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브랜딩은 결국 조직의 구성원들에 의해 구현됩니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은 독립적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사무실 내 다양한 요소들과의 상호작용을 거쳐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떤 무형의 총체가 되어 사무실 상호작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흔히 그것을 '조직 문화'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결정적'이라는 표현의 임의적 기준은 '사무실에 새로운 직원이 왔을 때 그 직원의 생각과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냐'입니다. 이런 논리에 따라 새로운 브랜딩의 성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조직과 구성원들,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조직 문화를 새롭게 조성해보기로 했습니다.
조직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입니다.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100% 일치하는 조직문화 목표를 세우더라도 그것이 개인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목표라면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브랜딩에 적합한 조직문화란 어떤 것이냐에 대한 사전 논의를 거쳐 몇 가지 목표를 미리 선정해 내부 구성원들과 논의했습니다. 왜 이런 목표를 세웠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었죠.
구성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찬성하는 구성원도 있는 반면 반대하는 구성원도 있었죠. 목표를 표현한 워딩 자체가 어려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의견, 말은 좋지만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 목표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 아예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는 구성원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의견들을 정리하여 다시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목표를 수정, 보완, 추가하고 다음 회의시간에 다시 공유했습니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수용 비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의견을 가진 구성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조직문화 목표를 아예 언제든 수정될 수 있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누구든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제안할 수 있는 것으로요.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그러나 바뀔 수 있는) 조직문화 목표와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조직문화 목표:
- 조직문화와 같은 원칙을 만드는 과정에 모든 구성원 참여 및 원칙 준수
- 누구든 언제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분위기
- 개개인의 커리어 목표 설정 및 달성
- 모든 업무에서 디테일 중시
- 서로의 업무 시간 존중
- 업무에 있어서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으로 접근
- 원활한 협업을 위한 팀워크 제고
- 일과 삶의 분리
조직문화 프로그램:
- 누구든 익명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대나무 숲 운영
- 직무 관련 교육비 지원
- 자기 계발을 위한 주 2시간 자유시간 제공
- 전체 미팅 후 함께 점심 식사, 랜덤 미팅(임의로 뽑힌 소수 인원이 자유로운 주제로 토론) 운영
- 가맹점 커뮤니케이션 채널 조정
- 건강 증진비 지원
위 조직문화는 현재 신입사원 면접 문항은 물론 인사평가에도 일부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신입사원 교육에 조직문화 내용을 포함시켜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구성원들이 언제든 볼 수 있게 각각의 내용을 포스터로 만들어 사무실 곳곳에 붙여놓는 작은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조직문화는 일단 결정이 되었다고 해서 즉시 자리 잡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맨 위에 쓴 것처럼 다양한 상호작용의 총체이기 때문에 뿌리를 내리기 전까지 계속해서 조정이 필요하고 물리적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어렵고 오래 걸린다고 해서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이 차선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쓴 것처럼 어려운 것들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브랜드들이야말로 '조금 다른 브랜드'가 될 테니까요.
새롭게 조직문화를 조성하려는 S사의 노력은 추후 범위와 규모가 훨씬 큰 대형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됩니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