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편지 쓰는 것을 참 좋아했다. 때론 진심이란 생각과 동시에 나오는 말보다 조곤조곤 느리게 써내는 글이 적절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여쁜 손글씨를 다시 맞대는 건 좋은 느낌이 들었다. 글씨는 오롯이 자기 자신만의 서체고 나의 마음 상태나 기분의 단면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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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어젠 메일로 쓸 수밖에 없었다. 매우 정중하고 정갈한 단어를 요해야 했고 무엇보다 진정성이 필요했다. 그것은 좋아하는 잡지사 이메일에 권고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글의 형식은 나의 마비된 뇌처럼 의식의 흐름 같기도 했다. 첫사랑의 연인에게 보내는 글과 같이 수줍은 글을 써 내려갔다.
다시 읽어보고, 띄어쓰기를 검토하고, 현학적인지 너무 자기애적인지 등의 되돌아보기의 작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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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무척 외롭고 비참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누구랑 친구가 되고 싶다는, 저 공동체의 소속감을 가지고 저런 사람들과 어떤 일들을 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들을. 취업이라는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시기에 난 누구보다도 학구적이었고 학문이라는 분야에 호기심이 그윽했다. 하지만 공부를 한다는 그 자체, 순수한 동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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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몸을 이끌고 '인간도 광합성이 필요하다'는 모토를 가진 채로 밖으로 나갔다.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 때문에 매일 버스를 타던 정류장에서 다섯 대의 버스를 보내버렸다. 사실 정해졌지만 뇌가 혼란스러워서 차분히 탈 수 있는 버스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버스의 동선들을 다 까먹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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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도 아니고 항문외과에서 예민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근처 학교를 다니는 친구는 전화가 되지 않았고 저번 달에 잃어버린 장우산과 접이식 우산을 생각하며 시내를 나갔다.
우산을 사기 위한 여정은 꼭 왕가위 영화 속에 나오는, 도시를 정처 없이 걷는 외로운 현대인의 보이스오버를 보는 것 같다. 뜨거운 햇빛이 계속해서 날 밀어내고 '이 금을 넘지 마! 넌 이 곳에서 나오면 안 돼'라고 하는 듯했다. 연인들과 사람들은 그늘 속에서 꺄르르 웃으면며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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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끼를 먹고 실신하듯이 잠을 잤다. 깨어보니 다시 잠이 들어야 할 밤 10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돌아다녔더니 급한 잠이라도 필요했나 보다. 얼굴 한쪽이 침으로 흥건히 젖고 반쪽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조용히 노트북을 들고 지인 몇에게 톡을 보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참고 있었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그런다고 나의 정신이 명료하게, 맑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사람의 온기를 느끼면 조금은 낳아지는 것 같아 그리했다.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이 오늘의 한 줄이 아닐까.
왠지 내일은 그럴 것 같아 조금은 좋은 느낌으로. 그런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