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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스미미 May 07. 2024

잘해야 한다는 강박

완벽주의 좀 버리자. 나만 힘들다.

세상 모든 일을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 까지 미룬다. 회사일마저 그럴 순 없어서 얼마없는 J 몽땅 끌어와서 간신히 제때 해낸다. 난 그저 내가 게으른줄로만 알았는데 유퀴즈에 나온 어떤 교수님이 이런말씀을 하셨다.


"완벽주의자라 그래요. 완벽하게 될 것 같지 않으면 시작하지를 않는거죠."


생각해보면 맞는말도 같다. 일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도 뇌는 항상 돌아가고 있었다.

'아 이걸 어떻게 풀어야하지. 어떻게 해결해야하지...'


30여년 이상을 잘 미뤄왔는데 아주 큰 고비가 닥친 적이 있었다. 바로 석사 논문 이었다. 당시 10여명의 동기들이 있었다. 1차 피드백 2차 피드백... 약 1년여를 거치는 동안 친구들의 논문은 차근차근 완성되어 갔지만 나의 논문은 그렇지 못했다. 논문의 뼈대는 동기들중에 가장 먼저 나왔는데 도저히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말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못했던 터라 내 글은 더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간신히 논문 통과가 되기는 했다. 뒤에서 두 번째 순서로. 그동안 모든 일에 있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활활 타올라야 시작을 했고, 종국에는 해냈었다. 몰아치기에 도가 터서 그간 실패했던 경험은 한번도 없었는데 인생 처음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할 뻔 했다. 그 엄청난 한학기 등록금을 또 낼 뻔 했다.


글쓰기도 왠지 그렇다. 완벽하게 흐름과 짜임새를 짜고 나서야 글이 써지는데 그게 안잡히면 첫글자를 떼기가 오래 걸린다. 마지막 글을 쓴지 벌써 한달하고도 4일이나 지났다. 매일 1시간씩 글을 쓰겠다던 나의 다짐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 이건 완벽주의 성향의 핑계로만 댈 수 없다. 게으르기도 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로 거의 처음으로 퇴고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을 발행해 본다.

생각보다 꽤 괜찮다. 앞으로도 종종 이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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