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훗날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들이 시계나 장난감에 들어가는 단추형 배터리를 삼키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4년 7개월간 단추형 전지 삼킴 사고는 총 254건이 접수됐는데 그중 0~1세 영아가 166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2~3세 52건,, 4~6세가 27건 순이다. 단추형 배터리를 삼킬 경우 식도·위 등에 구멍이 생길 수 있고, 합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사례가 있다. 몸속으로 들어간 배터리에 전류가 흐르면 위장 벽을 태워서 구멍을 내거나 점점 더 세포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다. 이에 MIT 연구진은 로봇을 이용해서 몸속에 들어간 배터리를 방법을 개발했다. 종이 접기를 하듯이 납작하게 접은 로봇을 몸 안에서 분해가 되는 캡슐에 담아서 삼키게 하고, 외부의 자성을 이용해서 로봇이 위장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몸속에 있는 배터리를 밖으로 빼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로봇을 이용해서 장기에 상처를 입은 부분에 패치를 붙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하는 놀이라고만 생각했던 종이 접기가 로봇을 만드는 원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성별에 따라 다른 환경을 제공한다. 남자아이의 방은 파란색으로 꾸미고 여자아이 방은 주로 분홍색으로 꾸민다. 또, 남자아이에게는 활동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장난감, 예를 들어 장난감 총, 자동차, 공을 주고 여자아이에게는 인형, 장신구, 소꿉놀이 세트를 준다. 여자 아이가 “여성스러운” 놀이에 끌리고 남자아이가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아이 스스로 바비 인형을 선택하기 전에 다양한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할 필요가 있다. 여자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이 따로 있다는 편견을 갖게 되면 레고 블록이나 다른 블록 장난감들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에 의하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뉴런의 시냅스 연결은 나이가 어릴수록 활발하게 형성된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여러 경험을 통해 자극을 받아 매일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거나 강화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이미 형성된 경로를 따라 습관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냅스 형성이 점차 감소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서 외국어를 배우기가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시냅스 연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어린 시절에 다양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은 공간지각력을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간지각 능력은 아이가 말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발달하는데 생후 3~4개월이 되면 거리, 위치, 등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조금 더 지나면 사물이 있는 장소를 기억한다. 아기가 까꿍 놀이를 좋아한다면 물건이나 사람이 기억하는 장소와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 지각력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는 대체로 대근육 발달을 거쳐 소근육이 발달하는 시기인 만 4~6세 정도라고 한다. 유아기에는 다양한 물건을 직접 만지고 돌려보고 하면서 노는 것이 공간 지각 발달에 도움이 된다. 공간지각 능력은 말로 설명해준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해 보는 경험을 통해 발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기간에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훈련과 경험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 공간지각 능력은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 운동의 모든 경험을 통해 발달하므로 어려서부터 도형과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도록 블록 쌓기, 퍼즐, 종이접기 등 다양한 놀이를 통한 경험이 중요하다.
2016년 영국 공학기술학회 IET의 발표에 의하면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공학 기술과 관련된 장난감을 받을 확률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3배가 높다. 이러한 유년기 경험이 여자아이들이 공학과 기술 계열의 경력 선택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공간지각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블록은 오랫동안 주로 남자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었다. 아이들은 블록을 옮기고 내리고 쌓는 과정에서 운동신경을 조절하고 균형감 및 대·소근육의 협응력이 발달할 수 있다. 또한 구조물을 쌓아 올리고 허물기도 하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경험한다. 더 나아가서 모양, 크기, 무게, 길이 등 블록의 정보와 수세기, 일대일 대응, 분류, 간단한 분수와 배수 등의 수학적 개념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
대표적인 블록 장난감인 레고의 개발팀은 블록 장난감을 갖고 놀아본 적이 없는 3500명의 여자아이들과 엄마들을 대상으로 4년에 걸쳐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이 갖고 노는 블록 장난감보다 색깔이 화려하고 주변 사람들과 친구들과의 일상을 아기자기하게 표현할 수 있는 레고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2012년에 여자아이들의 취향을 반영해서 분홍색, 보라색이 포함된 레고프렌즈 라인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고프렌즈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소비자들로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항의를 들어야 했다. 일부 부모들은 분홍 계열의 색깔과 마을에서 수영장과 미용실에 피규어들이 둘러앉아 있는 광경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여자 아이들을 겨냥해서 장난감을 만드는 것은 다른 장난감들과 마찬가지로 남녀 차별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여자아이들이나 좋아할 만한 레고프렌즈는 레고를 위장한 인형놀이에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고프렌즈가 나오면서 레고를 갖고 노는 여자아이들이 많아졌다. 레고프렌즈 라인이 나오기 전에도 레고 블록으로 비행기, 우주 왕복선,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레고프렌즈 출시 1년 만에 레고 세트를 갖고 노는 여자아이들이 전체의 10%에서 30%로 3배나 증가했다. 2017년에 출시된 “나사의 여성들”이라는 레고 패키지에는 허블 우주망원경 제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허블의 어머니'라 불리는 낸시 로먼, 아폴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컴퓨터 공학자 마거릿 해밀턴,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최초의 흑인 여성 우주인 메이 제미슨 등의 모습을 한 미니피규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레고프렌즈가 "인형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진짜 레고는 여자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아니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바비인형을 만드는 회사에서도 여자아이들이 공간지각 능력을 훈련할 수 있다는 바비인형 건축물 세트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영국 임페리얼 대학 연구원들은 매년 과학장난감 대회를 열고 있다. 그 상은 성 중립적인 STEM 완구를 만드는 제조사들에게 돌아간다. 연구원 안드레아 곤잘레스Andrea Gonzalez 박사는 말했다. “아무도 드러내고 말하지 않아도,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면, 대부분 남아들을 겨냥한 제품과 여아들을 겨냥한 완구들이 구분되어 있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완구는 남자아이에게 적합하고 여자아이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주변 환경과 경험은 아이들의 흥미, 관심사, 미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들은 과학자나 공학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환경이 과학자나 공학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줄 장난감을 선택할 때 성별 고정관념을 물려주지 않을까 고민이 될 수 있다. 아들에게 장난감 총을 사주면 폭력성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딸에게 바비 인형을 사주면 외모에만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주되 다른 장난감도 갖고 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남자’, ‘여자’라는 성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해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공간지각 능력은 관찰, 비교, 기억력 등을 기반으로 한다. 아이와 함께 놀면서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주자.
블록으로 집을 만들고 주변에 마트 병원 미용실 은행 세탁소 등 을 배치해서 마을 전체를 꾸며보는 놀이를 하면서 공간 내의 물체 들 간의 위치 방향 거리를 탐색해볼 수 있다.
사각형, 삼각형, 원을 종이 위에 그려보고 찰흙으로 육면체, 구, 원뿔, 삼각뿔과 같은 입체 도형을 만들어보는 것은 도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게 한다. 여러 가지 도형을 관찰하고 사물의 다양한 모양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물 사이의 위치 관계를 파악하고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어 보게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간 유추의 감각이 길러진다.
그 외에도 음악 감상과 연주, 미로 찾기, 숨은 그림 찾기, 어울리게 옷 입기, 그림 그리기, 건축물 감상하기, 등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과 놀이를 통해 공간지각 능력을 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