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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Feb 05. 2019

[중국 대륙 여행(10)] 항저우 서호 일주-소제蘇堤

서호에서 가장 긴 둑을 거닐며 느낀 소회


'16년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일이 바쁘네 귀찮네 등 이런저런 이유로 처음으로 2달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많이 지체되긴 했지만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들을 다시 나눠보고자 한다.



2017.8.18


더웠던 중국에서의 여름 오전, 나는 평화로이 항저우 서호를 거닐고 있었다.


전편에서 소개됐던 악왕묘를 보고 나서 서호에서 가장 긴 소제를 구경할 차례였다. (아래 사진 빨간 선)








그 시작점이 '곡원풍하'였다.






중국 항저우 서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한 문장으로 여름날 술을 빗기 위해 만든 곡원(曲院)이라는 집 주변의 서호에 피어난 연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서호 십경의 하나로 손꼽힌다.




네이버 지식사전






이곳은 매년 3월이면 연꽃이 만개해 더욱 아름답다고...


돌 간판에 멋진 필체로 적힌 '곡원풍하' 글씨를 찍고 싶었는데 이놈의 꼬맹이들이 원체 그 주위를 떠날 지를 않는다..


보통 한국이나 일본 같으면 누가 사진 찍으려 하는 걸 눈치 채고 '얘들아~ 여기 아저씨(ㅠ) 사진 찍는다'라고 하며 잠시라도 자리를 내주었을텐데... 역시 대륙이다.


남이사... 내 새끼가 왕이다..ㅎㅎ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애들이랑 같이 찍었다 ㅎㅎ










오전엔 여름임에도 좀 서늘했는데 슬슬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종종 중국 정원에 가면 특징이 이렇게 구불구불 쓸데없이 복잡하게 껶여져 있는 다리가 연못이나 호수 위로 나 있는 걸 종종 볼 수 있는데,


전편에서도 소개한 바 있듯, 정원의 풍광을 여러 각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일부러 그렇게 설계해 놓은 것이라고 하니


옛 중국인들도 나름 낭만을 즐기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게다.



마침 여름이어서 꽃이 만개해 있지는 않았지만 잎사귀들은 마치 정글처럼 끝도 없이 호수를 뒤덮고 있었다.


혼자 다니면 항상 아쉬운 것이 사진 (그것도 내 희망사항에 맞는 인생샷을)을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그래서 지나가는 한 여자애한테 한 장 부탁했다. 렌즈에 손가락이 좀 걸렸지만 이 정도면 준수하게 잘 찍어준 편이라 만면에 웃음을 띄며 "쎼쎼~" 거렸던 기억이 난다.











어느 정도 걷다가 뒤돌아보니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다는 호수 위 공연장의 객석이 저 멀리 보인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연꽃밭







자세히 보니 일부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서호 주변 지도의 귀여운 버젼







곡원풍하를 지나 소제로 다시 합류하기 전까지 정원이 등장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서호 중에서 이곳이 가장 좋았다.


차차 사진에서 보겠지만 뭔가 마음이 대단히 평화로워지는 곳이었다.


내가 항저우에서 서호 근처에 산다면 매일 아침 이곳으로 산책을 오고 싶을 정도의 평화로움이다... (아마 게을러서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겠지만~ㅎㅎ)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처럼 작은 다리들로 여러 작은 섬들을 연결해 만든 듯 보이는 공원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었을 뿐인데 찍힌 건 마치 한편의 모네의 화폭 같았다.







이 공원의 독특함은 물, 나무, 수풀, 꽃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었고 그 위치, 종류도 다 제각각이어서 걷는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것.


이 길에는 세콰이어 나무 같이 쭉쭉 뻗은 가로수들이 심어져 있었다.









살짝 일본 교토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뷰...







그 뒷편은 작은 연못(이라 쓰고 늪처럼 보임)이 있었고..







