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소중합니다.
저는 영장류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인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아마 생물학적으로 저와 같은 분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네 우리 모두는 인간이죠. (뜬금없이 무슨 말을)
그런데 우리는 가끔 참다랑어나 도미.. 또는 붕어가 됩니다….
한가로이 물속을 헤엄치다가 바늘에 달린 먹이를 보고 덥석(!) 무는 거죠
순간 힘차게 물속에서 낚아 올리는 분들이 있으니 (음성지원 : 월척이다! 만선이다!)
바로 인간임에도 조류의 타이틀을 획득하신 기레기. 바로 기자님들입니다.
하루 종일 어떻게든 사람을 낚을 생각만 하는 기자님들 덕에
우리는 오늘도 붕어, 고등어, 다랑어까지 다양한 어류가 되고 있습니다.
참 슬픈 현실인데요.
제가 무선모뎀으로 PC통신을 하던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쭉 지켜본 바,
기레기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그분들의 수익모델이 너무 공고하기 때문입니다. 조회수 기반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기사와 광고의 환장의 콜라보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도 수없이 낚여서 뭍에 나와 파닥파닥 거리면서
더 이상 이런 기레기들에게 낚이지 않기 위한 저만의 방법을 개발해 왔습니다.
한정된 하루의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고 고민한 결과입니다. 오늘은 이 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하나씩 보시고 참고하시고, 가려서 취하시면 되겠습니다.
1. 기사 제목이 내용을 축약하고 있지 않으면 클릭하지 않습니다.
‘팀 쿡도 인정한 ‘이것’, 앞으로 아이폰에 어떤 영향이?’
‘대체 이유가 뭐죠? 국내 운동선수 70%가 사용한다는 이 앱, 왜 그런가 봤더니…’
뭔지 느낌 오실 겁니다. 유튜브 썸네일에서 자주 보던 낚시질이 언론 기사 제목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명사를 남발해서 클릭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상한 인터넷 미디어뿐 아니라 메이저 언론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제목전략입니다.
‘이것’이 궁금하면 클릭해서 기사를 (및 같이 나오는 광고도 같이) 보라는 건데요.
제 경험상 이런 기사들은 기자가 자기 기사 내용에 자신이 없을 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기사 내용에 자신이 있는 기자는 간결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제목으로 씁니다.
사실 기사 제목이 이처럼 이상해진 배경에는 인터넷 포털이 언론 유통의 키를 쥐다 보니
포털 1면에서 어떻게든 클릭을 받겠다는 과열경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짧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진 우리 붕어들.. 아니 유저들의 탓도 있겠지요.
저런 기사는 읽는 시간이 아까워서, 저는 일단 제목만으로 거르는 편입니다.
2. ‘커뮤니티 기반 취재기사’는 무조건 안 봅니다.
촘촘한 필터를 통과해서, 겨우 기사를 클릭했습니다. 그런데, 기사 첫 부분에 출처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으로 쓰인 기사가 꽤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내용을 더 이상 보지 않고 바로 뒤로 가기를 누릅니다.
기자라면 특정 사안에 대해 발굴하고, 관계자 인터뷰나 관련 내용 심층 취재를 통해서 기사를 보강하는 게 보통인데 인터넷 커뮤니티 기반 기사들은 이런 식입니다.
(1) 요즘 결혼하려면 10억은 있어야 하지 않냐는 모 커뮤니티 글이 화제다.
(2) 그 글에 댓글들은 이러이러하더라
(3) 통계청에 따르면 요즘 결혼하는 데 드는 비용은 블라블라
(4) 아무개 전문가가 어디 방송에서 이런 게 문제라고 하더라. 또는 ‘누리꾼들은 이런 세태에 우려를 표했다’...라고 하면서 마무리.
