. 이거 정말 달러화를 믿어도 돼? 이런 의심이 든다. 나같은 불나방과는 달리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은 좀더 멀고 불확실한 위험까지 준비한다.
여기서 잠시 나카모토 사토시인가 뭔가 하는 분이 썼던 비트코인 백서를 떠올려보자. 기술적인 내용 집어치우고 이 암호화폐는 어느나라의 구속도 받지 않는 화폐란다(아 정확한 워딩이 기억 안난다) 그거 따라서 이후에 나오는 화폐들은 죄다 탈중앙인지 뭔지를 떠들었다. 물론 나는 개소리라고 했다. 아 근데 미국이 미국이 점점 힘이 빠지고 다극화가 되면? 아 그러면 유로와 위안화와 달러 모두에 베팅을 해야 하는거야? 뭐 그런 생각이 들 거다. 셋이서 싸우면 혼자 패권 잡고 있는 것보다 리스크가 더 커지겠지. 근데 비트코인은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이미 그 가치가 충분히 쌓였다. 어지간한 나라가 한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큰 시총을 자랑한다. 게다가? 테크 기업들이 (자꾸 정부입장에선 짜증이 나게) 비트코인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한다. 어? 이렇게 되면 점점 안전해진다. 금현물로는 살 수 없어도 비트코인 현물로는 살 수 있는게 테슬라다.
FT기사 마지막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Will the Big Tech consensus prove more powerful than either the Washington consensus or the Beijing consensus? Perhaps. But it’s also possible that sovereign states will move to regulate this existential threat. In the US, Treasury Secretary Janet Yellen has already raised the issue of future cryptocurrency regulation.
"빅테크 기업들의 합의가 워싱턴이나 베이징의 그것보다 더 강력해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발권력을 보유하고 싶은) 국가들도 이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이미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니까 내가 틀렸다. 나는 어떤 힘없는 민중이 비트코인을 들고 일어나 국가의 발권력과 싸우는 그림만 그렸다. 아니다. 빅테크 기업들을 위주로 자본이 국가와 맞짱을 뜨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결론 : 비트코인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투자는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따라하지 마세요 저는 걸어다는 음봉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