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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빈 Jul 29. 2018

행궁동의 축축함과 시큼함 사이

부엇던 항문이 수시로 말썽을 부리고 마음이 지쳐있어서 잡아논 약속을 취소해야 할까 싶었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취소를 한다는 건 통보같았고 그냥 이행하기로 했다.


언제부턴가 사회부고 연예부고 정치부고 우리가 알기어려운 사이시간, 경과의 현상들을 배제하고서라도 사람들은 짧은 글 하나, 또는 영상 하나에 제법 쓰레기같은 말들을 잘도 내뱉었다. 파놉티콘의 교도소는 무시무시한 철문과 외벽이 아니여도 이미 많은 공간들 속에 흩어져있었다. 그 사람들이 내뱉는 말도 그들의 입장인 것처럼 나도 나의 입장을 취했을때 나의 말은 나 자신에게만 특수한 사건이지 상대방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괜히 나약해질까 싶었고 나의 수원행 기차는 이미 오산역까지 도래한지 오래였다.


내가나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느낀것은, 선배의 대화를 통해 그녀가 친구와의 콘서트에서 그녀의 친구가 오지 않았음에 분노한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어짜피 걔는 같이갈 사람 없어."

"오기 싫으면 안와도 된다고 했어. 뭐하러 이유를 굳이 대?"

이런 대화에서 나는 유치하지만 누구편을 들어야 하는지는 알았으나 만약 내가 오늘 약속에 나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떤 태도를 취했을지 자못 씁쓸했다. 그것이 진실이었을지라도 그런 변수는 타인에게는 손쉽게 변질될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만나기로 했던 선배들은 약속 시간을 모두 넘겨서 만났다. 먹고 싶은 음식도 못먹고 치킨을 먹었지만 딱히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은 스트레스가 이미 뇌를 마비시켜서 이 상황에서는 어떤 감정이 일어나야해라는 인지작용은 이미 퇴행한지 오래였다. 그리고 나에겐 선배들은 계속 보고싶었으며 오랫만에 본 시간이었기에 본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토요일의 요사스런 날씨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야외활동을 꽤 잔망스럽게 임했음에 틀림없다. 통닭집에서는 닭의 냄새와 면면하게 이어진 술들의 향연이 이곳이 치킨집인지 술집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으며 나는 어느새 여자들의 대화에 잠시 빠져나와 사람들을 관찰했다. 중년의 다리근육, 혼혈의 아이들, 주말운동을 마치고 온 여자 배트민턴 클럽, 치킨을 가져다주며 뻥튀기를 하나씩 들이키는 아주머니들.


언제나 집에 가야한다는 것때문에 시간에 대한 강박은 피곤하다. 나는 선배에게 어딜 가는건 좋은데 다시 집으로 가야한다는게 귀찮고 피로한 일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집은 편하지만 편한건은 내게 우중충함을 가중했다. 


역시나 가는 길엔 예매하지 않는 기차표에 입석이라는 낙인도장이 실실 웃음을 지었다. 

항상 어디론가 떠날 때 책과 잡지를 한권씩 들고다닌다. 나는 아까 출발할 때 읽얼던 페이지로 다시 돌아갔다. 에이즈라는 자극적인(자극적일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단어와 암전이 가득한 프레임 안에 야릇한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던, 그 상쾌한 포토에세이를 들이켰다. 약 때문에 맥주를 먹지 못한 나는 뒤늦은 원샷으로 습한 공기들을 떠나보냈다.


치킨을 먹고 난 뒤에는 옷에 치킨기름 냄새가 그윽한게 맘에 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섹스 후에 남는 타액의 시큼함도 그리 좋진 않다. 보스토크에 쓰인 포토에세이의 글을 읽을 후 꽤 버릇없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그리곤 그가 궁금해져 이름을 검색했다. 그의 , 쾌락주의적인 시큼함 안에 깊숙한 갈망의 덫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관심사가 동률을 이뤄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습한 공기를 뚤고 이글루의 버스는 집을 향해 단숨에 달려가고 있었다. 

"아까 기차에서 그 남자 어깨에 살짝 기대볼걸 그랬어" 

스리슬쩍 움직이는 시선들 사이 내 어깨를 향한 그의 얼굴을 맞대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시큼함의 본원이 그때부터였는지 알 수 없는 생각이 집에 도착할 무렵, 집을 떠났을때의 기억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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