왼쪽으로 꺾으면 회랑이 있는데 그곳에는 아침 산책 나온 주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수다를 떨며 쉬고 있었다.







여기만 보면 무슨 아마존 정글의 늪지대 같다...







좁다랗게 난 공원 길을 걷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카네이션처럼 생긴 노란 꽃들이 삐죽삐죽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 한 10분을 걸었을까... 다시 바다 같이 넓은 호수가 보였고


다리를 건너면 다시 소제와 합류하는 지점이 나타났다.



여기서 멋진 풍경을 좀 더 음미하면서도 휴식도 취하기 위해 다리 위 벤치에 걸터 앉아 숨을 돌렸다.







소제도 중간에 길이 나 있었는데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서 그런지 백제만큼 시원한 느낌이 들진 않았지만,


오히려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공유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소제의 반대편에 보인느 구시가지와 내가 걸어왔던 호수변이 왼쪽으로 보인다.







여기서 살짝 출출해지기도 하고 지나다니다 몇 번 봤던 항아리에 담겨 나오는 중국식 요구르트을 먹어보기로 했다.


유리로 만든 용기 때문에 무겁다는 생각도 들고 자원 낭비도 같았지만 뭔가 '전통적인 디저트'라는 포스를 풍기기에 이만한 포장도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ㅎㅎ







백제와 다르게 소재는 좀 더 나무가 울창했다.


가뜩이나 해가 떠서 더워지는데 아름드리 숲이 그늘을 만들어줘서 그나마 덜 덥게 걸을 수 있었다.


진짜 내가 항저우에 살면 (작심삼일이겠지만 마음만은) 매일 이 서호를 뛰겠노라는 마음이 마구마구 샘솟았다..ㅎㅎ









소제 왼편으로는 어제 갔었던 인공섬 소영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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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주는 호수 위에 지어진 인공섬이란 점에서 대만 난토우 일월담에 있는 라루섬과 닮아 있다. 아니 그 반...

blog.naver.com














소제 양쪽에는 버드나무가 피어서 서호의 옛스러운 정취를 더해준다.







소제 양 옆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소제 오른편(즉 서호의 서쪽)에는 '서호국빈관'이 있다. 옛적에는 항저우를 방문하는 귀빈들이 묵는 곳이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일반인도 예약 투숙이 가능한 듯 보였다. 접근이 좋은 곳은 아니지만 전망과 시설은 매우 괜찮아 보였다.







소제의 오른편







가족, 부부, 연인, 또는 혼자 나와서 느긋하게 소제를 걷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시간의 여유만 있었으면 책이라도 갖고 와서 하루 종일 서호의 곳곳에서 풍유라도 읊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소영주로 바쁘게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배들과 오른쪽에는 좀 이따가 가 볼 뇌봉탑이 보인다.









그리고 이미 아득하게 멀어진 시가지... (출발 이래 여기까지 3-4시간을 걸었던 듯 하다..!!)







소제 끄트머리 즈음에는 오른쪽으로 꺾인 다리가 있고 이를 건너면 '화항공원(花港公園)'이란 곳이 있어


그냥 이대로 소제 투어를 끝내기가 아쉬워 들러보기로 했다.



나도 풍유를 좀 아는 친구랑 함께 갔으면 저런 배 하나 빌려서 서호를 만끽하고 싶었건만..


이번엔 파트너나 시간상 참아보기로 한다... 다음에 다시 오면 꼭 해봐야지~







화항공원 입구...


정오를 넘겨서 그런지 아침에 비해 부쩍 관광객 인파가 많아졌다... (저 깃발부대를 보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해외관광객이 아니라 대부분 중국 단체 투어가 많다는 것... 그만큼 중국인들이 해외에도 많이 나가지만 그에 못지 않게 국내여행도 엄청 한다는 사실!







입구를 지나니 오른쪽 화단에 코스모스 같은 꼿들이 잔뜩 피어 있었다... (계절이나 길이로 봐선 분명 코스모스가 아닌 들꽃 같은데...)







