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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될대로 될 인생 Feb 19. 2022

보석이를 위한 일기

01. 아빠를 처음 만난 날

보석아. 이모는 너의 소식을 처음 들은 날을 기록했다가 엄청난 뷰와 뜨거운 댓글을 받았단다.

축하의 댓글 사이에 악플도 몇 개 있어 너에게, 너희 엄마에게 미안한 일을 벌인 건 아닌지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기록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고 해.


신경 쓰는 것이 많아지면 무언가 실행하는 게 두려워지더라고.

그래서, 보석아 이모는 너를 위한 일기를 계속 써 내려갈 거야.


진실된 나의 마음을 담는 일은 기록밖에 없어서,

날아가버리는 감정과 기억을 기록으로 가둘 수 있어서, 너를 위한, 나를 위한 일기를 기록해볼게.



2021. 12


이날은 너의 아빠를 처음 만나는 날이었단다.

혼전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맘고생했겠다며 너의 엄마를 부둥켜안아준 너의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네 아빠를 너무나 궁금해했어. 소식을 들은 다음날 바로 너의 아빠를 소환했지 뭐야.


네 아빠가 오기 몇 시간 전부터 할머니는 마치 명절처럼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었고,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졌단다.


약속한 6시가 되자 네 아빠는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나타났어. 이모는 산타 할아버지가 온 줄 알았단다.

우리 가족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고른 선물들에 참 섬세한 고민이 담겨있더라. 너희 아빠가 이렇게 세심한 사람이야.


네 아빠가 긴장돼 밥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아서 이모는 부드러운 호박죽을 만들었어.

속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데워줘야 체하지 않을 것 같아서. 물론 아빠와 엄마가 생각했던 순서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보석이를 일찍 만나게 된 이상 따뜻한 시작하면 좋잖니. 앞으로도 더 힘든 일이 많을 텐데 말이야.


가족이란 그런 것 같아. 이모도 힘들 때 항상 가족들 덕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어.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유일무이한 사람들이지. 이제 우리는 온 마음 다해 너희 아빠와 보석이를 지킬 거야.


우리 가족이란 따뜻한 보호막 안에 언제든 쉴 수 있도록. 더 단단하게 만들어 놓을게.


우리의 새로운 가족이 된 걸 너무나 환영해.


너도, 너의 아빠도!

벌써 사랑한다. 이모가.


네 아빠 시선으로 찍은 그날의 식사야. 보석이도 엄마 뱃속에서 맛있게 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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