어디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런 패턴이 양산되는 이유는, 노 룩 패스.. 아니지 노 룩 취재, 즉 그냥 방에 앉아서 웹서핑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기사를 많이 써서 클릭률을 높여야 하니, 눈팅 기사나 다른 언론사 기사 받아쓰기가 편한 것이죠.
제 경험상 이런 기사들은 99% 시간낭비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노 룩 합시다.
3. 기사를 정독하지 말고, 먼저 쓱 훑어봅시다.
일반적인 기업 관련 기사는 열에 아홉은 보도자료 배포본을 보고 씁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동일한 시점에 제목만 다른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 많이 보셨을 텐데요. 보도자료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이건 대기업이건 홍보팀에서 하는 중요한 업무입니다.
이러다 보니 제목은 다 다르지만 내용은 매우 유사한 기사들이 쏟아지게 되죠.
보도자료 기반의 기사 작성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읽는 우리도 이를 감안하고 봐야 하는데요. 저 같은 경우 그래서 기사를 읽기 전 전체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보도자료 복붙인지, 추가로 기자의 의견이건 추가 취재건 있었는지 확인하는 거죠.
아까 본 내용보다 좀 더 보강된 기사라면 정독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창을 닫습니다.
4. 기자명과 그 기자의 소속된 팀까지 봅니다.
주로 연예 뉴스에서 많이 보이는데요. 기자 이름이 매우 매우 흔한 이름이고, 해당 기자의 과거 기사보기 검색이 안되면 저는 그 기사는 읽지 않고 패스합니다. 또 그 기자가 속한 팀 이름에 ‘인터넷’이 들어가면 거릅니다.'인터넷 뉴스팀' 같은 거죠.
흔한 이름이라 하면 김빛나, 김하나, 이민수, 김철수 등 (해당 이름을 가진 분들께 송구합니다.)의 이름인데요. 너무나 동명이인이 많아서 도저히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 없는 이름이 주로 쓰인다고 생각됩니다.
기자도 직업인지라 입사와 퇴사가 반복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국내 인터넷 언론이 너무 많다 보니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기자임에도 가명으로 기사를 올리는 일이 빈번하다고 들었습니다.
좀 더 심하게는, 기사에 아예 기자 이름이 없는 기사도 요즘에는 보이더군요. 얼굴 사진 걸고 기자 소개까지 상세히 하는 기자님의 기사에 신뢰가 더 가는 게 아무래도 당연합니다.
5 특정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괜찮은 기자와 언론사가 구분됩니다.
저는 지난 12년간 구글 알리미로 ‘핀테크’, ‘지불결제’ 등 금융 관련 키워드를 등록해 두고 금융 관련 소식을 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20~30개의 기사를 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기사 제목과 언론사만 보고도 클릭을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참 뭐라 딱 설명하긴 어려운데요. 경험적으로 어떤 언론의 어떠한 기사는 읽어볼 만하다는 데이터가 제게도 쌓인 거죠.
어떤 언론사의 어떤 기사는 절대 읽지 말라고 하면 고소각이니, 반대로 제가 즐겨 읽는 업계 기자님들을 들어보자면
핀테크 & 금융 관련해서 저는 바이라인 네트워크의 홍하나 기자님, 전자신문의 길재식 기자님, 블로터의 황금빛 기자님 글은 믿고 무지성 클릭합니다. 더벨의 기사들도 좋아합니다.
기자님들도 한 분야에 업력이 쌓이면 글에서 내공이 돋보입니다. 앞으로는 본인이 관심 있는 업계의 기사를 보실 때, 기자까지 유심히 보시길 권합니다.
마치며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옛말이 있죠. 현대사회에서는 수십 배는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온라인의 파급력이 강해졌으니까요.
불량 기사로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노리는 낚시꾼들이 많습니다. 우리 붕어들.. 아니지 사람들이 더 현명해져서 낚이지 않아야 낚시꾼들을 고사시킬 수 있습니다.
꼭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하는 좋은 낚시꾼들만 많은 세상을 그려보며 이만 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