좀 더 들어가면 '蔣莊(쟝좡)'이라고 불리는 저택이 있었는데,


청말기에 지어진 고택으로 1950년에 마일부(马一浮)라는 학자가 사들여 저택으로 썼다고 한다. 현재는 그의 기념관으로 일반에 개방중...


특히 고택 초입에 있는 중국식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동그란 돌문을 지나 나타나는 기암괴석들...









호수 근처에 지어진 저택 답게 여기저기 물길을 건너는 다리가 있었고 연꽃이 물 위를 뒤덮고 있었다.







나지막히 솟은 산과 울창한 숲 그리고 연잎이 흐드러진 호수...







바닷가에 가기 어려웠던 옛사람들에게 뜨거운 여름의 피서지로서 최고의 명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둥에 기대어 시라도 읊거나 쓰고 싶은 심정!







고택 앞에는 배를 탈 수 있는 나루터가 있었다...


이 고택의 특징은 중국 전통식과 서양식 건축기법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었는데, 저 돌 난간도 서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골격은 서양의 식민지풍이면서도 곳곳의 장식에서 중국스러움이 느껴진다.









막상 안을 들어가면 샹들리에도 있고 서양 느낌이 많이 난다..


전형적으로 근대기에 지어진 건물에서 나는 느낌...







계단에 깔린 빨간 카펫도 그러하다...







중국 전통식 고택에 들어가면 꼭 있는 저 커플(?) 의자...


여기서 손님과 마주 앉아 환담을 나누었으리라...








여기는 예전에 접객실로 쓰였었나 보다... 의자가 많은 걸 보니...







이곳은 회담장으로서도 쓰였었나 보다..







딱히 전시품 등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서 근대기 중국+서양의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었다.







옆 건물에선 서예 체험 같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있었다. (그래서 고택에 어린이들이 그렇게 많았었나 보다..)







저택에서 바라보이는 호수는 '남호南湖'라고 불린다.


동쪽으로는 소제가 북쪽으로는 화항공원이 위치한 섬으로 서호에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 이 저택은 호수를 앞마당에 품은 셈이 되었다.



나름 호수가 보이는 발코니인데... 나무가 아니라 돌을 써서 만드니 어딘가 어둡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







저쪽 회랑이 궁금해서 한 번 걸어가 보기로 했다.







멀리서도 보이는 뇌봉탑...


옛날에 저걸 보면 분명 지금의 타이페이101이나 롯데타워 같은 마천루를 보는 느낌, 그 이상이었겠지?







예전 베이징 이화원을 갔을 때 비슷한 회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거기엔 곳곳에 문양과 그림이 있어 더 화려했지만 말이다...


이곳이 어떤 귀족 또는 부자의 사유지였을 때는 정말 조용하게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겠지?


그렇지만 소수가 독점하기에 여긴 너무 사치스러운 곳임에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랑의 끝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니 연못이 있었다.







수 백마리의 잉어들이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렇게 띠를 형성하며 먹이를 먹고 있었다...







서호 주변에서는 어딜 가나 물을 볼 수 있다.


서호 자체의 바다같은 광할함도 있지만 구석으로 가면 이런 아기자기한 면모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무더운 한여름이었는데 마치 봄이라도 된 것 같이 핑크핑크한 꽃이 피어 있었다.


온통 녹음으로 단조로울 법했을 정원이 이 꽃의 존재로 좀 더 화사해질 수 있었다.







화항공원은 정말 생각보다 멋진 곳이었다.


뜨거운 여름보다 봄이나 가을에 오면 좀 더 느긋하게 거닐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제까지도 다 걷고 나니 어느덧 서호의 절반을 돌게 되었다.



반나절 내내 걷기도 했고 배도 고팠지만 근처에 먹을만한 식당도 없어 일단 뇌봉탑까지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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