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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빈 Aug 02. 2018

스튜디오, 최후의 만찬

오늘 처음으로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오프닝 행사를 가게 되었다. 전시를 볼 겸 저번에 만나뵀던 작가님이 '사실 묘미는 이런 곳에서 탄생한다'는 무언의 깜짝 소식을 듣고 궁금함에 폭염을 뚫고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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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런 오프닝 부대행사를 오는 사람은 없다. 외부인은 학생인 나 외엔 입주작가들, 학예팀, 관장 이렇게가 다였으니까. 미술에 관심이 많고 작가님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이런 자리는 흔치 않지만 축하사를 전달하는 관장님의 발화부터 나는 경직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도 편하게 분위기를 띄워주시는 작가님부터 작업 외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가님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들은 맞이하게 되어 뜻깊은 하루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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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도 대충은 알았지만 어떤 위로를 받기 쉽다는 마음이 강했을지도 모른다. 어정쩡한 지방대학에서 미술 또는 예술과는 거리가 먼 학문을 취득해 졸업을 앞둔 학생이 작가님들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미술대를 나오지 않고 미술을 좋아하게 된 지 얼마 안됐는데 용기 있는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만큼 거칠고 어리숙한 말이 어디 있겠는가. 용기 내어서 1대 1로 말했던 작가님은 너무나 부담스러워 보였고 꼭 유학을 하야하는지도 모르겠다라는 답변은 나는 유학을 갔다 왔는데 어떤 점이 좋았다 보다는 요새 너무 유학을 유행처럼 여기는 것 같다는 말처럼 들렸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어서 관심사나 작업의 흥미, 구상이 비약된 채 유학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은 학력에 대한 갈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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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아 보이시는 작가님이 나를 가리키며 입주작가 아닌 것을 너무 티 나게 말하셨다.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 자리였는데 그렇게 운을 띄우셨으면 왜 미술을 좋아하는지, 어떤 작업들을 해 나가고 싶은지라도 물어보셨다면 좋았을 텐데. 그리곤 어디 학교인지를 물어보셨다. 그 이후엔 답이 없으셨지만.

오프닝 행사를 가기 전에 만났던 작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같이 예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서로 경쟁해야 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말한 것 같다. 어떤 분야든 그런 게 있다. 다음에 작가님들을 만나면 나도 이런 질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작업만큼 관심 있는 다른 작가님이 있는지, 어떤 작가님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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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가고 있다. 8월이라니. 나는 매 순간 나에게 솔직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어떤 곳을 향해야 하는지, 어떤 것들을 성취해나가야 하는지도 조금은 감이 잡혔지만 때론 용기가 필요한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용기를 북돋어 줄 수 있는 친구들과, 선행 작가님들과, 자본의 영향력 등이 충만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사람들과, 개인의 작업 포트폴리오들과, 침체된 가족경제의 해체가 스스로를 슬프게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이것이 무쓸모의 아우성이라는 것을 알고 누군가는 의지박약, 겁쟁이 등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잘 헤쳐 나가야 함을 누구보다 나 자신밖에 알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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