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몇일 서울에 다녀온 뒤로 몸에 힘이 없다. 한창 찬 바람을 맞고 나서 약간의 감기 기운들이 돌다가 지금은 좀 나아졌다. 그리고 어느새 9월에 시작한 공공근로도 2주가량을 남기고 있다.
올해 계속된 면접 사이 나는 나의 평범함을 점차 깨달아왔다. 그러다가 시에서 지원해주는 청년 구직활동지원금 이후에 시청 홈페이지를 종종 들렸던 것이 희망일자리까지로 이어졌다.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게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 아닐수도 있다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타인과 대화할때 '그래도 넌 하고싶은게 있잖아, 자기 분야가 있잖아'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것을 쟁취할 수 없거나, 다가가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불행하거나, 그에 견줄 정도의 심리적 불안함을 초래한다.
그래서 그냥 차라리 아무거나 하자라는 긍정마인드나, 포기김치의 오픈마인드가 더 심적으로는 날 수가 있다.
나는 꽤 구체적인 계획과 장래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줄곧 내가 원하던 것, 희망하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을 중심으로 미래의 커리어를 위해 20대를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언저리에서 그것을 직무로서, 하나의 직업으로서, 전문화된 인력으로서 들어가는 초입에서는 무엇인가 쉽지 않다. 관련된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실무자로서의 바운더리에 들어가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라왔다.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도 더 독하게 원서를 쓰는 일밖엔 내가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후자의 행동을 취했을때, 어떠한 결과가 없거나 미비하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무기력증이 사로잡는 것 같아 약간의 경험 후에 사실 이것도 제대로 된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면서, 나는 살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학부 때 가장 좋아하던 수업에서 교수님은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라고 했는지, 잘 융화해서 판단하라는 것인지는 애매하나 이제는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물음표의 늪에만 빠져있는 것 같다. 또 그러면서, 이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열망, 집착을 놓아야 겠다는 생각을 2020년 올해에 하게됐다.
공공근로가 끝나감에 따라 12월은 어떻게든 원서를 집어넣고 면접을 보러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마 계약직인생을 살고 있는 내 동포들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인생을 치열하게, 열심히 살지 않으면 왠지 나아질 것이라 생각이 들지는 않아 어떻게든 해보겠으나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가시적인 상황이 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는, 할머니 한분이 발급해야 할 서류를 꼬깃꼬깃한 종이에 적어오셨다. 서류를 보니 무인발급기로 도와드리면 금방 뽑을 수 있는 것들이라 도움을 드렸다. 신분증과 통장사본도 민원실의 복합기로 금방 뽑아서 모든 서류를 봉투에 넣어드리니 너무 감사했는지 연신 인사를 주셨다. 별거 아니었음에도 그 별거 아닌 일들을 도와달라고 하기 미안한 어머님의 표정.. 바쁠텐데라고 운을 띄우면서 많은 눈치를 보는 어머님의 표정에서 그냥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어머님은 내 자리에 쌍화골드 한 박스를 조심스레 놓고 가셨다. 별거 아닌 나에게 별거 아닌 일들을 도와달라고 해서 계속 미안해했던 사람. 그래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오늘 하루 서로에게 감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일인지, 어제는 그저 숭고했다.
어머님이 필요한 서류가 꼭 좋은 결과를 주고, 나도 좋은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이 되버린 2020. 모두가 저마다의 말미를 잘 장식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