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돈룩업>. 줄거리는 생략하고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몇 가지만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스포 있음.
우리는 1분, 1초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명제가 뒤집힌 사례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잊고 산다. 혜성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던 사람들이 죽음 직전에야 '잘 죽고자 애쓰는' 모습은 우리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 대신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묻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답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한 나머지 회피하거나 삶을 연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은 어떨까? 혜성 충돌 직전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 메릴 스트립이 정체불명의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은 권선징악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죽음을 피하기 위한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묻는 장면이기도 하다. 조금 더 일찍 죽는 한이 있더라도 철부지 아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면 어땠을까.
정치 세력과 기업은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한다. 이것이 문제가 될 때는 우리가 잘 죽는 것을 방해할 때다.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나 SNS를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군중들의 모습은 이런저런 정치적, 상업적 메시지에 현혹되어 소중한 삶을 낭비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유명 인사가 되어 미녀 앵커와 바람까지 피우던 레오나르도가 막판에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가족들과의 평범한 저녁 식사를 끝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술과 마약, 난교 파티 장면을 지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식사 장면이 유독 강조되었음을 기억하자.
언젠가 그러나 분명히 죽는다는 사실은 허무하다. 하지만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일상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없이 소중한 것이다. 회한에 젖은 듯한 그러나 편안한 표정의 레오나르도가 내뱉는 마지막 대사는 이러한 주제 의식을 극명히 드러낸다.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부족한 게 없었어. 그렇지? 생각해보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