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의 쓸모를 마무리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 본래의 쓰임새로 잘 쓰고 있는 제품이 몇 가지나 있을까?
한 달의 한번, 또는 년에 한 번 정도 꺼내게 되는.. 쓸모는 있지만 자주는 아닌 물건들. 우리 집에 많다.
언젠가는 쓸 것이 분명한데 그 언젠가를 위해 몇 년이고 쟁여두는 이 몹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하지 않지만 지금 세일하니까 사두거나 꼭 필요하진 않지만 있으면 쓸 것 같은 물건들.
과거 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쓸모를 위해 쟁여둔 어떤 것들이 나의 생활을 무겁게 누른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편리를 위해 많은 물건들이 필요한 것처럼 마케팅되고 있고 그 마케팅에 잘도 수긍해 가며 사들인 물건들이 본연의 쓸모를 다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버려졌다.
에코백의 쓸모는 '재활용'이라는 흔한 단어를 조금 더 구체화해보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버려지는 재화나 쓸모를 발휘하지 못한 장롱 속의 물건들을 찾아 새로운 쓸모를 찾아보는 시간 동안, '편리함'이라는 것이 물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벼움'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편리한 것들을 사들이기보다는 있는 것들을 활용하고 새로운 쓸모를 찾아보는 일의 부지런함이 나의 생활을 단순하게,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믿게 된다. 복잡하지 않고 간소한 생활 방식이 결국 내가 원하는 생활방식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하지만 한국에서, 하루에 티브이며 인터넷에서 반 강제적으로 보게 되는 광고들을 뿌리칠 말짱한 정신이 나에게 있을 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쓸모의 쓸모를 찾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짓 일지도 모르겠다. 그 어리석음을 기록하는 일이 이 브런치연재인 것도 같다. 쓸모를 잃어버리고 새로운 쓸모를 찾는 일 말이다. <에코백의 쓸모>는 나 자신의 새로운 쓸모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내가 하는 일들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시기에 시작된 <에코백의 쓸모> 연재는 나의 활력이 되었다. 20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하지만 <에코백의 쓸모>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이후 작업들은 인스타 @monnuh_studio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