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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고신입 May 22. 2021

미니멀리즘은 구속이 아닌 자유다

내 인생에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기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2014년 어떤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그때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 줄 알았다.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Matt D'Avella(넷플릭스 다큐 미니멀리즘의 감독)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 셉트를 이해하게 됐다.


삶의 방식으로써의 미니멀리즘 또는 미니멀한 삶이란 무엇일까. 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선택하고 그 가치들을 중시하는 삶의 방식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따라서 미니멀리즘 대신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만 과거 입시나 취업 준비 시기에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질려버린 느낌이 있다. 또한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전반적인 삶의 태도를 표현하는 단어로써 적합한 느낌이다.

 

삶에서 어떤 가치를 '중시'한다는 말은 너무 추상적으로 들린다. 중시한다는 게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쉽게 말하면 특정한 가치를 위해 우리의 주요한 자원인 시간, 돈 그리고 정신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미니멀리즘, 즉 내 삶에 중요한 가치에만 집중하는 삶이 어떻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는지를 시간, 돈, 정신(집중력)으로 나눠 이야기해보겠다. 참고로 내가 중요하다고 정의한 가치는 육체적/정신적 건강,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시간, 경제적 자유다. 이 외의 것들엔 시간, 돈, 정신을 투입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1. 여가 시간 증가

불필요한 사교 모임, 결혼식 참석, 쇼핑이 사라지니 여가 시간이 많이 늘었다. 반사회적인 인간으로 낙인찍히거나 심심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면 늘어난 여가 시간을 이용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 산책, 독서, 명상, 여행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여가 시간이 증가한 것이다.

*운동, 산책, 독서 등은 내가 중시하는 가치들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을 충족시키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2. 저축 금액 증가

최대 지출 감소 항목은 쇼핑이다. 옷과 신발은 물론 '혹시 있으면 쓰지 않을까'하는 생각 또는 '이걸 가지고 있으면 좀 더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구입하는 짓을 90% 이상 줄다. 예전엔 절약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여겼지만 막상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중시하는 것들엔 적당히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만나고 부족함 없이 여행을 가고 있음에도 매월 저축하는 금액이 커졌다는 사실은 꽤 고무적이다.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않는 행위는 경제적 자유에 다가가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부심도 키워준다. 기업에 휘둘리기 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의 소비 활동을 통제할 수 있고 동시에 환경 친화적인 사람까지 됐으니 자신감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

*BBC의 한 기사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0%, 하수의 약 20% 만큼 책임이 있다고 한다.  


3. 집중력 향상

2010년 11월, Havard Business Review에 '집중력은 당신을 더 행복하게 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올라왔다. 여기서 소개된 실험 결과를 보면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다. 굳이 실험 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무엇인가에 집중하지 못할 때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왠지 불안하고 불만족스럽다. 반대로 행복감과 관련이 깊은 명상, 운동, 여행의 공통점은 우리의 집중력을 한껏 높이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그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중단해보니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한번 생각해보라.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오직 인간관계라는 명분 때문에, 그저 사회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나의 정신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지.


여기에 더해 내 인생에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무시하기 시작하니 불필요한 쇼핑 시간이 줄었다. 그 결과 핸드폰 사용 시간 자체가 줄어들었는데 이는 강한 선순환을 가져왔다. 다들 알다시피 모바일에 깔려있는 모든 앱의 목적은 둘 중 하나다. 우리의 돈을 뺏든지 아니면 시간을 뺏든지. 따라서 똑똑한 기업들은 누구든지 한번 빠져들면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반대로 한번 줄이기 시작하면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처음엔 불안할 수 있지만 핸드폰과 멀어져도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것을 한 번만 깨달으면 그다음부터는 더 쉽게 멀어질 수 있다. 과도한 핸드폰 사용이 집중력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밝혀낸 연구는 너무도 많다.


옷을 버리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것 자체가 미니멀리즘은 아니다. 미니멀리즘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만 단단히 쥐고 나머지는 놔주는 것이다. 당연히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는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아마 처음엔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것이 막연히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중시하는 가치를 위해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보람되고 기분 좋은 일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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